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봐! 라임 청소년 문학 48
안드레우 마르틴 지음, 김지애 옮김 / 라임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마치 로봇처럼, 어쩌면 영혼 없는 좀비처럼 가상의 세상에서 길을 잃은 복제 인간이 돼버린 아이들이 진짜 세상을 향한 탈출을 시작한다. 안드레우 마르틴의 <내 눈을 봐!>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첨단 과학 문명에 중독된 사회, 그 안락함에 세뇌된 사람들을 통해 미래사회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책은 사람의 눈과 스마트기기의 스크린을 대조함으로써 '진짜'와 '가짜'를 구분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네트워크로 '빅 브라더' 사회를 구축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 트리플우베는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도시 그란우르베의 핵심 기업이다. 보다 많은 아이들을 통제하고 스마트폰의 노예로 길들이기 위한 음모를 펼친다. 무관심과 무감각, 복제와 반복에 갇힌 자신을 감정과 창조가 존재하는 세계로 이끌기 위한 비밀결사대를 꾸린 아이들은 트리플우베와 맞서 '자신'을 찾는 모험을 강행한다.


닐과 조르드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친구 아르다를 구출해 아이들을 치료하는 센터로 이끈다. 킴 박사를 중심으로 종이책을 읽고 열띤 토론으로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학교는 '기계로부터의 해방'이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지?"

"상대방에게 직접 말을 해야죠."


스마트폰이 없으면 도무지 소통을 할 수 없을거라 여기는 그들에게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한 답을 해준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이 경험한 모든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법을 다시 깨닫게 한다. 스크린 속 하얀 바탕에 나열된 검은 글자들과의 대화에 빠진 인간, 너무나 쉽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쉽게 깨버리는 약속이 난무하는 가짜 세상은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라는 점도 함께 알려 준다.



"내 눈을 봐

스크린의 포로가 되어 버리기 전에

널 다시 찾고 싶어

그 작은 스크린으로 넌 거짓 세상을 만나지

고통도, 기쁨도, 입맞춤도, 통곡도

탄식도, 아픔도 없는 세상을


내 눈을 봐

기회는 지금뿐

그 거짓 세상에 우리를 위한 자리는 없으니까"


책은 너무나 빠르게 사라져가는 '진짜 소통'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인간과 사회에 진정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스크린'이 아닌 '눈'을 통해 조금은 더딜지라도, 조금은 두려울지라도 '진짜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어른이 아닌 아이들을 통해. 


<내 눈을 봐!>에 등장하는 거대자본의 초연결도시 그란우르베, 가난하지만 인간미가 살아있는 도시 바리오 데 아바호,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라프론테라 등 가상 도시에 대한 표현도 흥미롭다. 스마트폰에 파묻혀 고개숙여 걷는 사람들, '소통에 왜 말이 필요해, 말을 통해 침이 튀고, 침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거야'라는 캠페인이 작동하는 사회. 그 두려움을 잠시 느끼게 된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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