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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라이언 - 스스로를 찾아가는 라이언의 모험
카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벽에 걸린 꿈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포기하려 했던 꿈, 꿈을 지켜주려는 사랑, 그리고 라이언의 작고 단단한 용기

'그래도 라이언'은 카카오 프렌즈의 프리퀄 웹툰으로 3월부터 연재되고 있었던 웹툰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이다.
웹툰이지만, 대사가 없이 일러스트만으로 연출을 시도한 작품인데, 서양의 그래픽 노블과 비슷하게 통 일러스트를 사용했다는 점이 재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대부분 대사가 없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몇 장의 짧은 설명을 제외하면 오롯이 그림만으로 감정을 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말 없는 이야기들이 더 마음에 깊이 스며든다. 라이언이라는 캐릭터가 원래 그런 존재이기 때문일까?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 깊고 다정한 사자, 라이언의 이야기는 목소리가 없어도 온기가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 라이언의 일상을 그려낸 것이 아니다. 처음엔 꽤 엉뚱한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야기에 많은 감정과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생각보다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는 더 무겁고 묵직한 존재였다.
언제나 둥둥섬을 탈출해서 떠나고 싶었지만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왕위 계승을 결심한 라이언과 그런 손주의 마음을 이해하고 기꺼이 대신 왕관을 쓴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찾아 나아가는 갈기 없는 사자 라이언의 이야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세계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라이언이 자신의 꿈을 사진으로 만들어 벽에 액자로 걸어둔 장면이었다. 액자 속엔 라이언이 세계 곳곳을 누비는 상상 속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귀엽기보다는 먹먹함이 먼저 밀려왔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렇게라도 꿈을 품고 싶었을까?
너무 오래 바라기만 하면, 꿈은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결국 벽 속에만 남는 환상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라이언은 끊임없이 자신의 꿈을 위해서 달리고 또 달렸겠지 결국 실패로 남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끝내 모든 걸 내려놓고 하나하나 모았던 보물들을 버리는 장면에서는 이제는 꿈도, 욕망도, 기대도 내려놓겠다는
쓸쓸한 결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렸다. 그렇게 왕위를 계승하고 나면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
그래도 라이언이라는 책의 제목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해 보려는 라이언의 작고 단단한 용기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카카오 프렌즈가 이제는 단순한 캐릭터 브랜드가 아니라, 캐릭터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담긴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카카오 프렌즈들이 어느새 우리에게 자신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은 만화책과 일러스트북의 경계에 있으면서도 작은 동화, 한 편의 짧은 애니메이션 같은 감동을 준다.
단순히 귀여움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잔잔한 진심이 담긴 주인공들.
카카오 프렌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소장용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림 한 장 한 장의 완성도가 높고 그림 속에 감정도 깊게 들어 있어서 보면 볼수록 오래 그 장면에 머무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카카오 프렌즈 중에서 무지와 콘의 서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둘의 이야기도 꼭 책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