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 독송과 다라니 기도를 위한
상욱.현안 옮김 / 위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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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경전, 그러나 따뜻한 문장

- 읽으며 기도하고, 천천히 수행하고



나는 무교다.

하지만 종교적인 분위기 중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사찰을 말한다.

기독교와 천주교를 믿는 가족도 있고, 나 역시 성경을 가까이해보려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나를 가장 안정시키는 건 사찰의 풍경이었다.

사찰 마당을 걷고, 부처님 불상 앞에서 조용히 인사하고,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탁 소리에 마음을 비워보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접한 책이 바로 위앙북스에서 출간한 '독송과 다라니 기도를 위한 여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이다.

줄여서 '약사경'이라고 불리는 이 경전의 이름은 어렴풋이 들어본 적 있지만, 실은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몰랐다.

금강경, 반야심경, 천수경 정도만 이름을 알고 있는 내겐 이번 독서가 일종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경전이 아니라, 독송하고 기도하는 실천서처럼 구성되어 있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기에 좋았다.

무엇보다 약사경에 나오는 부처님이 '약사여래'라고 말 그대로 약사, 의료의 전반을 뜻하는 부처님이라 '치유 수행'이라는 말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고 병들기 쉬운 요즘, 경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를 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책을 펼치자마자 느낀 건, 굉장히 정갈하고 품격 있는 책이라는 인상이었다.

양장본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 왼쪽에는 해설, 오른쪽에는 원문이라는 구성도 참 친절했다.

하나의 구절을 눈으로 읽고, 해석을 곱씹으며 다시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니 내용이 훨씬 잘 와닿았다.

불교 경전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지만, 최소한 내가 지금 읽는 문장이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더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정확하게 기도하는 방법도 읽는 방법도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배울 수 있는 건 많았다고 자부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수록 문장의 울림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의례적인 종교 관념의 기도문처럼 다가왔던 문장들이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점점 나에게 진정한 뜻에 대해서 말을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라니 구절들은 마치 내 안의 불안을 잠재우는 주문처럼 다가왔다.

나는 아직 수행자도, 독실한 불자도 아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이 책을 마주하고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행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읽으면서 마음속에 가장 많이 떠올랐던 단어는 역시 치유였다.

여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은 단순히 병을 낫게 해달라는 바람이 담긴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마음의 병을 먼저 살피고, 나와 이웃, 세상에 빛과 평안을 기원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 메시지가 참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신앙심보다 마음가짐을 먼저 챙겨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으로, 경전을 필사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성경 필사를 하듯, 나도 이 경전을 한 줄씩 적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건 단순한 글쓰기나 따라 쓰기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이 순간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

필사는 어쩌면 그 묵묵한 수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여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은 분명 경전이지만, 일상 속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느꼈던 건 그저 마음이 조금 더 맑아졌다는 것과 조용히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생겼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고요가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했다.


불교에 뜻이 있는 사람, 불교에 관심이 있거나 경전, 경문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보고 싶다.

많은 가르침,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진 못하지만 무언가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그 어려운 불교의 틀을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나 역시 불교의 가르침이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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