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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기약없는 이별
진현석 지음 / 반석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읽는 내내, 나는 울었다.
- 그 섬의 이름은 다카시마였다.

외딴섬 기약 없는 이별은 참담하다.
그리고 조용히 무너진다. 한 장, 또 한 장 넘길수록 마음에 거센 파도가 밀려왔다. 너무도 선명한 고통.
이 책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기억의 현재형이다.
진현석 작가님의 이 소설은 일제 강점 시기, 조선인 청년들이 강제 징용되어 끌려간 일본 나가사키 근해의 작은 섬 '다카시마'를 배경으로 한다. 많은 사람이 '군함도'라고 알려진 하시마섬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지금에서는 관광지로 소비되어서 검색만 해도 쏟아지는 사진 속 모습도 익숙하다. 그러나 이 책이 조명하는 다카시마는 군함도보다 더 잊혀진 장소였다. 말 그대로, 죽어야만 나올 수 있었던 그 '외딴섬'의 이야기
소설은 한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기영은 일본으로 떠난 형을 찾아 가족 몰래 오사카로 향하며, 자신도 모르게 이 거대한 비극에 휘말린다. 그리고 그 이후는,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를 정도로 수많은 얼굴들이 차례로 등장했고, 다카시마에 갇힌 이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두 실존했던 이들이다. 이 소설은 그냥 단지 이야기라기보다, 누군가들의 기록이다.
논픽션 소설이라는 말이 이 책의 무게를 말할 수 없이 더 깊게 만들고 마음 아프게 만들었다.
읽으면서 나는 수없이 울었다. 감정적으로 무너졌고, 또 무력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조용히 지워질 수 있었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끝없이 머릿속을 울렸다.우리는 왜 항상 이런 역사를 뒤늦게야 알게 되는 걸까?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진실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이 어둠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일까? 너무 끔찍했다.


강제 노역, 굶주림, 구타, 실종, 죽음.
수많은 이야기들이 내 속으로 들어와서 정말 어지럽고 참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아팠던 건, 살아남은 사람들이 안고 갈 죄책감과 자책과 고통이었다.

작가님이 직접 일본을 여러 계절에 걸쳐 방문하고, 생존자들과 유족을 만나 나눈 인터뷰는
이야기의 틀을 넘어서 기억의 조각으로 남는다.
다카시마의 탄광에서, 한 명씩 죽어 나가는 동료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이들.
도망치다 붙잡혀 목숨을 잃은 사람.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
가장 고통스러운 건, 누가 죽었는지조차 모른 채 그 자리를 비워둬야 했던 기억이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우리는 이 역사를 모르고 있었을까? 왜 이토록 쉽게 잊었을까?
왜 지금도 군함도와 그 근처 섬들이 관광지로만 소비되고 있을까?
화려하게 포장된 사진 아래, 그날의 고통이 묻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무서웠던 건, 이 모든 고통이 시간이 지나며 "무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슬프고, 무서웠고, 고통스러웠다. 읽고 난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울컥거린다.
외딴섬 기약 없는 이별은 단순하게 그때 그 사람들이 당한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알려주려는 책이 아니다.
그 고통이 어떻게 지워졌는지를, 우리가 어떻게 또다시 잊고 있는지를 묻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속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사람들에게 이 책은 늦은 위로이자, 작은 애도의 꽃 한 송이 같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읽고 기억해야 할 기억의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