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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 ㅣ 세라피나 시리즈 4
로버트 비티 지음, 김지연 옮김 / 아르볼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번에도 흑표범 소녀 세라피나는 '선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발톱을 드러내고 전력 질주한다. 세라피나 시리즈 4번째 이야기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은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star cluster)에 얽힌 설화, 켈트족과 드루이드교 사제들이 남긴 마법에 대한 전설, 세라피나가 살고 있는 빌트모어 대저택이 갖고 있는 비밀을 정교하게 엮어낸 미스터리 판타지다.
인간과 흑표범(퓨마)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소녀 세라피나, 영롱한 사파이어 눈빛을 통한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제시, 동물과 소통이 가능하며 치유의 능력을 지닌 세라피나의 가장 친한 친구 브레이든. 등장인물 소개만으로도 새로운 판타지로 몰입할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1900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의 빌트모어 대저택은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지만,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평화가 세라피나는 못내 불안하다. 빌트모어의 주인 밴더빌트의 조카이자, 세라피나의 친구인 브레이든마저 학업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 지금 세라피나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다.

빌트모어 대저택을 향해 달리는 열세 대의 마차 행렬. 한 명 한 명 대저택에 들어서면서 세라피나의 불안감은 점차 현실로 다가온다. 아무 관심없는 듯 세상을 둘러보는 제시와의 첫 만남은 닥쳐올 위기를 암시하고, 세라피나와의 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내가 원하는 삶은 여기에 있어. 너도 여기에 있고."
걱정에 휩싸인 세라피나 앞에 꿈처럼 나타난 브레이든. 잠시의 안정을 깨는 흰사슴의 등장은 곧이어 빌트모어 대저택이 마주할 무시무시한 사건의 출발을 알린다. 뒤이어 터져 나온 한 발의 총성.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 힘들 정도로 새하얀 사슴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브레이든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사슴을 치료하려 애쓴다. 이후 흔적도 없이 다시 사라진 브레이든과 흰사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분간되지 않는 혼돈은 그 범위를 점점 넓혀만 간다.
사냥을 떠난 빌트모어의 손님들과 빌트모어를 지키온 식구들이 하나 둘 정체모를 적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세라피나는 선량한 사람들과 빌트모어를 보호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 나간다. '누구에게나 해야 할 일이 있고 내 할 일은 이거야.'라는 신념을 갖고.
점차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세라피나는 자신을 숲 속에서 발견해 사랑으로 키워온 아빠에게 고심을 털어 놓는다.
"늪에 빠졌다고 포기해 버리면 어둠은 짙어지고 배고픔과 추위와 피곤함은 심해질 뿐이야. 지치고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가야지. 믿음을 가지고... 네가 아는 진실에 대한 믿음 말이다. 명심하거라. 유일한 탈출구는 정면 돌파뿐이야"

아주 크고 고약한 늪에 빠진 세라피나는 적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고, 죽음이 도처에 널려 있는 빌트모어를 구하기 위해 다시 이를 악문다. 도무지 늘어만 가는 여러 형태의 적,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점점 더해가고 읽는이는 더욱 이야기에 빠져 든다. 모든 혼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다시 뭉친 세라피나와 브레이든, 그리고 제시의 활약에 절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일곱 개의 별이 현실 세계에 투영하면 그 안에 깃든 마법도 함께 투영된다. 동시에 거울이 거울을 비추듯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도 그 마법 속에 투영된다.'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은 <헤리 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세상을 지키는 활약을 그려낸다. 우리가 존재하는 삶에서 반드시 아끼고 지켜야할 가치를 세라피나의 전투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세라피나의 가장 큰 무기는 무시무시한 어금니, 뾰족한 발톱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과 배움이라는 가치였음을 일깨워준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스승이 존재한다'는 세라피나의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눈부신 검은 털을 휘날리며 세상을 지키는 세라피나의 다음 활약역시 궁금해진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