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 - 100일 동안 100억 원씩 챙긴 세 남자의 전설적인 이야기
이동재 지음 / 창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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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하는 똥개로 살든 저항하는 늑대로 살든, 바람처럼 지나가든 불꽃처럼 불태우든 한 사람의 삶은 각자가 주인공이다. 그 삶이 다했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소멸되는 것과 같다.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는 '돈벼락'을 위해 달려드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한 명의 아웃사이더와 두 명의 루저가 가진 '삶'과 '돈'을 향한 접근법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떼돈을 벌게 될 세 남자는 이렇다. 영화감독의 꿈을 져버리지 못한 채 아내의 식당에서도 밀려난 진우. 50줄에 들어선 인물값을 하려는 허영기 있는 여자 옆에 빌붙어 사는 무능한 남자의 서러움에 몸서리친다. 그럼에도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그는 '춤'이라는 탈출구를 찾게 된다. 두번째 남자는 문제의 춤교습소 원장인 영준. 도인같기도, 사기꾼같기도한 그는 굴곡진 인생을 넘어 '자유인'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살고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 물질적 빈곤에 허덕이며 하루하루 자살의 유혹과 싸우고 있는 정식. 니체와 조르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삶의 이유를 찾으며 소설을 쓰고 있다.


이동재의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는 영준이 운영하는 '영춘춤방'에서 시작한다. 부동산 사기를 위해 영준은 연출자 진우를 끌어들이고, 진우는 배우 정식을 맞이 한다. 영준이 진우에게 보여준 신세계는 '춤'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 남자의 작전은 '성공다방'에서 은밀히 진행된다. 각자의 인생을 바꿔줄, 꿈을 위한 터전을 만들어줄, 마지막 인생의 목적을 위한 '떼돈'을 기다리며. 세 남자는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 치앙, 그리고 작가인 리처드 바크와의 관계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일한 진실은 돈입니다. 우리는 그 유일한 진실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에요. 즉 우리의 몸짓은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예술행위라고 볼 수 있어요." 나름 예술가인 진우와 정식을 향해 영준이 던지는 메시지는 사기범죄를 포장하기 위한 궤변일 수도, 냉혹한 현실에 대한 순응일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의기투합한 세 남자. 

정식이 집필하는 '책 속의 책' <영겁회귀>는 '부동산 사기'라는 목적을 미화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단순한 사기극의 긴박함을 떠나 세 남자의 과거와 현재, 내적 갈등에 집중하는 시간을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는 주고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 '러너스 하이'의 쾌감이 서로 통한다고 치더라도 리더격인 영준이 보여주는 삶은 기이하다 못해 괴팍스럽기까지 하다. 세 캐릭터의 조화와 갈등, 불신과 이해는 책이 주는 또다른 재미다.


노예의 삶을 사는 낙타의 세계,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자의 세계, 주인의 삶을 살게 되는 어린아이의 세계.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의 유형 속에 있을까. 작가는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를 통해 "인간에게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 닥치더라도 꿈을 꾸는 능력이 남아 있는 한 인생은 한번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고 한다.(*)


*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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