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성철 2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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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도련님 영주로 태어나, '가야산 호랑이'로 불리며 우리 시대를 보듬어 주었던 스승 성철(性徹)스님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만난다. 백금남의 <소설 성철>은 평생을 정진한 성철 스님의 일생과 세상에 남긴 가르침을 잔잔히 일깨워 준다. 


'괴각(乖角쟁이' 스님. '괴각'은 괴짜라는 뜻이라고 한다. 성철 스님을 알았던 주위뿐아니라 스스로도 인정했던 별명 괴각쟁이. 일본 승려들의 화려한 겉치레 차도(茶道)에 '원샷'으로 응징하고, 불교계 정화를 위한 시기 "묵은 도둑 쫓아내고 새 도둑을 만들어서야 되겠나"며 일갈하고, 돈이 있건 권력이 있건 불같은 가르침을 내려주었던 성철 스님에 대한 기록에 숙연해진다.



책은 성철 스님의 어린 시절과 출가에 이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기록한 1권과 학문과 수행을 통해 위대한 큰스님으로 전진하는 이야기와 세상에 깨달음을 베푸는 모습을 그린 2권으로 구성됐다. 특히 성철 스님과 일생의 도반이 된 자운 스님, 청담 스님과의 대화와 행적은 미처 몰랐던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에 빠져 총명함을 드러냈던 성철 스님은 '사람이 날아다니면 어떨까, 영원토록 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등 혼자만의 상상이 즐거운 '엉뚱한 녀석'이었다. "안 된다. 석가야, 날 잡아가라. 내 아들 대신 날 잡아가라." 아버지의 절규를 뒤로하고 출가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스님. '진리 중에 진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목마름이었건, 그저 그리될 운명이었건 스님은 유림 가문의 장남이라는 세속의 틀을 벗어나게 된다.



훗날 귀한 아들의 병약함을 걱정해 기도를 위해 절을 찾았던 어머니, 어린 딸과 뱃속의 아기를 두고 어느날 머리를 깎는 남편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아내, 그리고 태어난 딸이 모두 결국 세상과의 인연을 떠나 출가하고 성철 스님의 뒤를 따르게 되니 어쩌면 정해진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도 큰 기대를 품었던 아들에 대한 서운함이 평생 상처가 됐던 아버지역시 훗날 거목이 된 성철 스님을 보고 나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모습은 성스러운 감동까지 전한다.


스님이 '성철(性徹)'이라는 이름을 얻는 순간 세속의 모든 인연은 그대로 끊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갖지 마라/미워하는 사람을 갖지 마라/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미워하는 사람은 만날까 두렵다/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화사, 상원사, 월정사, 송광사 마하연사, 은해사, 도리사, 해인사 등 전국을 돌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스님의 수행과 만행은 인간의 한계를 넘나든다. 


깊고 그윽한 도의 세계가 아니라 얼핏 느껴지는 인간적인 면모마저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서른 명이 넘는 상좌를 두고서도 단 한 번도 빨래를 맡겨본 적이 없다는 성철 스님은 누가 대신 해주겠다고 하면 "가온나. 니 꺼 내가 빨아주께"라고 했다. "언 놈이 제 땀 밴 것을 남에게 맡긴단 말이고. 그거 하나 제 손으로 해결 못하면 어서 죽어야지"라는 불호령이 이어진다. 도통 남에게 부탁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양반, 한없이 아래로 낮추는 스님의 뜻이 엿보인다.



해인총림의 초대 방장으로서 백일간 두 시간씩 사부대중을 위해 법석을 마련한 '백일법문'은 마치 스님의 육성을 듣는듯 울림이 크다. 1981년 조계종 종정이 되었으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스님이 취임식 때 '달랑' 보냈다는 법어는 세상을 번쩍 들었다 놓게 된다.


원각이 보조하니

적과 멸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로다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時會) 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1912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부처님의 제자가 됐고 평생을 수행으로 신체와 정신을 닦다 다시 본래대로 돌아가신 스님. '왜 그리 평생 참회를 많이 하시느냐'는 어리석은 물음에 성철 스님은 "남꺼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고 한다. 세상의 참회까지 짊어진 스님의 일면이다.


"이제 가야겠다. 참선 잘하그라. 다 못 보고 간다." 1993년 늦은 가을 아침 앉은 채 세상을 떠난 성철 스님. 백여 과의 사리는 해인사 운양대 사리탑에 봉안됐다. 그가 쏟아냈던 법어의 향기를 느끼고, 삶의 궤적을 접한 마음이 행복을 느낀다.(*)


* 문화충전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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