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장편소설] ‘참깨 세상‘에서 온 신비한 친구 /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ㅣ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월

"나한테는 슬픈 일도 화낼 일도 없어. 나는 신비한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야 해." - 오로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 오로르가 다시 왔다. 소리내어 말을 할 수 없는 자폐를 가졌지만, 테블릿을 통해 충분히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급히 던져지는 말보다 더욱 속 깊은 소통이 가능한 아이 오로르. 특히 오로르는 사람의 눈을 보면 솔직한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비밀의 힘을 가졌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영미장편소설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원제 : Aurore and the mystery of the secret room)>는 열한 살이 되어 학교에 다니게 된 오로르의 새로운 모험을 그렸다. 가족과 친구 속에서 갈등과 치유, 그리고 주베 형사의 부관으로서 형사의 능력까지 발휘한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를 익혀가는 오로르와 학교 친구들의 모습이 정겹다. 특히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는 조안 스파르의 삽화가 인상적이다. 간결한 메시지와 그림은 오로르의 진정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자페라는 한계를 그저 '남들과는 다른 것'으로 여기며 일상의 행복을 즐기는 오로로는 어른의 어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무거운 마음, 힘겨운 짐이 생길 때면 오로르는 안식처인 '참깨 세상'을 찾는다. 태양을 좋아하는 멋진 친구 오브가 항상 오로르를 기다린다. '참깨!'라는 외침과 함께 열리는 이 세상은 사람과 자연 모두가 친구가 되어 지내는 '화를 내지 않는', '걱정할 일이 없는' 곳이다. 반대로 '힘든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그곳, 바로 현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다른 사람을 보면 불편하다고 말해. 자기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개념에 맞지 않는 걸 보는 게 싫은 거야. 그런데 '정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특별해 보이는 걸 억누르려고 '정상'이라는 개념을 스스로한테 강요하는 것 뿐이야."

- 토끼 모네가 오로르에게

사랑, 질투, 비밀, 의심, 친절, 정의, 차별, 탐욕.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는 이처럼 한참이나 묵직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오로르의 '신비한 능력'으로 인해 유쾌하고 편안하게 들린다. 마치 '참깨 세상'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말이다. 에밀리 언니의 사춘기 고민, 이혼한 엄마와 아빠가 각각 갖고 있는 이성친구와의 갈등, 오로르의 친구문제 등 책의 전반부는 가족과 학교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문제가 등장하고 오로르의 순수한 능력이 힘을 낸다.

후반부는 '형사'로서의 오로르의 활약이 그려진다. 공식적으로 신분증까지 갖게 된 오로르는 한 소녀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내기 위해 교수님이라는 별명을 가진 멜빌 형사와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 물질적 탐욕이 가져온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는 오로르의 모험이 즐겁다.

"어른들은 정말 복잡하게 살아요."

"그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하는 중요한 질문을 자신한테 던지고 선택해야 할 때가 많아서 그래.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책을 좋아하는 멜빌 형사와의 대화는 오로르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전해 준다. 이제 '양면적, 회색, 정답 없음'이 가득하지만 '재미'도 언제나 함께 존재하는 세상이란 걸 알게 된 오로르는 새로운 모험을 예고한다.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의 맨 마지막 장에서 "끝(그리고 계속......)"라고 밝혔듯. 희망과 긍정을 안고 있는 '신비한 아이' 오로로의 후속작이 기대된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