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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지연리 옮김 / 창해 / 2026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달라진 나를 만나는 시간

나는 한 번 읽었던 책이나 한 번 봤던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면 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이야기는 그대로인데 그동안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장면에서 한참을 머물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곤 했다.
어린 왕자라는 책 역시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무척 반가웠다.
요즘은 바쁘다는 이유로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볼 여유조차 갖기 어려웠기 때문에
어린 왕자를 처음부터 천천히 따라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 자체가 꽤 좋았다.


그리고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외롭고 슬픈 이야기였다.
어릴 때의 나는 이 책을 조금 더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했던 것 같다.
작은 별과 장미, 여러 별을 여행하는 어린 왕자와 여우.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한 이야기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어린 왕자와 여우의 관계성이 좋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생각보다 더 슬프고 슬펐다.
어린 왕자는 언제 읽어도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름다움 사이에 자리한 외로움과 쓸쓸함이 더 크게 보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상처받는 마음이 있고, 관계를 맺는 기쁨만큼 그 관계 때문에 아파지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랑하면서도 떠나고, 결국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렸을 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해된다는 것이 묘했다. 책은 그대로인데 이번에도 읽는 내가 변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왕자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어린 왕자를 인생 최고의 책으로 꼽는 사람도 많지만, 예전에 읽었을 때도 지금 다시 읽은 뒤에도 나에게는 그 정도까지의 책은 아니다.
책이 별로라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취향이나 여러 가지 이유에 있어서 그렇다는 거다.
이번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고, 보이지 않았던 감정들도 좀 더 발견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나에게 어린 왕자는 여전히 한 번쯤 읽고 스쳐가도 괜찮은 필독서에 가깝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사랑해야 하는 책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만나본다면 자신이 지나온 관계와 사랑, 외로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스쳐간 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의 나처럼 말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잠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그래서 이번 독서는 어린 왕자를 다시 좋아하게 된 시간이라기보다,
오래전에 읽었던 한 권의 책을 통해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 시간에 조금 더 가까웠다.
문장도, 그림도 새롭게 번역하고 그려진 완역판이기 때문에 아마 어린 왕자를 좋아하고,
다양한 어린 왕자 책을 수집하는 분들에게는 꼭 소장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책 배면에 엣지 도색이 되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취향을 크게 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는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암튼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분들은 꼭 한 번쯤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