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나는 독립적인, 그러나 고립되지는 않은 주체로서, 호남인으로서의 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특권을 원하는 게 아니라 평등을 원한다. 지역집단의 수준에서 하는 말이다. 왜냐고? 내가 호남 사람이기 때문에? 극히 부분적으론 그렇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내가 소박한 수준의 정의에 깊이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고종석, https://twitter.com/kohjongsok, 2016년 1월 20일.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수많은 여자남자사람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노무현 이데올로기=지역주의 양비론=친노 문재인 지지'를 자랑스러워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들 사이비 페미니스트들은 '친노(노무현) 이데올로기 신봉이 자랑스럽다면 논리적으로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여성주의 양비론 신봉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한다. 이런 집단지성(?)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니 때를 만나면 혹여나 '마초 페미니즘'도 유행하지 않을까 궁금하다.
친노는 호남의 반영남패권주의 투쟁을 의미 없는 '지역/지역'의 개싸움으로 비하한다. 만약 친노 이데올로기를 닮은 '남여성주의 양비론'이라는 게 있다면 (과문한 나는 그런 이데올로기적 족보가 있다는 얘길 듣지 못했다) 페미니즘 투쟁을 의미 없는 '성/성'의 개싸움으로 비하할 것이다. 그렇게 친노는 그들의 '지역주의 양비론'을 시대적 정의의 왕좌에 앉힌다.
가상의 논리라 해도 '남여성주의 양비론'은 긍극적으로 남성패권주의 체제를 도울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다. '지역주의 양비론'도 영남패권주의 체제에 투항하여 물심양면으로 그것을 도울 수밖에 없다. 친노가 장악한 거짓 정의의 폐해가 그러하므로 고종석은 구태여 '진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상식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것은 영남패권사회가 아니라 지역평등사회가 정의라는 상식이다.
한데 내겐 고종석의 위 트윗이 양심의 자유가 내지르는 슬픈 비명처럼 들린다. 단지 그 관점의 옳고 그름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한 개인의 "소박한 수준의 정의"감조차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설명할수록 더 이해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부정의 그 자체다. 말하자면 '남여성주의 양비론'이 아니라 '반남성패권주의'가 정의 아니냐고 설명(실천이 아니다!)하느라 우선 진을 다 빼야 하는 사회는 대체 얼마나 미개한가?!
이달 상순, 고종석은 자신의 트위터를 폐쇄했다. 그의 트위터를 1인 뉴스미디어로 생각했던 나는 여간 헛헛한 게 아니다. 사실 나는 그에게서 이젠 시대의 기억도 희미해진 지난 문인들의 향기를 느낀다. 아무나 흉내내기 힘든 대체 불가능한 문재를 느끼게 하는 그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건 청중으로선 거의 날벼락에 가깝다. 그가 언젠가 말의 기력을 회복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가 보는 상식적 세상을 함께 볼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6.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