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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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그 실수는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았죠



이 책이 처음에 알던 것과 다르게 제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장르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도 있어서, 단순히 소설이라기보다는 진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긴장감을 안고 읽게 되었죠

작가님들의 문체는 어려운 말없이도 감정을 잘 전달해 주었고, 표현력 또한 훌륭해서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사건의 전개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 문제,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감정의 틈과 균열 등이 녹아 있어서

읽고 나서도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다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만큼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고 깔끔하게 끝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좋았습니다.

때로는 미완성처럼 느껴지는 결말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잖아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야기들이 정말 흥미로운데,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참 좋겠다.’

외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 편씩 영상으로 구성된다면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상상도 하게 되더라고요.



네 편의 작품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김재희 작가님의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와 한새마 작가님의 '시소게임'이었습니다.

시소게임은 보험금과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였는데, 실제 일어났던 강력 사건 중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와닿았고,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처럼 상대를 ‘유책 배우자’로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심리전 역시도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서,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집중하고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읽으며 제가 마주했던 공포스럽고 불행했던 기억들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다정해 보이는 부부였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격해졌던 모습,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지내다가도,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인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경험, 그것은 이 소설 속 부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서로의 잘못을 따지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이 오가는 과정은 지금도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소설 속 인물들과 달리 최소한 제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었던 점, 적어도 ‘불륜’이나 거짓으로부터는 멀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 작은 위안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이 작품들이 말하는 ‘부부’의 본질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결혼과 사랑을 신뢰와 의지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때로는 그 신뢰가 공포로, 그 의지가 감시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죠.

책장을 덮은 뒤에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부부 관계 속에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 누구도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 '시소게임'은 그 불편한 진실들을, 기묘한 관계성까지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은 물론, 관계의 이면을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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