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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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관련있던 세 여인이 차례로 사라졌다. 

그것도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완전히.


펫 시터로 일하는 후타는 어느날 3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상중엽서(喪中はがき, 집안에 상을 당했을 때 새해 연하장을 받지 못한다는 뜻을 전하는 일본 풍습)'를 받는다. 후타는 반려견 입양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는 동료의 조언으로 최근 사귄 두 여인의 안부를 찾아보다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다. 3년 간 인연이 닿았던 3명의 여인 모두 사망했거나, 행방이 묘연했던 것.



"혹시 내가......"


후타는 그녀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보지만, 그녀들의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 홀연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억하는 이도, 기억하려는 이도 없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혼란을 거듭하던 후타는 '진실'을 알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상중엽서를 받았을 때만해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할 정도로만 알았던 후타는 자신, 혹은 그녀들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실체, 친구들의 추리, 후타의 갈등이 뒤얽히며 책의 매력을 발산한다.



사카모토 아유무(酒本歩)의 <환상의 그녀(幻の彼女)>. 제목 이상의 트릭이 서서히 풀려날 즈음 또 한 번의 반전은 후타와 독자를 완전히 연결지어 준다. 화려한 장치도 없고, 명석한 추리도 없다. 박봉의 소시민 후타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충격과 혼돈이 몰입감을 더하게 한다.


"네가 만났던 사람들이 차례로 사라진 게 아니야. 사라질 예정이었던 사람들이 너와 만난 거야."


그녀들의 행방을 좇던 후타와 친구들이 다다른 곳은 병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다. 최첨단 의학 기술의 무한 경쟁, 그 사이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각성까지 한꺼번에 쏟아진다. 리스크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질주하는 전 세계의 경쟁, 누군가 인간의 선을 넘는 건 역시 시간문제일까. 후타의 직업은 앞서 말했듯 반려동물을 돕는 '펫 시터'다. <환상의 그녀>가 던진 물음도 결국 모든 생명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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