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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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오와 코요테가 노란 바탕의 스쿨버스에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을 달린다. 그들이 가진 여행의 목적은 불행하게도 없다. 스스로를 버리기 위해, 혹은 스스로를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아빠와 딸은 '2003년형 인터내셔널 3800' 버스 안 가장 편안하고 은밀한 자리를 읽는이에게 내준다. 마음껏 웃고 울도록 말이다.


코요테 선라이즈와 로데오는 서로를 '아빠'와 '딸'로 부르지 않는다. 그저 로데오와 코요테가 있을 뿐이다. 가족을 잃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기 위해 스쿨버스를 집 삼아 떠돈다. 고향에 '아빠'와 '딸'을 두고 그렇게 로데오와 코요테가 만들어가는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시작됐다. 슬픔이 너무 많은 세상으로부터 탈출,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끼리 고속도로와 주유소에 선을 긋는다.


벌써 5년 째. 자매와 엄마가 없는 동생이자 언니, 그리고 딸인 코요테는 늘상 외롭다. 그러나 로데오의 본심을 알기에 코요테는 최선을 다해 여행에 동참한다. 주유소에서 우연히 만난 꼬마들에게 슬러시와 바꾼 고양이 '아이반'의 승차를 시작으로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새로운 의미를 알린다. 설탕처럼 달콤하고 무언극처럼 조용한 이 녀석은 코요테와도 닮아 있다.


매주 토요일 태평양 표준시로 정오에 가져온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는 플로리다에 있던 예거-로데오와 코요테의 버스 이름-를 그들의 집과 추억이 있는 포플린 스프링스로 부른다. 엄마와 언니,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코요테의 좌충우돌 모험이 즐겁고도 슬프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기로 한 약속, 그 과거를 뛰어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약속이 코요테와 로데오 사이에 팽팽하게 흘러 간다.


예쁜 새, 설탕빵, 귀염둥이, 몽키 파이, 설탕자두, 데이지, 곰돌이, 벌새, 아기새, 나비..블루베리, 설탕자두...


로데오가 코요테를 부르는 애칭은 다양하다. 댄 거마인하트의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서로가 '아빠'와 '딸',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치유에 대한 기록으로도 읽힌다. 코요테에게는 아빠가, 로데오에게는 딸 엘라가 존재함을 다시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무엇으로 불리던 변하지 않는 가치는 그들을 다시 한 곳으로 불러 모은다. "내 이름을 불러줘." 힘겹게 말하는 코요테의 간절함이 진한 감동을 준다.


"레스터, 태미를 사랑하는 이유가 뭐야?"

"태미는 웃는 게 굉장해. 거의 늘 밝아."

"그건 아무나 태미를 사랑할 이유밖에 안 되잖아요."

"그럼 너는?"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로데오는 망가져버릴테니까."


서로를 사랑하지만, 합쳐질 수 없었던 옛 연인 태미를 찾아가는 레스터와 코요테의 대화는 흔하디 흔한 '사랑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고쳐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것이어야함을 코요테는 가르친다. 피할 수도, 맞설 수도 없는 이유를 코요테는 상실과 이별을 통해 배웠다.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걸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로데오, 코요테와 함께 미국 대륙을 횡단하다보면 어느덧 목적지가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에 다다랐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즈음 로데오와 코요테, 우리는 알게 된다.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 뭔가로부터 달려가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그것도 훨씬.(*)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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