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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평점 :
인공지능 시대, 각양각색의 발성 기관을 가진 기계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세상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지구상 단 하나의 문자, 398억 5677만 2340종의 분절음을 표기할 수 있는 위대한 문자, 그 저작권마저 분명한 우리의 자산이자 미래를 밝힐 문자, 바로 1443년 세종 이도가 발명한 문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인화의 <2061>은 미래 혹은 과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미 인간을 넘어선 인공 지능이 세상을 다스리는 2061년 거듭되며 더욱 강력해진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시간 탐사자들이 1896년 조선으로 향한다. 이도 문자를 지지하는 이도리안, 이도 문자의 정신을 학습한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안티 이도이스트 등 각각의 목적을 띤 탐사자들이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숨가쁜 경쟁을 펼친다.

2020년부터 많은 것이 사라지고 무너져버린 세상. 멈춘 경제를 돌리기 위해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살포했고 그 돈은 유동성 쓰나미로 되돌아와 금융시장을 박살냈다. 국가 부도, 식량 위기, 대규모 난민, 수입억 명의 고용 소멸,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멈추질 않는다. 거기에 대분열의 시대, 광신적인 정치인 팬덤이 나타나 법치를 파괴했다. 냉전기생체라는 국가 체질을 탈피하지 못한 북한은 민족을 파멸로 이끈다. 모든 것이 멈춰질 것같은 2061년. 인공지능과 인간은 1896년 조선에서 세상의 구원을 찾게 된다.
"1896년으로 가서 훈민정음해례본을 태워버려라."
인간을 넘어 동물과 자연, 그리고 기계까지 이해하는 정신을 담은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한 탐사자들의 치열한 전쟁이 1896년 2월 제물포에서 벌어진다. 그들은 저마다의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이 두렵다. 그들이 주목한 1896년은 바로 '독립신문'에 의해 이도 문자가 최초로 사회적 공식 문자가 되고, '코리안 리포지터리'에 호머 헐버트가 아리랑의 악보를 서양음계로 최초로 채록한 해이다. 지구 보편 문명의 꿈이 현실 세계로 흘러넘치기 시작하던 바로 그 세계사적 시공간인 것이다.

<2061년>은 단순한 민족적 자긍심을 넘어 세계사적 가치로 한글을 이해하게 한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인공 지능이 창출해내는 성장을 '저작권'의 형태로 인간에게 기본소득과 같이 분배하게 되는 구조가 상상된다. 인공 지능이 인정하는 유일한 문자인 이도 문자의 주인인 우리 민족은 가만히 앉아서 충분한 삶을 영위하는 미래가 그려진다. 인간을 넘어서 모든 세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살아있는 문자, 한글. 한글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은 지구 문명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로까지 추앙된다.
누구나 떠들어대는 4차 산업혁명, 모두가 두려워하는 반복되는 팬데믹. <2061>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의 답을 우리의 역사에서 찾고자 했다. 바로 '소리'에 주목해 한글의 정신을 파악하고, 인류와 세계가 소통하고 가장 깊은 곳까지 이해하려는 세종의 마음을 설명했다.

작가 이인화는 "예측불가가 세상을 구성하는 원칙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든 예측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서-각자에게 갖는 속뜻은 다르겠지만-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우리의 과제는 과거에, 미래에, 어쩌면 현재에 답이 있을 것이다. "2061년 안에 1896년이 있다. 1896년에 1443년이 있고 2061년이 있었다"고 이인화는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시간여행의 허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문화충전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