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어사이드 하우스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평점 :
굉장한 몰입감이다. 악령과 거래하는 위태로운 영혼의 이야기는 날카로운 범죄심리학자의 분석, 노련한 형사와 기자의 집요한 수사와 추리를 통해 낱낱이 실체가 벗겨진다. 시공을 넘나들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달리는 속도가 엄청나다. "나는 동전 하나로 형을 죽였다. 간단하고도 가볍게, 그리고 완벽히 그럴듯하게." 찰리 돈리의 <수어사이드 하우스>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연쇄살인마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거울 속의 남자가 너를 찾아내길 원치 않는다면, 촛불을 끄지 말라."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 웨스트몬트 사립고에 다니는 여섯 아이들은 비밀 사교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일탈에 젖어 든다. '맨 인 더 미러(man in ter mirror)'라는 의식을 통해 클럽 입회 의식을 치러던 아이 둘이 끔찍한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교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교사는 범죄가 일어난 낡은 사택 인근을 지나는 열차에 스스로 몸을 던져 식물인간이 되면서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후 1년 동안 남은 아이들 셋이 순차적으로 의식의 현장으로 되돌아가 자살하게 되면서 '맨 인더 미러' 게임 속 미스터리가 되살아 난다. 마치 마이클 잭슨의 동명 곡 전반부에 등장하는 거친 심장 박동소리, 숨가쁜 음악같은 긴박감이 <수어사이드 하우스> 내내 흐른다. "베니암 솔룸, 레린쿠아티스 에트." '혼자 와서 함께 떠나다'라는 뜻을 가진 웨스트몬트 사립고의 교훈은 <수어사이드 하우스>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아이들과 사건을 쫓는 이들에게 묘한 암시를 전한다.

그저 흥미로운 미제사건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웨스트몬트 사건'은 범죄재구성 전문가 로리, 그녀의 연인인 범죄심리학 교수 레인이 투입되면서 조금씩 껍질이 벗겨진다. 은퇴 형사 거스, 비밀리에 사건을 추적애온 오트 형사의 활약도 돋보인다. 여기에 지역기자 라이더의 발빠른 취재가 더해진다.
선로 위에 동전을 놓아두고, 그 위를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놀이. 그래서 얻게 되는 납작해진 동전은 <수어사이드 하우스>의 비밀을 풀어가는 열쇠가 된다. 열쇠 구멍으로 처참한 세상을 내다보며 스스로 인간 이하의 존재라 여겼던 연쇄 살인마의 내면이 '동전'과 함께 섬뜩하게 펼쳐 진다.

"이 땅에 약자가 설 자리는 없고, 그들을 잡아먹는 사람들도 사라져야 마땅해요. 한심할 정도로 나약한 인간과 그런 사람을 이용해먹는 나쁜 놈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거에요."
길 잃은 영혼들이 제자리로 갈 수 있도록, 평화와 평온이 있는 휴식의 장소로 데려다주기 위한 여정을 따라가는 <수어사이드 하우스>. 2019년 6월 사건이 벌어진 당시, 그리고 2020년 8월 사건을 추적하는 현재, 사건의 근원이 된 1994년 뉴욕 브롱크스와 연쇄살인마의 고백이 교차되면서 속도감을 더해 준다.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잠시도 늦출 수 없는 긴장감이 읽는이를 즐겁게 한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