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은 수업, 그때 우리가 꿈꾸던 교실
공식도, 정답도 중요하지 않아.

어릴 적 과학 시간은 늘 조금은 어려웠다.
자연이나 동식물 같은 것에 자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늘 강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공식을 외우고, 실험 결과를 정확히 맞히는 것이 전부였던 과학 수업들이
시험 성적에 얽매여 모든 걸 외워야 하는 그런 수업 방식들이 숨 막히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랫동안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그때 이런 수업을 했더라면?"
이요하라 신 작가님의 '하늘을 건너는 교실'은 '야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지금은 잘 볼 수 없지만 국내도 얼마 전까지 야간 고등학교가 많았는데 대체적으로 야간 고등학교라고 하면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시선이 꽤 많았던 것 같다 특히나 상고에 야간반이라면 특히나 선입견이 많았던 모양인데
이 책을 읽으면 그 주인공들이 나쁜 행동을 해서, 어긋나서, 공부를 못해서 야간 고등학교를 갔다는 시선은 접게 된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야간 고등학교에 온 사람들이었으니까.


나이도, 국적도, 삶의 경로도 모든 것이 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과학부 활동을 하며 '화성 크레이터를 재현하는 실험'을 함께한다. 처음에는 그저 실험의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소설은 점점 더 깊은 층위로 우리를 데려간다.그 실험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 작품이 특별하게 다가온 건,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한다'는 감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오랜만에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별빛, 물, 바람, 빛, 시간 같은 일상의 과학적 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그 궁금증을 실험으로 풀어나간다. 그 과정이 꼭 '배움' 같지 않아서 더 좋다. 마치 친구와 놀듯, 선생님과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탐구의 시간 속에서 독자인 나도 어느새 그 실험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소설의 줄거리는 어쩌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정하고 유쾌한 선생님, 개성 강한 동료들, 소소한 갈등과 따뜻한 감동이 담긴 마무리.
하지만 이런 클리셰가 전혀 식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 안에 담긴 진심이 너무도 따뜻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상 가능한 전개 안에서도 우리가 한때 품었던 꿈, 그리고 한때 잊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아무래도 나는 촌스러운 사람 같다.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뻔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이렇게 좋으니 말이다.

나는 과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조금 부럽게 느껴졌다.
'과학'이라는 것이 어렵고 복잡한 학문이 아니라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궁금한 것을 떠올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고,
그 끝에서 세상과 만나는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배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장을 덮고 난 후, 나도 모르게 창밖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설 속 사람들처럼 어쩌면 나도, 조금은 엉뚱한 호기심을 품은 사람이던 그때를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