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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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을 둘러싼 미묘한 국제정세와 정치 상황을 그려냈던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1993년 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끌어냈다.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를 주축으로 조국의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이 실제 상황으로 느껴질만큼 큰 감동을 얻어냈으며, 주변 강국의 책략은 냉혹한 현실을 다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중전쟁>은 한반도 핵문제를 넘어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북한의 체제존립을 위한 핵 개발이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거대한 음모와 맞물려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뒤엉킨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출판사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싸드>의 종결판으로, 25년 작가 인생을 걸고 쓴 김진명의 충격적인 팩트 소설"로 소개했다.


책은 특히 트럼프, 시진핑, 푸틴, 김정은 등 실존 인물을 그대로 등장시켜 현실감을 높였으며, 그들이 바라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가감없는 시선도 그대로 적시된다. 김진명이 가진 국제정세에 대한 특유의 감각과 논리적인 해법은 <미중전쟁>을 통해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한다.



"용기와 결단없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는 없다." 작가의 말에 이미 <미중전쟁>의 결론은 드러난다. 북핵문제, 외교문제에 있어서 분명한 시각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눈치만 보는 문재인 정권을 지적하면서 '눈치만 보다가는 우리가 설 자리를 스스로 잃어버리고 만다'는 지극히 간단한 진리를 강조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을 조사하기 위해 비엔나에 위치한 세계은행 오스트리아지부를 찾은 김인철.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 특별요원으로 근무하던 인철은 국제적인 펀드매니저의 석연찮은 자살 사건을 접하게 되고, 그가 운용하던 엄청난 자금의 실체와 주인을 밝히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미군 폭격기의 눈을 피해 수소폭탄 실험을 진행하고 마침내 강산이 미친 듯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김정은은 개발 완성의 축배를 든다. "오늘부로 우리는 미 제국주의자 놈들과 똑같은 힘을 가졌소. 조선반도 100년 숙원을 푸는 거야."


"북한에 대한 공격에서 가장 장애가 되는 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정신 나간 거 아닌가? 자기네 국민을 지키려고 방사포를 때려잡는데 대통령이 반대해?"



그즈음 워싱턴 백악관 워룸에서는 트럼프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위해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준비한다. "최고 수준의 전면공격을 선택하겠어. 내가 워룸에 다시 들어노는 바로 그 순간부터 한 시간 안에 북한의 모든 걸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거야."


'슈퍼 차이나'의 꿈. 미국의 반대편에 서있는 시진핑은 중국몽 실현을 위한 '일대일로'에 따라 중국을 태양으로 하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이어간다. 세계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에 맞선 '빅2'로서 유라시아에 막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 그리고 이러한 중국 옆에는 공존과 견제를 거듭하며 '과거의 영광'을 노리는 러시아의 치밀한 셈법이 작동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관계라는 가시적인 세계 이면에는 또 다른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실제 세상을 설계하고 작동하는 힘. 미국이라는 성배를 지키고 수호하기를 자처하는 이른바 '성배기사단'이라는 결사체는 세계의 정치, 경제, 금융, 군수,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즉 '달러와 석유'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그들은 전쟁마저도 도구로 삼는다.



전쟁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슬픈 나라 미국. 이같은 미국과 혈맹인 대한민국의 선택이 <미중전쟁> 전면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나간다. 김진명의 예리한 관찰력과 예측이 책의 긴장감을 드높인다. 미국 편을 들자니 중국이 압박하고, 중국에 잘보이자니 미국이 멀어지는 그야말로 '남는게 없는 장사'를 거듭하는 대한민국. 게다가 북한 눈치까지 살펴야하는 정권의 고민이 깊어 진다. '전쟁의 논리'를 이겨낼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찾아가는 과정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소설 <미중전쟁>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북한에 대해선 핵 포기가 없는 한 어떤 타협도 대화도 없다는 원칙, 미국에 대해선 어떤 군사작전도 반드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원칙, 중국에 대해선 이 순간 이후 어떤 치졸한 보복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그것을 굳게 지켜나갈 때에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북핵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밝혔듯 '용기와 결단'없는 '해결'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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