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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을 거니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나이가 되면 편한 게 제일이야", 그 다음 이어지는 "어차피 곧 죽을 거니까".
백세시대, 고령화사회로 불리는 요즘 누구나 은퇴 후의 삶, 경제인구에서 벗어난 뒤 노인이 됐을 때 자신의 모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계속되어야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랄까. 퇴직연령이 60세 정도라고 한다면 누구나 그 이후 적어도 30, 40년간 살아야할 모습에 대한 고민되겠다.

우치다테 마키코(内館牧子)의 <곧 죽을 거니까(すぐ死ぬんだから)>는 여든을 앞둔 멋쟁이 노인 하나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은 내 자랑이야"라고 끊임없이 속삭여주는 남편, 노부부의 일용품점을 물려받은 아들, 화가랍시고 스스로를 꾸미지 않는 못난이인 며느리, 자상하고 속 깊은 딸과 손주들이 그녀와 삶을 나누고 있다. 노인 하나, 그리고 가족의 고민과 갈등, 사랑이 유쾌한 바람을 타고 책에 녹아 있다.
"글쎄요. 외모를 가꾸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달까. 나이를 먹는 건 퇴화니까요."
'여든이 코앞 동창회' 참석을 위해 거리를 걷던 하나는 노인들을 위한 잡지 '코스모스'로부터 모델 촬영 제의를 받는다. 헤어, 메이크업, 몸매, 의상까지 스스로 가꾸는 것이 '퇴화되지 않는 길'이라 확신하며 다른 노인들과 같이 '자연스럽게' 늙지 않으려 노력하는 하나에게 잡자시의 제의는 기분좋은 일이다. 특히 십년 전 머플러가게에서 당한 '칠십대 초반으로밖에 안보여요 사건'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란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 사건 당시 하나는 예순 여덟. 그때의 충격은 하나를 바꿔 놓았다.

"먼저 사라지는 자는 행복하다. 누구 하나의 호른쪽 몸 절반만 바람을 맞을 날은 싫어도 온다."
도박도 여자놀음도 모른 채 취미라고는 종이접기 하나에 매진하며 아내를 바라봐줬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두면서 하나와 가족은 혼돈을 맞게 된다. 남편 이와조가 남긴 의문의 사진, 유언장, 그리고 낯선 이의 방문 등 연이어 터지는 사건은 하나를 뒤흔들어 놓게 된다. 그리곤 78세 멋쟁이 하나씨의 매력은 더욱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노인이 가장 피해야할 것이 자연스러움, 내추럴이다. 자연에 내맡기고 있으면 꾀죄죄하고 허술하고 주름과 검버섯으로 뒤덮인 할배, 할매가 된다.손주 이야기랑 병 이야기만 하게 된다."
하나의 주장은 '노인 삶의 질'에 대해 무심했던 우리에게 한 방 시원하게 먹인다. 무릎을 탁 치게 한다. 혹시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저 '편한 것이 좋아',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한게 제일이야', 또는 '아무렇게나 괜찮아'라고 치부한 적은 없을까. 타인을 향해서든, 아니면 자신을 향해서든 말이다.

<곧 죽을 거니까>에서 저자는 특히 '자신을 향한' 무관심을 지적한다. "곧 줄을 거니까"라며 스스로를 꾸미지 않고 외모 단장을 내팽개친 삶은 '자기 방치'가 아닐까"라는 문제 제기와 함께 "자기 방치와 '품격 있는 쇠퇴'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한다.
책은 '어차피 곧 죽을 거니까'라는 면죄부는 과감히 던져버리고,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한번 가져보자 여기게 한다. 멋쟁이 하나씨처럼.(*)
* 문화충전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