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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정교한 삽화와 화려한 옷의 향연
-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상상력 넘치는 책

처음 '금수 의복 경연대회'를 받았을 때,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양장본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주는 묵직함과 만족감이 있었고, 표지와 내지도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어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설렜다.
요즘은 전자책으로 빠르게 읽는 경우도 많지만, 이 책만큼은 꼭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드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정교한 삽화였다. 단순히 내용을 보조하는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일부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들이었다.
의복을 묘사한 장면을 읽고 나서 삽화를 보면 글과 그림이 서로 보완하며 완벽한 하나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남았다.
다 읽고 난 후에도 나는 책을 덮지 못하고 삽화만 다시 넘겨보았다.
어떤 선으로, 어떤 디테일로 그려졌는지 눈길이 자꾸 머물렀고, 또 그것을 어떻게 문장으로 풀어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에게도 보여드렸는데, 엄마 역시 "그림이 세밀하고 특징 표현이 잘 되었다고, 참 괜찮은 책이네"라고 감탄하셨다.
세대가 달라도 감각적인 그림 앞에서는 똑같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삽화만이 다가 아니었다. 이 책의 매력은 본문 속 의복 묘사에서도 또 한 번 드러난다.
의복경연대회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옷들은 글 속에서 살아 움직였다.
책 속에서 의복을 묘사하는 문장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옷감의 질감, 자수의 무늬, 장식의 화려함이 글자 속에서 살아났다.
단순한 텍스트의 묘사를 넘어서서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힘이 있었고, 나는 실제로 화려한 패션쇼의 객석에 앉아 옷을 감상하는 관객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 마음속에서는 늘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았다. 이 옷들을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라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옷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이렇게까지 환상적이고 정교하게 끌어올린 작품은 흔치 않다.
단순히 옷이 아니라 상징적이고 화려한 세계관 속에서 의복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수많은 동물과 의복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한 편의 패션쇼 같으면서도 동시에 거대한 설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패션쇼이자, 감각적인 판타지 무대라고 부르고 싶었다.
이 책은 쉽게 넘길 수 없는 책이다. 읽다 보면 문장과 그림이 던지는 밀도 높은 상상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고, 그림과 문장에 대한 미련이 발목을 잡는다.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그림을 먼저보고, 문장을 먼저보고, 그림과 문장을 비교해보고 몇 번이나 페이지 페이지마다 머물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본 것이 아니라, "책이 줄 수 있는 경험의 끝"을 맛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가 동시에 충족되는 드문 책이었다.
삽화가 전달하는 시각적 충격과 문장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파동이 맞물리며, 자신도 모르게 그 세계 속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보고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책. 그래서 이 책은 독서 후의 시간이 더 즐거운 책이었다.
이 책은 결국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을 넘어, 상상력의 무대를 펼쳐 보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읽는 동안은 물론이고, 다 읽고 난 후에도 그림과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 재생된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이 책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겠지.
문학과 예술이 만났을 때, 그리고 그것이 정교하게 엮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이 책이 보여준 것 같다.
나에게 '금수 의복 경연대회'는 단순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하나의 전시회, 하나의 패션쇼 같은 경험이었다.
언젠가 다시 꺼내 보고 싶고, 책장에 오래도록 두고 싶은 책.
나는 앞으로도 가끔씩 이 책을 펼쳐 삽화를 들여다보고, 화려한 문장을 곱씹으며 또다시 상상력의 무대로 들어갈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감탄하게 하고,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책이고, 패션, 판타지, 감각적인 묘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만나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