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의 동물수첩 - 인생에 꼭 한번, 사막여우와 카피바라에게 말 걸기
박성호 지음 / 몽스북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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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 동물, 그리고 오래된 꿈의 부활

- 여행보다 따뜻한 만남, 동물과 함께한 기록



책장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단순히 누군가가 여행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 많은 곳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마주한 수많은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나를 흔들었다.

내가 언젠가 꿈꿨던 길을, 누군가는 실제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오랫동안 책장을 붙들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많이 키우기도 했었고, 지금도 도마뱀과 달팽이, 팬더마우스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와 함께한 16년은 내 삶에서 가장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단순히 활자가 아니라,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느껴졌다.

여우, 말, 돌고래처럼 내가 좋아하는 존재들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동물 친구들이 등장할 때는 특히 더 반가웠다.


​읽는 내내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책 속 동물들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유쾌한 시선 덕분이었다.

마치 친구가 여행담을 들려주듯 편안했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사람은 복잡하고 힘들지만, 동물은 늘 유해하다라는 내 오래된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인간 사회의 관계는 언제나 어렵고 지치게 하지만, 동물들의 세계에는 꾸밈이 없다.

동물들은 그저 맹목적으로 사랑 만을 준다. 그 단순한 존재감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으면서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나는 여성이고, 그래서 현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다고 손꼽히는 한국도 여성이 타깃인 범죄가 많다.

물론 해외는 누구나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여성보단 편하게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위험과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님이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이 더욱 대단해 보였고, 나로서는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부러움은 배가 되었고 씁쓸한 체념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 뒤에는 묘한 위로가 따라왔다. 누군가 용기 있게 세상으로 걸어나가고, 그것을 기록해 준 덕분에,

내가 직접 가지 않아도 여러 나라의 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 속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여행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서 있는 듯한 몰입이 생긴다.

동물이 무심하게 건네는 눈빛, 사막을 달리는 여우의 가벼운 발걸음, 초원을 가득 메우던 바람까지 고스란히 옮겨온 듯했다.

색다른 삽화들은 눈까지 즐겁게 만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내가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오랫동안 도시의 일상 속에 묻어둔 본능과 꿈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내 안에 오래 묻어둔 꿈을 다시 꺼내어 보게 만들었다.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마음, 동물 관리사가 되고 싶었던 열망

그리고 언젠가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동물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던 꿈.

책을 읽는 동안 그 모든 조각들이 다시금 선명하게 살아났다.

당장은 갈 수 없는 길일지라도,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동물에 대한 사랑, 자유를 향한 동경,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용기에 대한 기록이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속이 조금은 투명해진 것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흐리지 않은 샘물을 한 모금 마신 듯,

내 안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나도 언젠가, 나만의 방식으로 동물들과 더 가까이 만나고 싶다는 다짐을 새겼다.


​뜨거운 햇살, 초원의 바람, 그리고 수많은 생명들이 내 마음속에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이 책은 내게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오래된 꿈을 다시 꺼내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언젠가는 나도 언젠가 길 위에 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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