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게임은 보험금과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였는데, 실제 일어났던 강력 사건 중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와닿았고,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처럼 상대를 ‘유책 배우자’로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심리전 역시도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서,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집중하고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읽으며 제가 마주했던 공포스럽고 불행했던 기억들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다정해 보이는 부부였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격해졌던 모습,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지내다가도,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인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경험, 그것은 이 소설 속 부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서로의 잘못을 따지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이 오가는 과정은 지금도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소설 속 인물들과 달리 최소한 제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었던 점, 적어도 ‘불륜’이나 거짓으로부터는 멀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 작은 위안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이 작품들이 말하는 ‘부부’의 본질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결혼과 사랑을 신뢰와 의지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때로는 그 신뢰가 공포로, 그 의지가 감시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죠.
책장을 덮은 뒤에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부부 관계 속에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 누구도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 '시소게임'은 그 불편한 진실들을, 기묘한 관계성까지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은 물론, 관계의 이면을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