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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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참여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욕망의 땅을 읽으면서 캐드펠 시리즈에서 기대하지 않은 키워드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부동산 이슈. 부동산 거래는 아니고 말하자면 교환이나 증여에 가까운 형태다. 수도원에 아주 좋은 땅이 교환의 형태로 귀속되는 일이 생겼다.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자는 얼마전에 수도사가 된 루알드 수사인데 그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 자기 아내를 억지로 떠났다. 재산도 가족도 버리고 수사가 되기 위해 떠나자 그의 아내는 길지 않은 시간 뒤에 그의 집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수도원의 것이 된 땅에서는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뼈밖에 남지 않은 그 여성의 시신에서는 어쩐지 루알드 수사의 부인이 연상되는 길고 검은 이방인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루알드 수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소망은 단순하다. 신의 사제가 되어 인생을 종교에 바치고 밝고 깨끗한 마음으로 섬기며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그를 온 마음으로 사랑한 한 사람의 삶은 완전히 파탄나게 되었다. 


하나의 가정은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공동체이다. 

경제공동체이기도 하고 안식처이기도 하며 한 집안을 크게 일굴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방인의 몸으로 단 한사람을 바라보고 결혼하여 주변과 제대로 된 커뮤니티를 형성하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남편은 신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버렸다. 자기가 밟은 땅에서 온전히 살아갈 방법을 잃은 한 여자의 삶을 읽는 기분은 다소 쓸쓸하다. 


땅은 하나의 장소일 뿐이고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중요하다. 살아갈 공동체를 잃은 사람은 고작해야 그 땅에 묻힐 수 있을 뿐, 삶을 살아내지는 못했다. 신을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었는지 되짚어봐야 이미 죽어버린 사람의 앞에서는 헛되다. 


땅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공동체와 사랑, 삶을 살아갈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과 그저 이렇게 사는 것을 끝내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하는 선택에 대해 읽을 수 있는 점은 재미있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렇게 권이 허투르지 않고 전부 각자의 깊이를 가지면서 재미가 있다. 21권까지밖에 남지 않았다니 아껴 읽고 싶은 마음과 빨리 전부 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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