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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중심도시 센다이(仙台). 그곳에서 보건복지사무소에 일하던 '선량한 사람'이 의문의 사체로 발견된다. 아사(餓死), 즉 굶어죽었다. 곧이어 또 한 명이 피살되는데 그는 지역에서 명망이 높은 '인격자'다. 마찬가지로 음식과 수분을 섭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말라버렸다.
센다이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東日本大地震)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이다. 당시 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간토(関東), 홋카이도(北海道)를 포함해 공식적인 사망자와 실종자만 1만8000명이 넘어섰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자연재해로 기록된다. 무너진 생활기반 속에서 국가의 사회보장제도에 기대야했을 사람들이 폭증했을 이유다.

나카야마 시치리(中山七里)의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원제:護られなかった者たちへ)>은 센다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회성 짙은 미스테리다. 겉보기에 멀쩡했던 피해자들이 굶어죽는 형벌에 쳐해진 이유는 무엇인지, 그들은 누구에게 이토록 깊고 큰 원한을 남기게 됐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책은 질문을 던진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에서 심신상실자의 무죄, 심신미약자에게 죄를 경감해주고 있는 일본 형법 제39조가 안고 있는 한계에 대해 신랄한 문제를 제기했듯,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에서는 헌법 제25조에 근거한 일본의 사회보장제도-기초생활보장과 유사한-에 도전한다.
삶을 지탱할 마지막 수단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은 기초생활 수급을 받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필사적인 힘을 다해 국가의 문을 두드린다. 모든 면에서의 자신의 무능을 증명해야만 하는, '악마의 증명'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억지로 버티며 누군가로부터의 보호를 바라지만 그마저 쉬운 일은 아니다. 공직 사회에서 쉽게 말해버리는 '예산과 인력의 부족'이라는 이유일터.
책은 제목 그대로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려, 나머지 것들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도 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연과 사건 속에서 분노와 갈등을 반복하며 탐독하게 된다.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가해자인지, 무엇이 정의인지 끊임없는 물음 속에 빠져든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기초적인 삶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증가하는 복지 요구와 이를 시행해야 하는 현실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비단 일본의 사회보장제도뿐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똑같은 고민을 던져 준다.
너무나 정상적인-다시 말해 실제로 존재하기 어려울 정도의 모범적인- 복지공무원 마루야마 스가오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초생활 보장제도는 어려운 사람이 굳이 사양하거나, 반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도가 아닙니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국가, 사회보장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메우는 역할과 책임역시 사람에게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