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반란의 여름은 의외로 피서같은 시원함이 있는 책이었다. 17권에서는 다소 쓸쓸한 기분이 드는 엔딩이었는데 18권에서는 다시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의 기깔나는 도입부로 시작한다. 중세 배경의 권력암투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초반을 달리다보면 충성심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왕과 왕의 아우

왕과 가신

가신이 보여주는 충성심

눈 앞에서 섬기는 자를 잃은 기사의 고통과 복수

아버지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사랑하지만 방해되는 딸을 치워버려야 하는 상황


너를 사랑하지만 이런 건 좀 너무하지 않아?

너를 사랑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이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나는 끝까지 당신을 섬길 것입니다.

당신을 죽인 자를 찾아내어 복수하겠습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내가 방해된다면 나는 도망치겠다. 어디로든 가겠다.


이런 여러가지의 충돌 모두 결국 사람이 사람을 따르는 충성심, 로열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이 사람을 따르는 것은 그 기저가 어떻든 보는 것만으로도 충족감을 준다. 어리석은 사람이든 똑똑한 사람이든 그 마음의 충실함을 보고 마음의 끝으로 내닫는 그 모든 행동들이 포로와 인질협상, 전쟁과 거래, 충성심과 복수와 어우러져 중세 전쟁터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이 반란의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다보면

사건사고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는 캐드펠 수사의 체력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아니 전쟁터나 수색에서도 어떻게 빠지지 않고 이렇게 다니시는거죠. 옆을 따라 걷는 것을 때에는 그저 감탄만. 캐드펠 수사가 고생할수록 이야기가 재밌어져서 앞으로 남은 권수만큼에서도 이렇게 고생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 참여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욕망의 땅을 읽으면서 캐드펠 시리즈에서 기대하지 않은 키워드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부동산 이슈. 부동산 거래는 아니고 말하자면 교환이나 증여에 가까운 형태다. 수도원에 아주 좋은 땅이 교환의 형태로 귀속되는 일이 생겼다.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자는 얼마전에 수도사가 된 루알드 수사인데 그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 자기 아내를 억지로 떠났다. 재산도 가족도 버리고 수사가 되기 위해 떠나자 그의 아내는 길지 않은 시간 뒤에 그의 집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수도원의 것이 된 땅에서는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뼈밖에 남지 않은 그 여성의 시신에서는 어쩐지 루알드 수사의 부인이 연상되는 길고 검은 이방인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루알드 수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소망은 단순하다. 신의 사제가 되어 인생을 종교에 바치고 밝고 깨끗한 마음으로 섬기며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그를 온 마음으로 사랑한 한 사람의 삶은 완전히 파탄나게 되었다. 


하나의 가정은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공동체이다. 

경제공동체이기도 하고 안식처이기도 하며 한 집안을 크게 일굴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방인의 몸으로 단 한사람을 바라보고 결혼하여 주변과 제대로 된 커뮤니티를 형성하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남편은 신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버렸다. 자기가 밟은 땅에서 온전히 살아갈 방법을 잃은 한 여자의 삶을 읽는 기분은 다소 쓸쓸하다. 


땅은 하나의 장소일 뿐이고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중요하다. 살아갈 공동체를 잃은 사람은 고작해야 그 땅에 묻힐 수 있을 뿐, 삶을 살아내지는 못했다. 신을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었는지 되짚어봐야 이미 죽어버린 사람의 앞에서는 헛되다. 


땅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공동체와 사랑, 삶을 살아갈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과 그저 이렇게 사는 것을 끝내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하는 선택에 대해 읽을 수 있는 점은 재미있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렇게 권이 허투르지 않고 전부 각자의 깊이를 가지면서 재미가 있다. 21권까지밖에 남지 않았다니 아껴 읽고 싶은 마음과 빨리 전부 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싸우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은 좋아할 사람들이 딱 정해져있는 책이다.


첫 번째로는 추리게임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더 지니어스, 크라임씬, 여고추리반, 데블스 플랜 등등

독특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들이 게임을 하며 눈 앞의 문제상황에 대응해나가는 구조를 가진 예능을 좋아해온 사람들이라면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은 최근에 나온 미스터리 중에 압도적으로 재밌는 소설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원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미스터리를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도 재밌지만 정말 미치도록 좋아해서 이것저것 다 읽었으며 예전에 절판된 책도 읽었고 최근에 나온 책도 읽었으며 고전이고 현대고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미스테리를 읽어온 밀실미스터리 광인들이라면 이 책은 놀이동산처럼 신나는 놀이터 같은 소설이다. 그동안 보아온 고전 미스터리에 대한 오마주라든가 어디서 많이 봤던 캐릭터와 대사, 흔히 나오는 트릭들의 심화과정을 모아놓은 모습들은 재미있는 것 다음에 더 재미있는 것,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 다음에 더더더 재미있는 것이 등장하는 것 같은 흥분을 전달한다. 


세 번째로는 머리아픈 소설은 싫고 쾌적하고 단순하고 명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 많이 죽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단순명쾌가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이 소설은 정말로 단순하고 명쾌하고 재미있다. 코난이나 탐정 김전일 시리즈 만화를 보면서 머리아파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왜냐하면 코난과 김전일이 다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탐정이 아주 많아 수준으로 모든 사람들이 미스테리에 대해 쭉쭉 설명해준다. 심지어 살인당하는 사람들마저도!

그러다보니 추리가 어렵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라 쭉쭉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 복잡한 트릭들이 술술 풀려나가는 쾌감이 있다. 밀실추리? 어려운거 아냐?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에게도 아 이 미스터리 재미있네, 또 읽어봐도 좋겠네 싶은 단순 짜릿 명쾌 도파민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좋아할만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역시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즐겼던 사람은 아무래도 작가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미스테리에 대한 것, 그중에서도 밀실살인에 대해 이렇게나 웃기게 쓸 수 있다니. 읽으면서 계속 웃음이 터졌다. 밀실살인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쓴 밀실살인 유우머가 가득찬 소설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을 더운 여름 짜릿한 도파민 소설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친구들은 말했다. 

아직도 다카노 가즈아키를 읽지 않았느냐고.

나는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책이 많은데 한 작가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놀림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를 읽고 나서 생각했다. 

나는 바보였고 친구들은 천재였으며

다카노 가즈아키는 신이다..


추리소설과 괴담, 미스테리를 좋아하지만 주력으로 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소재의 특성상 불쾌한 이야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살해당한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는 추잡하거나 찝찝해지기 쉽고

복수와 증오는 억울함과 한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세상에 제때 알려지지 못해 미해결로 남은 사건들은 

사회의 행정력이 닿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원망이 해결되지 못한채 괴담으로 전락해 사람들의 입방아에나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는 그렇지 않다.

죽은 자에게 입이 없다는 관용어구를 비틀어 만든 표제작의 제목만 보아도

작가가 가진 자신만만함을 느낄 수 있다. 

추리와 미스테리가 가진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잃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균형의 추를 잃고 악인을 옹호한다거나 지나치게 긍정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다. 개인들의 싸움이나 원한, 사회가 만들어낸 균열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것이 인간이며 인간이 가진 면모들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성실한 방향으로 미스테리를 풀어낸다. 

장르 문법에 능숙하고 이야기의 맥락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독자들은 이 괴상한 이야기가 어디까지 달려갈지 모르는채로 화자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같이 뛰게 된다. 그 끝에 나오는 엔딩에 가서야 이런 이야기였어! 하고 깨닫게 되는데 그 결말이 기분나쁘지가 않다. 이야기의 끝까지 열심히 함께 달려간 독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재미있는 결말까지 준비되어 있다. 


개인과 사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커뮤니티와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바라보는 넓은 시선까지 느껴지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은 이번엔 무려 일본보다 먼저 발매되기까지 한다. 일본 작가인데 한국에서 먼저 책이 나오다니. 이런 특별한 이벤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기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친구들이 왜 다카노 가즈아키를 아직도 읽지 않았느냐고 말한 이유를 알았다. 그의 다른 책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대 문명의 이기는 잔혹하다. 핸드폰을 켜면 누군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삶을 접할 수 있다. 핸드폰의 전원은 절대로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고 재미난 이미지들이 공급된다. 

그리고 핸드폰의 액정이 꺼지면 검은 액정 위에 떠오르는 것은 현실에 발디디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현대인의 삶은 인터넷을 통해 내 손안에서 펼쳐지지만 절대 닿을 수 없는 화려한 이상과 검은 액정 뒤의 진짜 나의 삶 사이에서 부유한다. 

그렇게 현대인의 삶은 길을 잃는다. 도달할 수 없는 마음 속의 환상,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 것 같은 생각. 이러한 막막한 감정들은 어디에 말할 수 있을까? 말해도 누군가 들어주기는 할까? 


이런 막막한 감정들은 이 세상에 처음 나타난 것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라면 거친 현대사와 전쟁, 가난과 굶주림을 피해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전세계를 떠돌게 된 사람들의 역사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문학을 디아스포라문학, 이주문학, 이민문학이라고도 한다. 현대인들이 가진 이 막막한 감각이 디아스포라문학에서는 아주 익숙한 감각이다. 돌아가야 할 곳은 파괴되거나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집, 안락한 장소,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막막하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 


누구보다도 험악해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쉽게 다치고 아픔을 참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순간 어디에도 설 곳을 잃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은 그의 연약함을 숨겨준다.


우여곡절끝에 전세계를 떠돌게 된 여자가 있다. 이미 중노년이 된 여자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나 사진 하나를 건넨다. 당신에게 아이가 있죠? 어쩌면 이 아이가 너의 아이일지도 모른다며 그들은 그 젊은이를 만나 만날 약속을 잡아달라 부탁한다. 젊은이가 자기 엄마를 찾고 있으며 그게 당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검객들은 자신들이 죽인 사람의 아이를 거둔다. 그 아이에게 애정이 생긴다. 아이를 먼 곳으로 보내려하자 아이는 반항한다.


책 안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쓸쓸하고 길을 잃고 갈 데를 잃은 사람들. 서로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지만 정을 붙일 수는 없는 사람들. 


폴 윤의 <벌집과 꿀>은 완독 후에는 이 쓸쓸하고 막막한 감정이 어쩌면 현대인의 것만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과 애정과 희망은 이런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놀라움과 함께.


마지막의 옮긴이의 말은 책을 읽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위로한다.


"폴 윤의 소설을 읽다가 문득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된다면,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어 이 느낌을 전하고 싶어진다면, 아마도 당신 역시 조금은 길 잃은 사람일 것이다."


삶의 막막함에 말할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폴 윤의 <벌집과 꿀>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