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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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가 되고 싶어요." - 우하라 마도카

"라프라스의 악마가 되는 데는 그만한 각오가 필요한 거야." - 아마카스 겐토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1749~1827)는 명저 <천체역학>을 통해 뉴턴 이래 태양 등 천체계에 관련된 많은 현상을 해명했다. 그는 천문학 뿐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 연구에 있어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라플라스는 특히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것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 속의 존재가 바로 '라플라스의 악마(Laplace’s demon)'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라플라스의 마녀(ラプラスの魔女)>는 이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하는 존재, 즉 라플라스의 가설을 토대로 탄생한 과학 미스테리물이다. 2016년 발표한 <아름다운 흉기>가 스포츠 과학에 의해 탄생한 육체적 괴물에 얽힌 서스펜스라면, <라플라스의 마녀>는 뇌의학과 물리학을 배경으로 태어난 정신적 초인(超人)에 관한 이야기라 하겠다.


'이래서 데뷔 30주년 기념 작품이구나!' 무릎칠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기존 가가 형사, 갈릴레오, 마스커레이드 시리즈에 비해 방대한 스토리가 얽히고 얽혀 마치 '소설 속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가 읽는이를 사로 잡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허라 할만한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사건이 펼쳐지는 것도 흥미롭다.


재해나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미리 막을 수 있었더라면'이라는 가정은 의미없는 고통으로 남아 한동안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런 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과 분석, 게다가 인간의 감성까지 더해진 존재가 나타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으면서 꾸준히 그 질문을 따라 간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뇌신경외과 권위자인 우하라 젠타로의 가족이 예기치않은 토네이도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저 불행한 자연재해였을 토네이도는 이 사고로 소중한 엄마를 잃은 마도카와, 가족의 비극적 비밀을 감춘 아마카스 겐토와의 인연을 만들게 되면서 인간 상식을 뛰어 넘는 미스테리로 독자를 몰고 간다.



온천마을에서 발생한 두 건의 황화수소 중독 사건의 진실을 좇는 나카오카 형사, 지적 호기심과 의협심이 충만한 지구화학전문가 아오에 교수, 천재 영화감독이자 겐토의 아버지인 아마카스 사이세이, 마도카의 호위무사인 전직 형사 다케오 도로우, 사악한 영화제작자 미즈키 요시로의 젊은 부인 치사토 등 등장인물 저마다 가진 독특한 캐릭터는 각기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며 더한 재미를 준다.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돋보이는 이유는 앞서 나열한 등장인물 각자가 가진 가족에 대한 이상과 현실에 대한 사연이 곳곳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없듯, 세상에 필요없는 가족역시 없다는 것을 책은 증명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책에서 '부성 결락증'이라는 다소 생소한 유전적 질병을 등장시킨 것도 가족의 중요성을 생각케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일본의 평론가 니시가미 신타는 <라플라스의 마녀>에 대해 수리학, 물리학 및 뇌의학과 SF, 마도카와 겐코의 가족 관계, 황화수고를 이용한 범죄, 두 주인공의 사랑과 복수 등 여섯 가지 주제를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평했다고 역자는 밝혔다. 필자역시 책을 넘기며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스노볼 어스 가설, 스트리트 캐니언 등 낯선 정의을 찾아 헤매야 했다. 기존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시리즈, 앞으로의 '라플라스'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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