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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의 성패는 ‘자기관리’에 달렸다


모든 유학생의 모습이 이처럼 흑백으로 나뉘지는 않겠지만

유학생활의 성공유무 는 “자기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공부라는 것이 원래 혼자 하는 것이지만 타국에서의 유학생활은 모든 것에 있어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부분까지도 혼자 결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목표가 없는 사람은 여간 해서 버티기 힘들다.

유학 생활에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의 권유로 왔거나 확실한 목표 없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유학에 있어 중요한 것은 몇 살에 떠나느냐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가지고

떠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학생활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도 있듯이 건강을 헤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이 또한 다른 사람이 지켜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역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 유학에 대한 환상을 품고 유학 길에 오를 것이다.

그 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결혼생활만이 현실이 아니라 유학생활도 현실”이라 고

 

 

-실력은 꾸준함 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정규어학코스를 받겠지만 과외는 필수입니다
.
학교에서 수업한 내용을 복습도하고 예습도 하면 도움이 되고
,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생활언어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습득에

과외가 참 좋습니다. 다만, 교포(조선족)은 좀 안됩니다.
의사소통이 쉽게 된다고해서 자꾸 한국어로 말하게 되고
,
과외비가 일반 중국인(한족)보다 최소한 3~5배정도 비싸게 받습니다
.
못하는 중국어로 질문하고 100%이해는 못하겠지만 수업방식에 익숙해지면
,
90%
이상 이해는 가능합니다.

 



첫째, 한국인과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


중국어 어학 연수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
대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어학연수과정은 주로 오전에만 수업이 있다.

수업이 끝난 다음, 주로 친한 한국인 친구들끼리 모여 이곳 저곳 놀러가다보면

정작 오전에 배운 중국어는 다 잊어버린다.

정말 중국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한국인 친구들끼리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맞어 맞어"하면서 동의하지만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본인이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고 부모의 강압(?)에 의해서든

아니면 학교(중문학과)의 방침에 의해 온 경우이므로

독한 마음먹고 중국어에 매어달리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둘째, HSK 공부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들어 미국에 영어 연수를 갔다고 치자.

황금같은 기회를 얻어놓고 정작 미국에 가서는 맨날 책상위에 앉아서 토플이나

토익공부에만 치중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오전에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각자 방에 책상에 앉아서

HSK 시험공부만 하는 학생도 많다.
남들보다 좀더 좋은 기회를 일찍 얻어 중국땅까지 어학연수를 왔다면,

말 그대로 어학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
HSK
시험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준비가 가능하며 한국에서 시험을 볼 수도 있다.

그러니 구태여 황금같은 중국연수기간 중에 시험공부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HSK
와 중국어 어학 실력은 별개의 문제이다.

HSK 점수는 그런대로 나오더라도 중국말은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중국 현지에 왔으면 되도록 어학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시간을 많이 안배하고,

HSK 시험 준비하느라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실수는 범하지 않도록 하라.


세째, 오전 수업시간 중에 배운 것은 오후에 반드시 써먹으라.


어학을 잘 하려면 일단 얼굴이 철면피라야 한다.

얼굴이 두꺼울수록 겁없이(?) 중국어를 잘 시도할 수 있다.

뻔뻔스러울 정도라 하더라도 어학을 익히는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수업후에는 책상에 앉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오전에 배운 표현을 오후에 나가서

써먹어보라.
필자는 중국어 연수때 주로 오후에 재래시장으로 나가서 엉뚱한 짓을(?) 많이 했었다.

솔직하게 자신이 외국인 유학생임을 밝히고 오늘 배운 것을 써보는 것이라고 하고나니

의외로 상인들은 호의적으로 도와주었고,

나중에는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오늘은 뭐 배웠나? 말해봐"하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특히 가죽지갑을 파는 아주머니하고 친했었는데, 가끔 같이 나갔던

백인 친구와 함께 한두시간 정도 가죽지갑 판매의 바람잡이 역할도 해드렸었다.

외국인이 떠듬대는 엉망진창 중국어로 물건을 파는 것이 중국인 손님 사이에서는

당연히 빅히트였었다.
어쨌건 그런 시간들 가운데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었다.

 

 


넷째, 중국인에게 말을 걸 때 좀 신경을 쓰라.


아무렇게나..... 다른 중국인이 말하는대로 흉내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물론 어학의 첫걸음은 원어민들의 말투를 흉내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
예를들면, 시장에 가서 사과를 산다고 할 때 가격을 어떻게 물어보면 좋을까?

일반 중국인들은 "제이거 도치엔?" 또는 "점머 마이러?"라고 말한다.

물론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흉내를 내본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하면 언제나 상인들로부터 들려오는 대답은 똑같다.

"얼마 얼마...." 라고만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10년이 지나도 그 이상의 표현은 배울 기회가 없다.

그정도 표현은 한국에서 책을 봐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그거 하러 중국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은 일단 기본적인 표현은 익힌 다음, 약간 신경을 써서 물어보곤 했다.
단순히 "이거 얼마예요?" 라고 물어보지 않고, "색깔이 좋은데 비싼가요?"라고 하거나

"물건이 좋아 보이는데 싸게하면 얼나마 싸게줄 수 있지요?"처럼 말이다.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결국에는 상인의 입에서 가격이 얼마얼마 라는 대답까지

끌어내게 하겠지만....

그 과정까지 다양한 표현들을 듣고 익힐 수 있는 말들이 상인의 입에서 쏟아진다.
만일 한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옆에 아주 아주 예쁜 같은 학과 후배를

만났다고 하자.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데 그냥 단순히 "너 예뻐"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 오늘 좀 달라보이는데"라고 하거나

"난 미인 앞에선 손을 떠는 버릇이 있는데..."라고 하면서 손을 덜덜 떨든가....
뭐 이렇게 돌려서 말하지 않는가!
중국인에게 말을 걸 때 단순하게 멋없이 이야기 하지말고 가장 기본적인 표현만 익혔다면......
그 다음부터는 좀더 생각해서 말을 걸어 보라.

그러면 분명 좀더 생각해서 나오는 대답들을 들을 수 있다.

 


여섯째, 짐작해서 듣지 말라.


리스닝의 기초는 "짐작"이다. 한문장을 들었을 때 100% 완전하게 알아듣기는 힘든다.

그래서 일단 큰 맥을 파악하여 대충 짐작을 하는 것으로 리스닝은 시작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렇게 하다보면 나중에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잘 못 알아 들었다면 되물어 볼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예를들어, 길을 가다가 목적지를 못 찾아서 중국인에게 물어 보았다고 하자.

일반적으로 중국인은 길을 가르쳐줄 때 참 성의없이 가르쳐주거나 아니면

잘 모르면서

대충 어디어디 거짓으로 가르쳐줘 버리는 중국인이 아주 많지만....

이건 예를 드는 것이므로 일단 성실한 중국인에게 물어보았다고 가정한다. 하하하.
"
시청을 어떻게 가지요?" 안되는 중국어로 겨우 겨우 물었는데 중국인은 쏼라쏼라

말을 많이 한다.
"
이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서 그 다음에는 왼쪽으로 가고 길 건너서

직진하고..... 쏼라.... 쏼라......"
중국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이 정도를 100% 못알아 들었다고 하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니까

대충 짐작하여 "... 스마? 셰셰"하고 돌아선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자존심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100% 다 못알아 들었다고 해서

그 중국인이 당신을 무시하던가?

오히려 그렇게 아는 척 하고 돌아서서는 길을 못찾아서 쩔쩔매는 당신을

더 무시하게될 것이다.
잘 이해를 못했다면 내가 아는 단어를 사용하여 다시 되물어 보라.
"
뭐라고 하셨죠? 이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지요. 그럼 그 다음에는요?"
이런식으로 하나 하나 다시 되물어서 재차 확인을 하는 습관을 길러라.

그러지 않으면 중국어를 배운지 10년이 되어도 중국사람이 하는 말이

100% 안들리고 50%정도만 들린다. 그리고는 짐작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면 나중에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도

별로 답답하지도 않고 또 오기도 없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이쯤되면 더 이상 중국어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중국어가 안들리면 답답해하고 속상해하고 이를 악물고 들으려는

악바리같은 근성이 있어야 어학은 정복된다.

일반적인 경우 그렇게 통밥으로 때려도 대충 대화는 진행되고 큰 실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게 잘 풀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중국에서 10년을 살았다면 10년 산만큼은 중국말을 잘 해야하지 않을까!
잘 이해를 못했으면 되물어보라. 내가 아는 단어를 써서 다시한번 되물어보라.

이것은 어학을 하는데 있어 참 좋은 습관이다.



여덟째, 조선족 과외교습(푸다오)은 별 도움이 안 된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없이 들어오다보니 수업을 못 알아들어 고생고생 하다가

결국 택하는 방법은 중국인에게 개인교습을 받는 것이다.

그 때 되도록 대학교에 다니는 한족 대학생을 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학생들은 학비나 용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니 비교적 적은 수업료를 지불해도

대개 환영하며 또한 친절하다.
그러나 조선족에게 중국어를 배울 경우에는 한국어(엄격히 말해 북한말)를 써가며

배울 수 있으니 좀더 유리하지 않겠나 싶지만 막상 겪어보면 그렇지 않다.
필자가 조선족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겠다.
그러나 각 대학교에서 어학연수 하는 한국학생 중에서 조선족에게 시간외 개인교습을

받는 한국학생은 거의 없다는 것만 알아두라.

 


아홉째, 중국어 공부에 100%를 투자하라.


많은 한국인 사업가들은 미처 중국어를 익히는 준비없이 들어오므로....

사업을 하면서 틈틈이 중국어 공부를 한다.

좀 과장하자면, 그렇게 공부하는 분들중에 제대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분을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다.
사업이 바쁘고 피치못할 사정이 자주 생기니 개인교습도 빠지거나 미루어지기

일수이고,

가르치는 중국인도 한사람만 앉혀놓고 가르치다보니 의욕이 떨어지고 체계가

없어지기 일쑤이다.
한국인과는 달리 미국인이나 일본인은 약간 다르다.

일단 사업이든 무엇이든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6개월이면 6개월, 1년이면 1년을 딱 떼서

중국어 공부에만 100% 매달린다. 그러다보니 중국어 실력이 잘 구비되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중국 사업이 아주 중요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 사업가 중에는 그렇게 먼저 일정 기간을 딱 떼서 100% 중국어에만

매달릴 겨를이 없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이다. 세상에서 한국 사업가만 바쁜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다만 그 우선순위가 한국인, 일본인, 미국인에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자.

내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6개월정도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간적 안배를

잘 못한다면...

결국 계속하여 무엇엔가 쫓기듯 살아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학은 짬을 내서 공부해서는 절대 정복할 수 없다.

반드시 전적으로 100% 시간을 투자하여 푹 빠져들어야 가능한 것이다.
다른 나라 기업들은 중국에서 도산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한국인은 아주 흔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조선족에게 속았느니..... 하는 문제는

다 언어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중국어 준비없이 시작하다보니 어쩔수 없이 조선족 통역을 고용해야하고,

그러다보니 한다리 건너서 일을 풀어나가야 한다.

당연히 시간도 늦어지고 오해의 소지도 많아진다.

그리고 회사의 기밀을 조선족에게 다 알려가며 일을 할 수밖에 없으니

그 사업의 기반은 내가 아닌 조선족의 손아귀에 달리게되는 것이다.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어를 먼저 공부하여 통역 없이도 일을 할 수 있게된다면

지금까지 발생한 사기사건과 사업실패는 절반이상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우물안 개구리같은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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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최연소 합격, 외시 차석, 행시 수석, 하버드대에 이어 예일대 법학석사, 컬럼비아대 법학박사, 미국 4개주 변호사, 세계 최대 로펌 B&M 근무…. 방송활동으로 낯익은 고승덕 변호사의 화려한 이력이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했기에 이런 빛나는 경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고승덕 변호사를 만나 그만의 ‘공부비법’을 들어봤다.

그는 우선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묻자 “주어진 환경은 누구나 다 똑같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로 공부를 잘 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주어진 환경은 학생 개개인의 조건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자

“공부를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가 더 참고 견디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이것이 공부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공부만큼 공평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하루는 24시간인데다, 남이 내 공부를 대신해 줄 수도 없기 때문에 자신이 혼자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너무 평범한 설명이다.

그는 고시 공부를 하는 동안 낮과 밤을 바꾸어 살았다. 밤에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24시간을 공부와 잠, 둘로 나눴습니다. 어두워지면 일어나고 밝으면 잠을 잤죠. 생체 리듬에 역행해 사는 것이 건강에는 치명적이더라고요.

가장 먼저 위장이 나빠졌어요. 그래도 설마 죽기야 하겠나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고변호사는 하루가 24시간 밖에 안되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따라서 공부 이외의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밥 먹을 시간마저 아까워 여러 가지 반찬을 칼로 잘게 썰어 넣어 여러 번 씹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되도록 한 ‘특제 비빔밥’을 개발할 정도였고. “비빔밥을 책상에 놓고 먹으면서 책을 봤습니다. 소화가 잘되 식곤증이 없더라고요. 식곤증으로 버리는 시간조차 아까웠어요.

인터뷰 전 고 변호사에게서 그만의 공부방법을 기대했지만 사실 그에게서 남들보다 뛰어난 공부 테크닉은 발견할 수 없었다.

오직 ‘이사람 정말 독하게 공부했구나’라는 인상만 받았다.

고변호사는 “공부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누가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느냐가 공부의 왕도입니다”고 강조했다.

고 변호사는 젊은이들에게 ‘노력이 기적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성공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며 포기하는 순간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남이 닦은 길을 가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혼자 결단하면서 헤쳐 나가야 하죠. 인생은 상대성 게임이며 위기는 기회입니다.

공부에도 이런 논리가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 싶어요.

출처[한국 고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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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 일본에서의 이치로는 비교를 불허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건 고스란히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엔 어떤 차이도 없을까?

 일본에서 뛰던 이치로와 메이저리그에서의 이치로의 차이가 있다면 말해달라. 

김성근 | ‘멘털’ 면에서 크게 바뀐 건 없다.

이치로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선수다.

미리 비교하면 이승엽과 이치로의 가장 큰 차이가 그거다.

이승엽은 결과를 쫓아 다녔고, 이치로는 과정을 봤다는 것.

안타를 때렸든 삼진을 당했든 문제 삼지 않고, 내 스윙을 했는가를 문제 삼는 게 이치로다.

말 그대로 완전주의자다.

반면 결과를 보는 이승엽은 아무래도 성적이 올라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엄격하고 연습량도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야구에 모든 걸 투자하는 것, 이치로는 그 부분에서 확실한 선수다.

굳이 미국에서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면 흔히 시계추 타법, 진자 타법으로 불리는 스윙 폼을

꼽을 수 있는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오른발을 당기는 각을 줄였다는 점이다.

거리를 줄인 거다.

일본 시절엔 그 각이 컸다. 이유는 미국과 일본 피처들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 피처들은 어깨 뒤에서 넘어오는 팔 스윙이 굉장히 빠르다.

반면 일본 피처는 늦다. 타이밍이 틀리다.

미국 피처들이 1-2-3으로 넘어온다면, 일본은 1-2-2-3으로 넘어온다.

그런 변화를 읽어낸 뒤 자신의 타격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오른 다리의 각을 줄인 거다.

또 하나는 일본시절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줄였다는 거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야구선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메이저리그에 가서 느꼈을 거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던 이치로가 원했던 건 이소룡 같은 몸매였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뒤로 줄였다고 들었다.

그밖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본다. 

GQ | 얼마전 한 스포츠 일간지에 실린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치로의 타격 스승이 재일동포 야구선수인 아라이, 한국명 박종률이라는 기사였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억지로 꿰맞춘 기사라는 시비도 있었는데….

 김성근 | 프로에 데뷔한 뒤 2~3년 동안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던 이치로가 2군에서 만난

감독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

당시 감독이 가와무라였다. 이 감독도 한국 사람이 아닌가 싶은데, 그 감독과 대화하면서

이치로가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고 들었다.

그 시절 이치로가 깨달은 가장 큰 내용은, 투수가 뿌린 공을 선으로 보다가 때릴 때는

점으로 봐야 한다는 거였다.

공을 선으로 보고 치면 단타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으로 보다가 점으로 보면 장타가 된다.

가와무라 감독과 이치로가 공감하고 감명받은 게 바로 그 내용이다.

지금의 이치로 타법, 그러니까 다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도 배트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그 시절 가볍게 시작한 게 지금처럼 된 거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하는 타법이 사실은 2군 시절 하던 거다.

말 그대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런 다음 1군에 진출하면서 만난 게 아라이다.

 GQ | 홈런킹에 도전했던 이승엽의 사례도 그렇고, 흔히 대기록을 앞둔 선수들은 엄청난

부담 때문에라도 성적이 멈칫하기 마련이다.

반면 이치로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기복이라곤 없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 않나? 

김성근 | 재미있는 얘기가, 이치로는 삼진 당해도 억울한 표정 안 보이고, 안타를 쳐도 즐거운 표정

안 보인다. 늘 포커페이스다.

매너가 좋으니까 심판들에게도 평이 좋고, 상대 선수들에게도 큰 견제가 없는 거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스무 게임 연속으로 안타가 나오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때도 이치로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자기는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단지 히트가 없었을 뿐이니까.

일본 시절 이치로는 연속 안타를 치고도 불만을 토로할 때가 있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히트를 쳐도 과정이 나쁜 것, 내 것이 아닌 게 나오면 불만스러운 거다.

 GQ | 이치로의 타격 테크닉과 관련된 질문이다.

그가 안타를 만드는 수준을 언급할 때, 투수가 공을 뿌리기도 전에 이미 상체가 1루를

향하면서 오른손목만으로 친다고 하는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스피드 볼을 감당하는 그 손목힘은 과연 어떤 수준이라는 건가?

김성근 | 그건 손목힘 때문이라기보다 앞 어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만한 연습을 했으니까 가능한 수준이다.

이치로의 타격 폼은 몇 만 번, 몇십 만 번의 스윙을 통해 완성된 거다. 가히 유전자가 된 거다.

물건을 보는 통찰력도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다.

타자는 움직이는 물체를 볼 경우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으로 봐야 한다.

이 능력이 뛰어나야 좋은 타자가 된다.

이치로는 이 능력 테스트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곱절이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체크됐다.

타자가 타석에서 눈 대신 고개를 돌리면 이미 그건 승부에서 진 거다.

 GQ | 앞서 완전주의자라고 평했지만, 그런 선수에게도 한두 가지의 단점은 있을 것 같다.

흔히 체력, 파워, 초구 선호가 단점으로 꼽히는데….

 김성근 | 체력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이치로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는 모든 라이프 사이클을 야구에 맞추고 산다.

술 안 마시고, 일찍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서 연습하고 시합 전에 연습하고 시합 후에

연습하는 스케줄을 정확하게 지킨다.

(GQ: 하지만 데이터만 놓고 보면, 매 시즌 9월쯤이면 급격한 낙차를 보이는 건 아니지만

타율이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

뭐 그럴 수는 있겠지.

시즌 내내 이동하는 메이저리그의 이동거리는 엄청나다.

그러다 보면 짧게 그런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단점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GQ: 1번 타자라면 초구 공략보다는 상대 타자를 좀더 괴롭히는 배팅을 해야 하는데,

초구에 지나치게 배트가 나가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그렇게 지적할 순 있지만, 초구나 투 낫싱 다음에 치는 건 별 차이 없다.

초구를 노리는 건 확실한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흥미로운 단점 하나를 굳이 언급한다면, 이치로의 몸이 굉장히 뻣뻣하다는 거다.

경기 장면만 보면 굉장히 부드러운데, 아침엔 상체를 굽혀도 무릎 아래까지 손이 내려가지 않고,

몸이 풀리는 오후가 돼도 땅바닥에 닿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머지 부분을 보강한다.

또 한 가지, 파워를 언급하는데, 이치로의 대답으로 대신하자.

이치로는 “난 홈런을 치려고 마음먹으며 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더 중요한 건 홈런이 아닌 히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거다.

 GQ | 이치로의 메이저리그행이 결정됐을 때, 김성근식 관점에서 평가한 성공 가능성은

몇 퍼센트였나? 솔직한 답변을 원한다.

 김성근 | 100%. 난 처음부터 이치로가 미국 야구와 상대했을 때 아무 어려움도 없을 거라고 봤다.

미국 야구의 스피드 볼에 대한 적응 능력이 있었고, 변화구는 일본 피처들이 더 좋으니까

더 문제가 안될 거였기 때문이다.

시범 경기를 치른 이치로도 그랬다. 그 정도 스피드는 치는 데 어려움이 없겠다고.

또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면, 이치로가 미국에 가서 두 번째 시즌을 맞았을 때,

당시 아메리칸 리그 타격 1위였던 매니 라미레즈가 이치로에게 스윙폼을 봐달라고 했다.

경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물었던 거고 이치로는 답했다.

결국 2002 시즌 수위 타자는 라미레즈가 따냈다. 이치로에겐 타이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지만 자기 플레이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선수다.

이런 에피소드만 봐도 이치로는 뭔가 다른, 굉장히 영리하고 냉철한 선수임에 분명한 거 아닌가.

 GQ | 대기록의 주인공인 이치로가 회자되면서, 인터넷에는 때아닌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과의

비교 논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가령 LG 이병규의 경우 공을 맞추는 재능만큼은 이치로보다 낫다거나,

기아 이종범은 삼진을 덜 당한다는 것 등등인데….

 김성근 | 너무 단정적이라고 비난당할지 몰라도 비교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삼진을 말하는데, 메이저리그에 처음 갔을 때 이치로가 당한 삼진은, 내 기억으론 36개 정도였다.

고등학교 시절 전 시합을 통틀어 이치로가 당한 삼진은 한두 개에 불과했다.

물론 이종범이나 이병규도 좋은 선수지만, 이치로에 비하면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비교 우위를 말하는 건 한국 매스컴들의 얘기일 뿐이다.

이치로는 체력, 기술, 야구를 추구하는 자세와 생각의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이치로는 캐치볼 하나에서도 그날의 컨디션을 조절한다. 던지는 볼 회전을 보고,

약간만 회전이 비뚤어져도 고친다.

우리나라 선수들 중 그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GQ | 보는 시각에 달라질 수 있는 평가라는 사람도 있다.

가령 텍사스 레인저스의쇼월터 감독은 이종범의 전성기 기량을 두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단 한 명을 데려가라고 하면 이종범뿐이다. 그는 이치로보다 잘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라고

 말한 일이 있다.

 김성근 | 이종범에게 몸쪽 공을 던지면 절대 못친다.

(GQ: 그건 빈볼 쇼크 이후의 얘기 아닌가?)

아니다. 빈볼 쇼크 이전이건, 이후이건 못 친다.

반면 이치로는 볼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친다.

선으로 가지고 왔다가 점에서 땅 치는 타자다. 그리고 이치로는 늘 그렇다.

이병규가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베스트일 때와 비슷하다고 말할 순 있지만

이병규가 베스트를 보이는 건 시즌 중 단 몇 번에 불과하다.

 GQ | 올 시즌 이치로가 세운 최다 안타 기록에 대해서 대단한 기록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꼴찌인 소속 팀이 미리 시즌을 포기했기 때문에 세운 기록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성근 |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한강에 빠뜨려야 한다.

이건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는, 84년 만의 기록이다. 그야말로 축제 아닌가?

이승엽이 홈런 기록 세웠을 때 딴소리한 사람 없었다.

미국과 한국 야구의 차이는, 미국은 같은 팀워크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선수들이 싸우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팀워크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처음부터 너무 좁혀서 간다.

쓸데없는 희생을 강요한다. 한국 야구가 다이내믹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다.

이치로도 당연히 자기가 이겨야 사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선수 자신이 우선 이기고 그것으로 인해 팀에 공헌하는 것, 그게 바로 팀 플레이다.

그게 바로 미국 야구에서의 ‘개인’의 개념이다.

 GQ |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야구의 또 다른 아이콘들인 마쓰이 히데키와 신조를

이치로와 비교한다면? 

김성근 | 단언하면 신조는 메이저리그에 갈 만한 선수가 아니다.

일본에서도 그다지 좋은 타자는 아니었다.

반면 마쓰이 히데키는 자기 걸 가지고 있는 선수다.

그 역시 일본에서 하는 스윙을 미국에선 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배트를 쥔 손목의 위치가 높았는데, 미국에서는 낮췄다.

그라운드 볼을 치기 위해서 그랬다.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2년쯤 지난 요즘엔 장타를 치기 위해 슬슬 손목의 위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GQ | 인터넷에 떠도는 타자별 유형 분석을 인용하면, 이치로는 대표적인 A-A 타입이다.

풀자면 하나의 구질이나 코스를 노리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것,

규정 스트라이크 존이 아닌 타자 스스로 스트라이크 존을 만드는 타입을 말한다.

 김성근 | 배팅의 측면에서 타자를 말하자면, 직구 타이밍에서 변화구를 때릴 수 있는 선수가

베스트 타자다. 가령 변화구 타이밍을 노리던 타자는 직구 타이밍이 들어오면 못친다.

볼이 빨라지니까. 타자는 늘 투수의 가장 빠른 직구 타이밍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거기에 맞춰놓고 그 다음에 변화할 때 따라가야 한다. 그게 제일 좋은 타자다.

두 번째는 자기가 치는 코스를 정해놓고 치는 선수다.

세 번째는 상태 피처가 뭘 던질 것이다를 계산해놓고 치는 선수다.

이 경우도 두 가지로 나뉜다. 막무가내로 직구 다음엔 변화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모든 데이터와 상황을 놓고 판단하는 경우다. 베테랑급 타자들이 그렇다.

예전에 한대화가 많이 했다. 박정태가 좋을 때도 그랬고, 마해영도 그런 스타일이다.

그 정도 클래스는 타율이 나쁘진 않지만 높은 타율은 나오지 않는다.

이승엽의 경우 그 정도 클래스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직구 타이밍에서 변화구를 칠 정도는 아니다. 이치로는 된다.

 GQ | 는 지난 4월호 스포츠 이슈에서 일본 현지의 야구 전문가들에게 이승엽의

올 시즌 성적을 전망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내용은 한국 야구팬들과 매스컴의 기대를 아쉬움으로 뒤덮기에 충분했다.

타율 2할8푼 안팎, 30 홈런이면 대성공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자국 매체가 아닌 한국 매체에 실린다는 이유로 후한 평가를 했다는 느낌이었다.

결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퍼시픽 리그에서의 이승엽의 올 시즌 성적은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수준이었다.

그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타자’ 불리는 그의 닉네임 탓이기도 했는데.

 김성근 | 지난해에 롯데에 입단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 일본야구를 쉽게 보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아시아 선수권 대회나 세계 대회에 나간다는 건 상대를 미처 파악하지 않고

경기를 치를 때가 많다.

그런 이유로 국제대회에서 잘한다는 건 상대가 몰랐기 때문에 잘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좀더 필요한 건 ‘멘털’보다는 기술이다. 이병규 같은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곧잘 성적을 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병규 역시 두 번째 게임쯤 되면 고전하기 시작한다.

이승엽의 경우도 국제 대회에서 마쓰자카의 공을 쳤다고 매스컴에서 떠들었지만,

마쓰자카가 일본야구의 전부는 아니다.

그 와중에 일본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마쓰자카의 비디오를 구해 분석 중이라고

매스컴에서 공개하는 등 모든 상황을 알려준 것도 마이너스였다.

상대로 하여금 투지를 불러일으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진출 전에 이미 일본 투수들 사이에서는 이승엽의 단점이 낱낱이 언급되고 있었다.

와봤자 어느 곳으로 던지면 치지 못한다는 등등. 물론 시범경기 직후인 4월까지는

스윙 폼도 커지고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일본야구와 한국야구의 차이를 이승엽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거다.

그 차이 중 하나가 투수들의 위기 관리 능력이다.

일본 투수들의 위기 관리 능력은 굉장히 뛰어나다. 왜? 제구력이 좋기 때문이다.

한국 투수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볼의 위력이나 제구력이 부족해서 실수할 경우가 더 많다.

그 와중에 이승엽이 쫓아다닌 건 결과였다.

홈런 56개를 친 아시아 최고의 홈런 타자였던 절정에서 내려오면서 조바심을 느꼈고,

그러다보니 자기 것이 안 나온 게 아닌가 싶다.

 GQ | 애당초 이승엽이 일본행을 선택했을 때는 먹힐 거라는 생각이었나?

 김성근 |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에 이승엽과 나눈 얘기지만, 자기 폼으로 치는 이승엽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단 하나, 그게 오래 가지 않는다.

5개월 동안 한 시즌을 치르면서 그런 폼이 몇 개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치로와 달리 결과만 나오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월을 넘기면서 시행착오가 생긴 이승엽은멘털’ 면에서 엄청난 부담을 느꼈을 거다.

그 과정에서 타격 폼을 이리저리 고치기 시작했고,

그걸 간파한 상대 투수들은 마구 들어오기 시작한 거다.

그게 올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얼마 전에 발렌타인 감독과도 이틀 동안 만났는데,

이승엽의 연습 부족을 지적하더라.

(GQ: 연습 부족? 국내 스포츠 매체에선 늘 그를 연습벌레라고 써대지 않았나?)

매스컴의 말일 뿐이다. 원래부터 별로 연습을 하지 않았다.

이승엽은 재질로 지금까지 올라온 선수지, 연습으로 올라온 선수가 아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연습은 연습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연습엔 피땀이 나야 한다.

앞서 말한, 메이저리그 수위 타자인 라미레즈도 매일 시합 전에 2백~3백개를 때린다고 했다.

수위 타자가 그렇다.

이치로도 하루에 4백~5백개를 친다.

예전에 왕정치도 시합 가기 전에 스윙, 경기장에 가서 스윙, 시합 끝나고도 스윙했다.

그것도 자기 집이 아닌 코치 집으로 찾아가서 했다.

그런 왕정치의 손엔 늘 반창고 투성이였다. 그렇게 잘 치는 선수도 그런 연습을 쉬지 않고 했다.

오치아이도 마찬가지였고. 연습은 그냥 하는 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내 것이 된다.

 GQ | 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일본으로 간 한국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멘털’을 지적했다.

이승엽의 부진 역시 ‘멘털’이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긴데.

 김성근 | ‘멘털’을 언급하기 전에, 어떤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태도를 말하고 싶다.

그 자체가 이미 약하다는 증거다. 정민태, 이종범이 그랬다. 이유는 아무나 붙일 수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제일 나쁜 건 자신의 ‘미스테이크’다.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보는 건 그래서 나쁘다.

투수가 실투한 공을 홈런으로 연결했다고 좋아하면 안된다.

그건 상대의 실수 때문에 생겨난 거다.

타자는 투수의 베스트 볼을 칠 수 있어야 하는 거다.

아무리 수위 타자라고 해도 1년 내내 2진급 투수한테 5할 치고,

에이스한테 2할 친다면 그건 좋은 타자 아니다. 그런 타자가 많다.

이치로에겐 그런 기복이 거의 없다.

 매스컴이 더 조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성적이 좋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나쁠 때는

 유난히 나라 탓, 환경 탓, 민족 탓을 하는 건 옳지 않다.

그건 야구와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들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모두 알고 간 거 아닌가?

한국 선수들에 필요한 건 현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순응의 미덕이다.

그게 없기 때문에 갖가지 이유를 대는 거다. 그건 ‘컨트리보이’나 하는 짓이다.

선동열은 그걸 탈피했기 때문에 성공했던 거다.

박찬호에게도 그랬다. 왜 인터넷 사이트에 글 올리고 그러느냐고.

박찬호가 싱싱하고 강할 때 그랬나? 그건 마음이 약해졌다는 걸 반증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승부는 끝난 거다.

 GQ | 누가 뭐래도 이승엽은 아시아 최고의 홈런타자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민타자다.

그런 이유로 내년 시즌 성적이 올 시즌과 똑같은 궤적을 그릴 거라고 상상하는 팬들은

별로 없을 거다. 내년 시즌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김성근 | 두 가지다. 연습 많이 해서 자기 베스트 폼으로 치라는 것.

발렌타인 감독이 그랬다. 이승엽의 베스트 스윙은 자기가 25년 동안 봐온 선수들 중

베스트 5에 꼽힌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게 1년에 몇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발렌타인도 인정하더라.

그런 스윙을 부단한 연습을 통해서 철저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합 때마다 맞닥뜨렸던 공 하나하나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라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사람은 결과가 좋으면 자신을 속이게 된다. 됐다, 싶은 거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럴 경우 길은 없다.

또 한 가지는, 발렌타인 얘긴데, 이승엽이 데드볼을 맞고 나서 무너졌다고 하더라.

물론 지금은 피할 줄 아는 요령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피할 줄 아는 요령이 아니라 상대의 수에 넘어가선 안된다는 점이다.

상대는 맞추기 위해 나온다. 당연한 거다.

한국 야구에선 올 시즌 내내 빈볼 가지고 시끄러웠는데, 빈볼도 야구의 하나다.

피처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던지는 거다.

맞았다고 피하기 시작하면 그건 타자가 지는 거다.

맞는 한이 있어도 정면 승부하고 때려내면 다음엔 안 던지게 돼있다.

이승엽은 그 정도로 강해질 필요가 있다.

상대 피처는 재미있게 던지는데, 타자는 피할 궁리만 하고 있으면 승부가 되나?

발렌타인 말로는, 이승엽과 처음 대면했을 때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더라고 했다.

눈을 피하는 것, 그건 자신이 약하다는 걸 알리는 거다.

물론 인간적인 면모는 최고라고 감독도, 프런트도 인정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인간성 좋다고 봐주진 않는다.

발렌타인 감독이나 롯데 구단 측에선 내년 시즌 이승엽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년 시즌은 전적으로 이승엽 자신에게 달려 있다.

사람은 어려울 때일수록 남에게 손을 벌리는 게 아니다.

그건 반복될수록 버릇이 된다. 그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삼성 라이온스 시절 이승엽에겐 박흥식이라는 좋은 타격 코치가 있었다.

 멘털’이건, 기술이건 모든 면에서 기댈 수 있었던 코치였다.

하지만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에겐 그런 코치가 없다. 당연히 덤벼들 곳이 사라져 버린 거다.

그런 상황을 직시하고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자다가도 머릿속에 퍼뜩 드는 생각이 있으면 시간을 불문하고 한두 시간이라도

윙을 하면서 자신의 것을 만드는 것, 그게 필요하다.

 GQ | 부록으로 삼을 요량으로 답변을 청한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메이저리거들의

올 시즌과 내년 시즌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김성근 | 다른 건 몰라도 올 시즌 서재응은 100% 안된다고 봤다.

이치로는 첫 해에 2백안타 넘고 신인왕에다 MVP까지 됐다.

그때 내년 시즌 목표가 뭐냐고 물었더니 ‘레귤러’가 되는 거라고 했다.

3년 제대로 해야 비로소 메이저급 선수가 되는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재응은 어땠나? 작년 시즌 성공하고 한국에 와서 온갖 매체에 얼굴 들이밀면서

자기 알리기에 급급했다.

이치로와 비교하면 올 시즌 성적은 자연스럽게 예상 가능했던 거다.

지난 시즌 서재응의 성공을 공략하기 위해 다른 팀이 얼마나 덤벼들겠나?

메이저리그가 그렇게 만만한 곳인가? 심하게 말하면 거긴 전쟁터다.

김병현도 마찬가지다.

심한 얘기 같지만, 아직까지 순수한 메이저리거로서의 면모가 없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와 트리플 A의 차이는 인간성 차이다.

똑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선수 인격에 따라서 올라오거나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새미 소사가 맥과이어하고 홈런 레이스를 펼칠 때 백인들은 노골적으로

맥과이어 편을 들었다.

거기에 대해서 소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게 메이저리거로서의 인간성이다.

소사는 모든 걸 감수한 거다.

그게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반면 한국 메이저리거들을 봐라. 누가 어떻고, 상황이 어떻고 하지 않나.

올 시즌 경기와 관련된 박찬호의 코멘트들은 개인적으로 참 불만스러웠다.

실수했다, 오늘 볼은 좋았는데 등등의 말을 했다. 경기는 졌는데도 말이다.

그냥 담담하게, 나 졌다고 하면 된다.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도 그랬지만, 올 시즌 박찬호에게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주변 상황과 사이좋게 마무리하려는 모습 같은 게 보인다.

예전 박찬호는 또박또박했다. 국내 야구인들과 연락도 없었다.

일종의 고립 상태였는데, 그건 좋은 거다.

자기 갈 길이 있는데 글 올릴 시간이 어디 있나? 그건 약해졌다는 증거다.

마음이 흐트러졌는데 어떻게 이기겠나?

올 시즌 시작할 때 관찰도 하고 얘기도 나눈 박찬호는 기술적으론 분명 올라왔었다.

부상도 완전히 회복했고. 하지만 문제는 ‘멘털’적인 면이 아니었나 싶다.

물고 늘어지는 투구를 해야 했는데….

최희섭도 그렇다. 변화구 못치는 건 100% 못치는 거다. 그는 배팅 폼 자체가 변화구를 못치는 폼이다.

낮은 변화구는 거의 헛스윙이다. 그걸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시즌 초반엔 조금 나아졌다 싶었는데, 조금 지나니까 또 이랬다 저랬다 하더라.

좋은 타자라면 그런 약점을 극복해놓고 당당하게 남에게 보여줄 줄 알아야 한다.

야구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자신만의 모습에 집중할 경우 적이 많아질 확률이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극복해야 한다.

한국 프로 야구만 봐도 개성강한 선수들이 여차할 때 뭔가 한다.

양준혁, 마해영, 김재현은 얼마나 강한가? 승부할 때 그들은 뭔가 해낸다. 그게 그 선수들의 매력이다.

박찬호의 매력은 사실 예전의 그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박찬호는 그런 매력이 사라지고 없다.

한국의 메이저리거들은시즌같은멘털’이라면 내년 시즌도 가망없다고 본다.

 

 

 editer | 문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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