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연화의 침묵과 불안에 함께 감정이 흔들리며, 평범해 보이는 연화의 말들 속에서 숨겨진 날카로움을 느꼈습니다. 가끔씩 드러나는 그 분노의 표현이 무서웠고, 덤덤한 듯하면서도 굉장히 잔인성이 엿보이는 생각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사람의 이면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연화가 한순간에 돌변한다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사실 '공포 소설'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귀신이나 이런 공포에 특정적인 것들은 크게 부각되어 나오지 않아서 어디가 공포일까?라는 생각을 초반에 했었는데, 이 소설이 보여주는 진짜 무서움과 공포는 귀신이나 괴담 같은 틀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마음과 감정, 이해받지 못한 분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질투 같은
우리가 현실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사실과 감정이었습니다.
한국 문학에서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공포, 현실을 관통하는 넓은 의미의 공포소설이라는 말의 뜻도 이해할 수 있었고요.
그 모든 감정들이 누구나 현실에서 느낄 수 있지만, 연화처럼 오래 묵은 감정으로 가지고 있다는 건 꽤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연화와 같은 감정을 가지다가 그걸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 정신적인 병을 얻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갑작스러운 분노의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생기는 것이겠죠.
연화가 왜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벽을 만들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반사회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연화의 모든 감정을 정당화하기엔 무서운 부분이 많이 존재했어요.
이 소설은 아마도 쉽게 잊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분히 읽히지만 읽는 내내 내면 어딘가를 찌르는 듯한 불편함을 남깁니다. 그 불편함 속에서 또 한 번 스스로를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한 번 더 물어봅니다. 나는 연화와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공포의 틀을 부시고,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앞으로 나올 앙스트 시리즈가 너무나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