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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 - 메시지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명언의 힘
김정미(조안쌤)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하루를 다잡아주는 손글씨의 힘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고전 필사는 단어에 꽂혀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봐서는 당연히 진짜 고전에 나오는 문장들을 베껴 쓰는 책일 줄 알았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마주한 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이라기보다, 명언이나 마음에 힘을 주는 짧은 문장들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게 정말 고전 필사야??라는 의문도 들었고, 무엇을 골라 써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왼쪽 페이지엔 힘을 주는 긴 문장이 있었고, 오른쪽 페이지엔 상단엔 명언과 한두 줄의 이야기, 그리고 아래엔 글을 쓰는 공간이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따라 써야 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결국 나는 고민 끝에 책 속 문장을 하나하나 다 필사해 보기로 했다.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길고 긴 문장들을 따라 쓰면서 손가락도 많이 아팠고 괜히 이걸 다 쓰기 시작했나? 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고전이라는 이름에서 기대한 것과는 달랐지만, 쓰다 보니 그 안에 담긴 의미가 글씨와 함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손끝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다 보면, 단순히 문장을 읽을 때는 흘려보냈을 말들이 내 안에서 울림이 되어 자리 잡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고전 필사라는 제목과는 조금 어긋나는 구성은 아쉬웠다.
고전 문장들을 읽고 따라 쓰고 싶어 이 책을 펼친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곧 이 책의 한계라기보다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도 느껴졌다.
고전을 읽는 것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명언과 문장들 덕분에,
오히려 필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부담 없이 손을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좋았던 건, 필사를 하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졌다는 점이다.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자극적인 정보에 휩쓸리며 정신이 산만해지곤 한다.
하지만 종이에 펜을 대고 글씨를 따라 쓰는 그 순간만큼은, 외부의 소음이 모두 멀어지고 오롯이 나와 글자만 남는다.
글씨를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글자들이 다시 나를 정리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베껴 쓰는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은 마음을 다잡고, 흩어진 생각을 모으고,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는 완벽한 고전 필사집은 아니지만, 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작은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다 잡을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