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수법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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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에서 고서를 정리하다 바닥이 무너져 백골에 이마를 찢고, 의뢰인에게 잡혀 손가락 모양의 피멍을 팔에 달고 다니며, 조심성없는 간호사의 박치기에 자빠져 갈비뼈가 성한 날이 없는 '불행한' 탐정. 그녀의 활약(?)을 들여다 보면 화려하지 못할 지언정 억세게 재수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병원신세는 그녀의 일상일 정도다. 그 와중에도 탐정으로서 능력이 차근차근 발휘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와카타케 나나미(若竹七海)의 <이별의 수법(さよならの手口)>에 등장하는 '순수탐정' 하무라 아키라는 참으로 털털하고 소박한 매력을 풍긴다. 냉철하고 치밀한 두뇌 회전, 강인하고 세련된 외모와 체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편하게 다가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웃 누나같은 느낌이랄까.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교 졸업한 이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서른 살 이후 10여 년간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와 계약해 프리랜서 탐정으로 일했다. 지금은 살인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고 있는 여자. 현재 나이는 40대, 여전히 남자와의 인연은 없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설명대로 <나쁜 토끼(悪いうさぎ)> 이후 13년 만에 <이별의 수법>으로 모습을 드러낸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약력이다. 허탈해질 정도의 아무것도 없는, 오히려 불쌍한 여자들만 모여사는 셰어하우스 '스타인벡 장'은 그녀의 집이다.


살인곰 서점 점장 도야마의 지시로 책 인수를 위해 철거 중인 고택으로 자전거를 돌린 하무라. 예상치 못한 백골 시신을 발견한 하무라는 수십년 집 아래 묻혀있던 살인 사건을 해결해내면서 <이별의 수법>은 시작한다. 하무라의 불행, 그리고 입원과 함께.



"20년 전, 스물네 살 때 집을 나갔죠. 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딸의 생사를 알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이 딸을 찾아줬으면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왕년의 스타 여배우 아시하라 후부키의 요청에 고민하던 하무라는 결국 정에 이끌려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딸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본격적인 불행'은 비단 후부키만의 것이 아니다. 은막을 주름잡던 여배우가 감추고 싶던 비밀이 하무라의 조사에서 하나둘 밝혀지면서 책은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질주한다.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요."


20년 전 후부키의 딸을 찾기 위해 나섰던 탐정, 전 매니저의 동생, 가사 도우미, 이모 할머니로 불리던 대모, 그리고 자신의 딸까지. 미스터리한 실종과 사망이 얽히고 섥히며 <이별의 수법>은 흘러 간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건의 에피소드가 정교하게 배치된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이별의 수법> 속에는 가족의 가치가 들어 있다. 인간의 욕심, 그로 인한 불행이 자신 만의 것이 아님을 책은 설명한다. 무책임을 돌려서 드러내는 사회,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인정많은 집주인, 세금을 납부하는지 아닌지로 인간이 구분되는 삭막한 세상도 함께 그려진다.


하무라 앞에 나타나는 또 한 명의 캐릭터 도마 시게루 경부. 고압적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패션감각을 지는 도마 경부와의 인연은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이 계속될 것을 암시한다. 경찰에 약점을 잡혀 심부름을 떠맡기까지 하는 '어리버리한' 탐정 하무라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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