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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대급 '국민바보' 캐릭터는 거의 코미디계에서 배출했다. 예컨대 배삼룡, 이주일, 심형래, 이창훈 등이 그들이다. 기억에 남는 코미디계 외의 인물로는 <여로>의 장욱제 정도가 있다.
그런데 바야흐로 이들 막강 '국민바보' 캐릭터 아성에 도전하는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다. <뉴시스>는 그 '국민바보 박근혜'의 화려한 등장을 이렇게 보도했다. 두 눈을 씻거나 비빈 후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참모진이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파격적'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배후설'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의지했던 최순실씨가 없는 상황에서 '왕실장'으로 통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의 뒤에서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한 훈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뉴시스>, 2016년 11월 6일.
좀 심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뉴시스> 기사인즉슨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는 "참모진"이나 "배후"가 없이는 "'파격적' 조치들"을 내놓을 능력이 절대로 없는 '바보'사람이라는 말 아닌가? 말을 조금 바꾸면, <뉴시스>는 박근혜가 최순실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란 것 아닌가? 이쯤 되면 가히 모두가 인정하는 역대급 '국민바보'의 탄생이라고 할만 하다.
그런데 박근혜 '국민바보'가 지난 역대급 '국민바보'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건 지난 역대급 '국민바보'는 모두 설정된 캐릭터였는데 박근혜의 경우는 설정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대통령자리에 공주처럼 앉아 있는 국민바보'라는 실제상황!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에 따라 말해보자. 애초에 그런 말 못할 '불쌍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국가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적들이 알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 한데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기밀이 불과 며칠 사이에,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대부분 들통나버렸다. 그나마 청와대로서는 아직 '7시간 동안'의 국가기밀이 드러나지 않은 정도를 다행으로 여길만 하다. 어쨌거나 이제 사후조치도 할 수가 없다. 이를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프레시안> (2016년 11월 5일)은 지난 주말 5일 시위에서 "박근혜는 병원으로"라는 구호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박근혜가 단순히 '사이비종교'에 빠진 상태라면 병원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난처한 문제는 박근혜의 경우 '자신이 사이비종교에 빠지지 않았다고 믿는 국민바보'라는 사실이다.
나는 '바보'를 병원에서 고칠 수 있다는 말을 아직 못들었다. 따라서 박근혜는 병원으로 가더라도 '자신이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고 인정하는 국민바보' 정도의 상태로 퇴원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병원은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가 없다.
혹시 감옥은 '바보'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다소 모호하긴 한데 이런 경우가 다반사로 있긴 하다. 자신의 죄가 뭔지를 모르는 '보통바보'들도 감옥에 보내질 것같은 법정상황에 직면하면 마치 해탈한 사람들처럼 갑자기 머리가 맑아져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눈물로 뉘우치는 경우다. 그런 걸 감안하면 감옥은 '국민바보'를 '보통바보' 정도로 만드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종합하면 '박근혜문제'를 완전히는 몰라도 그럭저럭이라도 일단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감옥 둘 다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단 돌팔이와 떡검이 아닌 훌륭한 명의와 영혼을 가진 검사부터 우선 구해야 한다는 어려운 전제가 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대한민국에 정확한 '사망진단'도 못하는 돌팔이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훌륭한 명의도 잘 찾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본다. 한데 영혼을 가진 검사는? 그런 검사를 구하는 건 쓰레기통에서 산삼을 찾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본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우선 영혼을 가진 검사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이번 주말 12일에 광화문에 모이는 국민들이라면 우선 그런 특별한 검사를 만들어갈 능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기대된다.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6.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