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디션 1 (고급 벨벳양장본) -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 외 감수 / 코너스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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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르센 뤼팽과 셜록 홈즈는 실존했던 인물로 인식했을 정도로 동경 속 인물이었다.뤼팽과 홈즈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은 어린 친구들 사이 간혹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그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이자 악을 응징하는 선의 대변자로 비쳐졌다. 한 명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사건을 일으키는 도둑이니 선호에 따라 명백한 입장 차는 존재했지만.


오랜 기간 우리를 들뜨게 했던 '괴도신사 뤼팽'-과거에는 '루팡'으로 더 많이 불렸던-을 다시 만났다. 코너스톤에서 출판한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아르센 뤼팽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멋진 커버 디자인 속에 뤼팽의 대활약이 담겼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에서 현대적으로 '뤼팽'을 해석, 방영중인 드라마 <뤼팽>의 원작이란 점에서 더욱 새롭게 읽힌다.



"너 같은 놈이 열댓 명 있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


스스로 감옥행을 선택하고 갇힌 뤼팽을 두고 던진 한 형사의 넋두리는 뤼팽의 팬에게 '역시'하는 만족감을 전한다. 책은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 '감옥에 갇힌 아르센 뤼팽', '불가사의한 여행객', '왕비의 목걸이', '하트 7', '영배르 부인의 금고', '흑진주', '헐록 숌즈, 한발 늦다' 등 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첫번째 에피소드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향하는 여객선에 긴급 타전된 메시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르센 뤼팽 승선, 일등석, 금발 머리, 오른쪽 팔뚝에 상처, 홀로 여행, 가명은 R...' 배에 뤼팽이 타고 있음을 알리는 무선 전신은 소설 속 등장인물과, 독자들을 함께 흥분시키에 충분하다. 이제 뤼팽의 기상천외한 작전이 개시될테니. 뤼팽을 쫓는 형사 가니마르에게 '너무나 손 쉽게' 체포된 뤼팽. 그러나 곧 그의 치밀한 구상의 실체가 하나 둘 펼쳐내 보여진다.


프랑스 경찰과 사법부를 농락하면서 자신의 범죄계획을 성공시키는 '감옥에 갇힌 아르센 뤼팽', 어이없게도 풋내기 강도에게 당한 뤼팽의 대역전극을 그린 '불가사의한 여행객'에서는 뤼팽이 가진 유머러스한 면이 잔뜩 드러난다. 절도범이지만 도락가, 취미와 적성에 맞아서 하는 일이었으나 또한 이를 즐기는 뤼팽의 모습. 저자의 설명대로 "마치 자신이 연출해놓은 연극에 출연해 실컷 즐기다가 무대 뒤에 가서는 연출된 행동과 상황에 박장대소하는 짓궂은 배우"인 뤼팽, 그대로다.



'왕비의 목걸이' 편은 앞서 언급한 드라마 <뤼팽>과 비교해보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루이15세 시절 왕관 보석 세공인이 만들었다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게 바친 것으로 알려진 전설의 목걸이 도난 사건을 다룬다. 여섯 살에 이미 천재적인 도둑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뤼팽이 장성한 다음 다시 사건을 반추하는 형식이다. 이 아이의 이름은 '라울'로 현재 드라마에서는 뤼팽의 아들과 이름이 같다.


셜록 홈즈에게 왓슨이 있듯, 아르센 뤼팽에게도 그를 위한 '기록자'가 있다. '윌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뤼팽을 처음 만나게 된 사건이 '하트 7'에서 소개된다,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뤼팽이 가는 길목에서 우연히 자신이 서있었을 뿐이라는 설명이 건조하면서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뤼팽의 친구이자 보조로서 그는 뤼팽의 이야기를 충실히 기록하게 된다. 활동 초기 사기당한 뤼팽의 이야기 '영배르 부인의 금고', 누명의 위기를 극적으로 벗어나 사건을 역이용하는 '흑진주'가 이어진다. 


마지막 에피소드 '헐록 숌즈, 한발 늦다'는 고성의 비밀을 풀어내는 뤼팽과 숌즈-사실상 홈즈-의 대결이 펼쳐진다. 모리스 르블랑은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초기작에서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주인공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를 등장시켜 뤼팽과 대결하게 했지만, 캐릭터 사용을 거절당하자 셜록 홈즈의 성과 이름의 머리글자를 바꿔 '헐록 숌즈'를 올렸다.


지독하게 자만심 가득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모든 경우의 수를 그려놓은 치밀함, 상대를 녹이기에 충분한 수준의 유머와 매너, 그러면서도 약속을 지키는 신의의 도둑. '에코 드 프랑스' 지면을 통해, 혹은 친절하게도 직접 서신이나 전보를 통해 예고장을 날리고, 행여 사건의 진실을 몰라 당황할 경찰을 위해 상세한 해설까지 남겨주는 도둑. '괴도(怪盜)'는 역시 뤼팽을 위한 최고의 수식어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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