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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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하나가 되자."


루스벨트 게임.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7대8'이라는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에서 따왔다. 양팀이 호쾌한 타격전을 통해 점수를 주고 받으며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응원하는 이로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야구 경기. 여기에 대역전극이 벌어진다면 흥분의 정도는 더욱 커지리라. 


이케이도 준(池井戸潤)의 <루스벨트 게임(원제:ルーズヴェルト・ゲーム)>은 꿈을 쫓는 야구인, 직장을 잃을 수 없는 사회인, 회사를 살려야하는 기업인들이 섞여 마침내 '하나'가 되는 감동을 그렸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도산 위기에 몰린 회사의 존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마치 양보할 수 없는 승리를 놓고 격돌하는 한 판 야구 경기와 같다.



예기치않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전자부품을 생산해 대기업인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아오시마제작소는 가격인하 요구와 주문 물량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여기에 과거의 명성과는 달리 맥빠진 경기력으로 연패를 거듭하면서 회사 이미지에 도움은 커녕, 오히려 짐이 돼버린 야구팀이 있다.


<루스벨트 게임>은 아오시마제작소, 아오시마야구팀, 그리고 여기에 속한 한 명 한 명 구성원들이 생존을 놓고 벌이는 사투를 그려냈다.


"회사의 숫자에는 사람의 숫자와 물건의 숫자가 있지. 매입 단가를 줄이는 물건의 숫자라면 아무리 줄여도 상관없어. 하지만 해고가 따르는 사람의 숫자를 줄일 때에는 경영자의 '이즘(ism)'이 필요하네." 


늘어가는 적자의 폭을 줄이기 위해 부득이 구조조정을 선택한 아오시마제작소의 호소카와 사장에게 설립자 아오시마 회장은 태연하게 충고한다. 경영자가 가져야할 '사람'과 '물건'을 보는 가치관에 대해, 그리고 무엇을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전환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아야할 것인지에 대해.



하나둘 해고자가 발생하고, 막대한 운영비를 소모하는 야구팀마저 유지하기 힘든 상황. 그 속에서 '그라운드에서 하나가 되자'는 설립자 아오시마 회장의 구호가 호소카와 사장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가슴 한 가운데 자리잡기 시작한다.


"각각 1점씩 점수를 얻어 4대4가 된 게 아니라, 처음에 4점을 빼앗기고 쫓아간 덕분에 이 경기가 더욱 재미있지 않나? 절망과 환희는 종이 한 장 차이일세. 뭔가와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나?"


<루스벨트 게임>이 주는 메시지는 목숨을 건 결투를 치러내야 하는 아오시마제작소와 아오시마야구팀 모두에게 통한다. 회사로서도, 야구팀으로서도 절대로 질 수 없는 상대 미쓰와전기와의 승부에 읽는이는 점점 빠져든다. 게다가 아오시마야구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르는 이 승부는 <루스벨트 게임>의 하이라이트다.


흔히 스포츠를 두고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부르지 않나. 아오시마 회장도, 호소카와 사장도,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꿈을 던지는 투수 오키하라도 치열하기 때문에 빛이 난다. <루스벨트 게임>이 재미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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