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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평점 :
"나는 이곳에 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산뜻한 새 출발과는 분명 달랐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의사 세이디는 시카고를 떠나 외딴 섬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세이디에게는 남편 윌의 누나가 사망하면서 남긴 집, 그리고 방황하는 십대 조카 이모젠이 주어졌다. 도시에서 동시에 벌어졌던 의료사고, 남편의 외도, 그리고 아들의 퇴학은 세이디를 억지로 섬을 향해 이끌었다.

메리 쿠비카의 장편소설 <디 아더 미세스>는 섬이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엄마, 아내, 의사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강요당하는 세이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릴러물이다. 책은 세이디의 내외적 갈등과 변화를 설명함과 동시에 두 명 여성의 시각이 서로 교차된다.
먼저 세이디의 룸메이트였던 카밀. 품행이 단정치 못하고 남의 물건에도 쉽게 손대는 카밀과 세이디는 애초에 맞지 않았다. 세이디의 남편이 될 윌을 우연히 먼저 만나게 되는 카밀의 병적인 집착은 스토커 형태로까지 이어진다. 세이디를 질투하고 원망하는 카밀의 기행은 윌과 세이디의 섬까지 이어진다.
"자신의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것을 지켜야만 했으니까." 세이디를 불안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면서 카밀은 스스로 되내인다. 윌과 세이디의 집을 몰래 지켜보고, 침입해 가스 밸브를 열어두거나 가재도구를 마음대로 건드리는 카밀. 윌을 향한 스토커와도 같은 집착을 '사랑'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인물 '마우스'의 시각은 소설에 빠져 놓칠 수 있는 시간을 연결해준다. 책을 많이 읽고 아빠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어린 아이 '마우스'는 일찍 엄마를 잃었다. 그러나 책, 인형과의 대화를 즐기고 아빠가 불러주는 별명 '마우스'를 좋아한다. 아빠가 좋아하니까. 어느날 기다리던 강아지가 아닌 빈 개집만 들고 아빠와 함께 집안에 들어선 '가짜 엄마', 그리고 강아지 대신 맞이하게된 기니피그 '버트'는 '마우스'를 변화하게 만든다. '마우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세이디, 카밀, 마우스. 세 명의 시각으로 연결되는 <디 아더 미세스>. 섬에 안착한 세이디가 이웃의 사망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공포는 점점 더해진다. 세이디와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던 여성은 뼈칼에 의해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됐고, 딸에 의해 신고된다.

여섯 살 난 아이가 울음을 참으며 교환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눈을 안 떠요. 모건이 눈을 안 떠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아이. 책은 세이디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곳곳에서 섬뜩하게 전달한다. <디 아더 미세스>의 옮긴이는 "이 책은 살인 사건을 다룬 심리 스릴러물이지만 내게는 한 여성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성장물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속도를 짐작할 수 없는 긴장감과 예상치 못했던 반전 속에서도 세이디에게 자꾸 시선이 향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세이디의 어깨 너머 휘잉 스치는 바람 속에 섞여 있는 목소리가 마치 읽는이를 향한 듯 날카롭다. "널 증오해, 넌 패배자야, 죽어, 죽어, 죽어버리라고". 책은 한 겨울 조그마한 섬에서 펼쳐지는 수준높은 반전 스릴러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