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
이명옥 지음 / 해냄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2003.12.07 일요일

다 읽고 퍼득 스친 생각은 '이 책은 잘 기획되고 포장된 책이다'라는 생각과 왜 이렇게 단숨에 읽혀 졌을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갤러리 기획자에서 미술관 관장으로 변화를 했다고 한다. 갤러리란 그림을 팔아야하는 책임이 있지만 미술관은 기획해서 보여주고 본 사람 스스로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유의 날개를 달고 이 책 역시 잘 기획해서 쉽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기획을 하기 위해 자료수집을 하고, 주제를 정하고, 주제를 뒷받침할 현실적인 근거를 취합하고, 분석하고 모으고, 하는 브레인스토밍과정을 통해 가장 강한 주제를 선정하여 주제에 맞는 분류를 하고 살을 붙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최종 메세지를 결정하고 주제에 맞게 하나 하나 풀어 나간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든 나의생각이다.하긴 그녀가 소설가가 아니니 당연한것 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빗나는 기획은 한편의 잘 기획된 책으로 그녀의 직업만큼이나 초보 미술 입문자에게 쉽게 다가서고 읽히게 만들었다.

한편의 논문처럼 사실성과 참고문헌을 참고하여 잘 기획되어 진 한권의 책, 미술 이해에 또 다른 관점으로 다가간 그녀의 시도가 참 싱그럽다. 재미있게 단숨에 그리고 이해 하지 못했던 고전 그림들 속에 숨어 있었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해가 갔다.

예술과 여자 뗄래야 뗄 수 없는 세상을 이끌어 가고 움직이는 존재들임을 확인하게 된다. 항아리, 뱀, 요부, 목욕탕, 거울, 강간, 발, 유방, 머리카락, 장미가 그림속에서 상징하는 의미를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한 것 같다. 막연한 느낌에서 아는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새삼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그림의 이해에 정답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림속에서의 상징성 역시 그림을 이해하는 보조 수단으로 필요 했는데 이번에 쉽게 알게 된것 같아 소득이라면 소득인것 같다.

올 봄 밀레전을 갔었는데, 북적이는 사람으로 그리 편한 관람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예술가들의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는 오늘날에 비쳐 보면 우리의 그림보는 시야는 아직도 초보수준에 머물고 있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 더 기억에 남는건 밀레전을 기획하면서 텔레비젼에서 본 인터뷰중에 파리의 거리 화가들에게 밀레를 아냐고 했더니 하나같이 모른다는 말을 했다. 참 놀라웠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라면 위대한 화가고 우리 같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삭줍기' '만종'등 농부들을 그린 그 화가를 화가가 모른다니 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대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우리 교과서의 진부함을 생각했다는것, 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달리가 나와 동시대에 산 초현실주의 화가란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실감했다. 1989년에 죽었다니 내가 사는 동안에도 이 위대한 화가가 함께 숨쉬고 있었다니 얼마나 놀랍고 야릇한가.?

이책 말고도 몇권의 미술 관련 책들을 사서 읽곤 했지만 이 책만큼 빨리 읽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제목 만큼이나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 내려간 이 책속에서 마지막에 던지는 한마디는 꽤나 솔직하고 고개가 끄덕여 진다. 우리속에 숨어 있는 관음증, 나르시즘, 욕망등에 대한 숨겨진 비밀들을 한 두 문장으로 표현하고 마무리하는 맛이 이책의 포인트다. 나도 미학을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인간의 두얼굴 그리고 표현된 그림,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각과 그림이 공개되었을때 또 달라지는 작품해석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내속에서 살아 있는 그림으로 다가오기 위해서 나의 감성 키우기에 좀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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