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6월
평점 :
인간과 흡혈귀의 말도 안되는 전쟁이 벌어 진다. '그냥 죽여야 하는' 흡혈귀와 '그냥 살아야 하는' 인간이 무자비한 살육을 벌인다. 이유는 글쎄다. 그냥 죽이지 않으면 죽으므로.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팅커벨 죽이기> 등 '죽이기 시리즈'로 유명한 고바야시 야스미(小林泰三)의 <인외 서커스(원제:人外サーカス)>는 오해로 인해 흡혈귀들의 공격을 맞게된 평범한 서커스단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전투에 관한 이야기다.
마치 도시전설과도 같은 흡혈귀들의 세계, 그들에 맞서는 서커스단의 전투가 엄청난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그 안에 복선처럼 꼬이는 반전의 연속, 고유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유머가 제대로 녹아 있다.

흔히 '랜디'로 불리는 전설의 흡혈귀 사냥꾼 랜돌프가 이끄는 대(對) 흡혈귀 군대, 컨소시엄은 서커스단으로 위장해 흡혈귀로부터 도시를 지킨다. 책은 랜디가 흡혈귀 퀸비를 위장 서커스단으로 유인해 벌이는 한판의 전투 장면에서 시작한다.
또 한 명의 '랜디'가 있다. 실제 공연을 펼치는 인크레더블 서커스단의 마술사 란도를 단원들이 그렇게 부른다. 컨소시엄인 서커스단 '랜디'에게 혼이 난 흡혈귀 퀸비의 소문이 엉뚱하게도 인트레더블 서커스단에 대한 총공격이 벌어지게 된 배경이다.
인간 서커스단과 흡혈귀 군단의 전쟁이 벌어지기 3년 전 란도는 동양계 미녀 아야미가 입에 문 장미꽃을 과녁삼아 기묘한 활쏘기 기술을 연마하고 있던 '슈팅스타' 슈티와 만나면서 인크레더블 서커스단에 입단한다. 원래 단장이 야반도주하면서 얼떨결에 단장을 맞게 된 피에로와 만나 즉석에서 팀에 합류하게 된다.
갈 수록 심해지는 경영난으로 인크레더블 서커스단은 단원들의 분열과 이탈이 생겨나고, 결국 피에로 단장과 함께 할 소수의 단원만이 남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급기야 인크레더블 서커스단을 컨소시엄으로 착각한 흡혈귀 군단이 습격하게 되는데...
공중그네를 타는 리지와 그의 파트너 진, 젊은 아크로바틱 기술자인 비스트리와 그의 누나 기프티, 맹수사육사 레이라와 오토바이 곡예사 쿠와이, 그리고 탈출 마술가 란도와 보조자 아야미는 각자의 기술을 살려 용감하게 흡혈귀와 사투를 벌인다.

귀가 찢기고, 복부가 관통되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전투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다소 잔혹하게 표현되면서 호러 영화의 장면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인간은 모든 걸 예상할 수 없어. 최악의 사태를 설정하고,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지. 그래도 실패해. 하지만 현명한 자는 실패의 위험 부담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지." 인크레더블 서커스단을 돕는 일본인 여행자 도쿠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를 제공하면서, <인외 서커스>의 후속을 기대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서커스단에서 함께 일한 동료이기에 이뤄낼 수 있는 감각과 작전으로 흉악한 흡혈귀와 싸우는 인크레더블 서커스단. "말도 안되는 상대에게는 말도 안 되는 방법을 쓰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전투가 책 전면에 멋지게 펼쳐 진다.
곳곳에 숨겨진 복선이라는 장치, 마지막까지 남은 미스터리, 그 속에 싹트는 '전우애'와 인간에 대한 '신뢰'가 <인외 서커스>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