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메아리처럼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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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



평소 공포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라 처음엔 이 작품 역시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을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던 작품이었다.



검색을 통해 간단한 정보만 접했을 때는 형이학적이거나 저주라거나 유령이라거나...의 단어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기묘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디스 워튼의 '석류의 씨'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야기의 내용이나 주제 때문이라기보다는 묘하고 서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에는 여성들에게 반복되어 온 비극과 상처, 그리고 오랫동안 전해져 온 설화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품 속 여성들은 각자의 고통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서로를 기억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모습들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다.



특히 좋았던 점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이 책은 전형적인 공포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작품 곳곳에 깔려 있는 비극과 불안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서늘함은 때때로 공포 소설 못지않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귀신이나 괴이한 존재가 주는 두려움보다는 현실 속에서 반복되어 온 차별과 억압과 상처들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단순히 흥미롭다는 감정에 그치지 않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철저히 여성들에게 집중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주인공도 여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이 더욱 깊게 와닿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희생 당하는 여성들, 그런 여성들이 나오는 다양한 설화와 이야기들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는 이것이 단순히 여성만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결국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

사회 속에서 쉽게 지워지고 잊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여성 서사인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약자들을 함께 아우르는 이야기로 읽혔다.


또한 여러 인물과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구성 역시 매우 매력적이었다.

누군가의 상처와 기억이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들이 다시 다른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주인공인 엘사의 이야기에서 매번 반복되던 단어이기도 했지만... 울려 퍼지고, 반복되는 그것의 상징이 무엇인지 생각될 법해서

이 책의 제목으로 왜 '우리, 메아리처럼'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성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사회 속에서 반복되어 온 이야기들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읽는 동안 재미와 몰입감도 충분했지만, 무엇보다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겨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표현력이 좋았다.

물론 원서가 아니라서 번역가님의 영역이겠지만, 책속의 묘사력이 너무나 훌륭했다...

(중간 중간 나오는 폭력적인 언사들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뜬금없이 왜 '슬픔 하는' 중이냐는 문장이 갑자기 떠오른다.

우리는 왜 항상 '슬픔 하는' 중일까 생각해보면 나는 이 책 속의 사람들만큼 징그러울 정도로 버거운 삶을 사는 것 같진 않은데..

그들보다도 발버둥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금은 부끄러웠다. 이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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