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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흔히 가볍고 쉽게 읽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 소설들은 짧은 호흡과 빠른 전개, 또래 인물들의 대화와 갈등을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도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그런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다.
실제로 문장은 술술 넘어가고 사건은 흥미롭게 전개되며 긴장감 있게 이어져 한 번 잡으면 쉽게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덮고 나서는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인 ‘악플’이 가진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출간된 이후로 16년째 청소년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냈다.
악플, 사이버폭력, 왕따 등등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문제가 되는 것들이라서 공감하기가 쉬웠는데,
학교와 온라인을 주 무대로 해서 누군가 재미 삼아 달아놓은 짧은 댓글, 순간의 분풀이로 남긴 말,
혹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행동이 결국은 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삶 전체를 뒤흔드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자아가 아직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도 크게 흔들리고 작은 소문에도 쉽게 무너진다.
하물며 불특정 다수가 지켜보는 온라인 공간에서 쏟아지는 악플이라면 그 충격은 감당하기조차 어렵다.
작가는 이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주면서도 지나치게 무겁거나 훈계조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았다.
그래서 청소년 독자들은 거부감 없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악플을 남긴 인물들이 결코 특별히 악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저 순간의 충동이나 농담처럼 가볍게 던진 말일 뿐이었는데, 결과는 너무나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무서움이 드러난다.
익명성은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책임을 희석시킨다. 현실에서라면 쉽게 내뱉지 못할 말도 온라인에서는 가볍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은 공중에 흩어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깊은 흉터가 된다.
책 속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혹시 무심코 남긴 말로 누군가를 아프게 한 적은 없을까?"
"내가 가볍게 던진 한 줄의 댓글이 어떤 사람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은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단순히 악플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구들 사이의 갈등, 오해, 화해, 그리고 성장이 함께 담겨 있다.
덕분에 이야기는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오고, 독자는 단순히 악플은 나쁘다라는 교훈을 넘어서서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청소년 독자라면 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성인 독자라면 학창 시절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세대를 넘어 누구나 곱씹을 수 있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나 역시 불과 몇 개월전부터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핑계로 자신들은 숨기고, 나의 정보를 올리고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법적으로 대응에 사과를 했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정보는 숨긴 SNS를 이용했다.
그들은 개인정보를 유포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 해서는 안될 끔찍한 일들까지 말을 꺼냈다.
보통은 'ㅈㅅ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권리로 남에게 목숨을 끊으라는 말까지 하는지,
저주를 퍼붓는진 모르지만 언젠가 자신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아무튼 책장을 덮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아무래도 '조심스러움'이었다.
내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또 한 번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말의 무게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
읽는 내내 학창 시절 무심코 던졌던 말이나 장난처럼 했던 행동들이 혹시 누군가에겐 큰 상처로 남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고,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SNS와 온라인이라는 더 넓은 무대에서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는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어른들에게는 다시 한 번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