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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주성철 지음 / 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부터 읽으려고 시도 하다 자꾸 딴 짓하게 되 이제서야 봤다.
심지어 홍콩 여행 당시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덕분에 왕가위감독 영화 촬영장소를 더듬었다.
<아비정전> 비오는 공중전화 박스가 있던 언덕 길에서
오지 않을 연락을 기다리는 유덕화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중전화박스를 상상하며 그 곳에 머물렀다.
뒷단의 화단만이 20여년 전 살수차로 물 뿌려가며 촬영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계속 이 곳을 다시 찾게 된다.
물론, 10년 전 홍콩여행에서도 그랬다.
<중경삼림>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에서 바라 보는 양조위의 집
왕정문이 종이비행기가 어딘가 날아 다닐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반복해서 이 구간을 탔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좋아했던 그녀
그리고 20대의 내 모습을 더듬어 보았다.
야외 에스컬레이터로는 800m 최장 길이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만큼
가이드북을 들고 다니는 많은 한국 관광객들과 마주칠 수 있다.
<타락천사> 지하에 위치 한 맥도날드
비오는 날 여명과 막문위가 함께 이 곳을 빠져나오는 장면을 참 좋아라 했다.
대책 없는 막문위 모습도 인상적이였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금성무를 좋아하는 그녀와 함께
반복해서 극장에서 봤던 영화였다.
그 맥도날드 앞에서 그녀와 영화봤던 코아아트홀을 기억해 보았다.
<화양연화> 장만옥과 양조위가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
그들의 촬영했던 장면의 사진이 걸려 있는 아래에 앉아
스테이크를 먹었다.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질문하고
상대의 취향이 아닌 남편, 와이프 취향에 맞춰 소스를 뿌려 주었던
그 장면을 떠 올리며 맛있게 먹었다.
혼자가 아니고 둘이 갔다면 화양연화세트, 혹은 2046세트를 먹었을 텐데...
이 레스토랑을 사랑한 왕가위는 <2046>의 한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양조위가 글 쓰는 장면
장국영의 마지막 장소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등
책 제목처럼 두 번째 가는 홍콩에서
이 책에 나온 장소를 찾아 다니며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저자인 주성철작가의 꼼꼼함 덕분이다.
혹시라도, 홍콩영화를 좋아하거나
홍콩을 방문하고 싶다거나 가진 못 하더라도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80년 홍콩 느와르영화들을 좋아했던 기억부터
90년 불어 닥친 B급 무비 주성치영화들까지 두루 섭렵하고
사랑한 저자가 찾아낸 촬영 장소들을 읽으며
홍콩 영화를 사랑했던 젊은 시절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홍콩영화에 대한 충만한 애정으로 이 책을 지은 저자 덕분에
홍콩을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을 가지게 된 거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시 홍콩을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