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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평점 :
서로를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욕망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아주 기막힌 비즈니스 콘셉트. 백 사람 중에서 백 명은 이따금 어떤 부당한 일의 피해자가 된다. 백 사람 중에 50명은 그 부당한 일을 되돌려주고 싶어 하고, 그들 중 열 명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 이들 열 명 중에서 한 명만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다면......

'콘셉트로서의 복수,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복수', 그래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세계적으로 볼 때 최대의 복수 애호가인 국가들과 테러 단체가 있지만 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지는 않으므로 비교적 안전한 사업 모델로서.
"누군가에세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가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서 만난 느낌이다. 요나스 요나손 특유의 유머가 쉴 틈없이 펼쳐 진다. 지극히 단순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고집스러운 원칙은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서 마음껏 충돌한다. 읽는이에게는 유쾌, 통쾌, 상쾌가 연이어 쏟아진다.
미술품 거래소를 운영하는 빅토르 알데르헤임. 사실 그가 지금 누리는 부와 명예는 본래의 주인을 환심을 사 회사를 장악하고, 그의 딸 엔뉘와 거짓 결혼을 한 뒤 재빨리 이혼해버림으로써 쟁취한 산물이다. 그의 목적이 다 이뤄졌다고 생각될 즈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인내력을 발휘하던 빅토르는 결국 아들 케빈을 케냐로 데려가 버리게 된다.

두 명의 부인으로부터 자신이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사실'만을 확인하며 살고 있는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은 사자를 피해 숨어있다 나무에서 떨어진 케빈을 '신이 준 아들'로 여기고 훌륭히 키워낸다. 뼈대있는 치유사 가문의 올레는 특히 더 이상의 아기를 원치않는 여성을 위한 치료로 유명하다. 마사이 전사로 다시 태어나기 직전 마지막 의식인 '할례'를 피해 도망친 아들 케빈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일상을 누렸던 그다.
빅토르를 향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그러나 해결방법을 몰랐던-케빈은 엔뉘와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되고, 같은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아들'과 '버림받은 엄마'는 곧 의기투합하게 된다. 물론 이 둘은 서로를 알기 전에는 법적으로나 화학적으로나 사실상 남남과 마찬가지였다.

남은 재산의 절반을 들여 커피 한 잔씩 마신 케빈과 엔뉘의 시야에 들어선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전직 광고인 휴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설립된 이 회사는 본의아니게 케빈과 엔뉘가 원하는 '달콤한 복수'를 기획하게 되고,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기상천외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아들과 상봉한 올레의 멋들어진 '곤봉샷', 은퇴를 사흘 앞두고 이들 사건을 맡게 된 담당 수사관 칼란데르 수사관의 활약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끌고 가는 사건에는 화가 이르마 스턴이 주요 매개로 등장한다. 독일인 사업가 아버지와 함께 남아프리카로 건너와 엄청난 작품을 남긴 실제 화가다. 작가의 말대로 '죽은 지 한참 된 이르마 서튼'이 케빈과 엔뉘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역시 예상과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원칙'이 주는 웃음과 감동은 과연 대단하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