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향 - 가족 3부작
김원 지음 / 문장의바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해학과 위트로 풀어낸 가족의 갈등과 화해

오늘 가지고 온 책은 조금 새로울 수 있는 책인데요 바로 '희곡집'입니다.

일반적인 희곡은 무대 상연을 목적으로한 산문 문학이며, 쉽게 말해서 대본의 형태를 가진 문학 장르입니다.

소설과 다르게 장면 장면 마다의 서술적인 설명이 적고, 등장 인물들의 대사와 지문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죠. 그래서 책으로 읽을 때는 무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를 상상하며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깊은 몰입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희곡을 접하는 사람들은 대사로만 이루어진 책의 내용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무대 상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레제 드라마(읽는 희곡)'라고 불리는 희곡 작품들도 존재합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그런 레제 드라마에 속하는 대표 작품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교 시절 희곡 수업 때문에 다양한 희곡 작품들을 접하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다소 어려운 느낌이 강해서 그 뒤로는 거의 읽지 않았던 장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희곡집의 재미를 느껴보고자 읽게 되었죠


각각의 작품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갈등과 이해를 담고 있었습니다.

희곡을 단순히 무대 공연을 위한 글로만 생각한다면, 책으로 읽을 때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 펼쳐질 각 장면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읽을 때, 강렬한 감정과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확실히 극의 지문과 대사를 따라 내용을 상상 하면서 읽으면 각 인물들의 대사 속에 담긴 감정선과 갈등이 생생하게 전달되기도 했고요.

제가 마치 그 속에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만리향'을 읽으며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어긋나는 가족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는 시대가 지남에 따라서 점차 변하고 있고, 이제는 혈연만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닌, 정서적 유대와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가족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들이 남보다 못한 경우도 많아졌고요.

작품 속에서 가족은 단순히 혈연에 의해 묶인 관계가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과 감정의 교류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동체로 그려집니다.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과 이해를 통해 가족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3부작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라고 무조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주기만 할까, 가족이지만 가족만도 못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복잡한 생각이 들었고 지금 제가 부모님에게 받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감사한지와

동시에 제가 미쳐 다 하지 못한 역할에 대해서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대사 하나 하나가 위트 있고 센스가 넘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형식적이고, 딱딱한 대사들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들, 언어들이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녹아 있어서 읽으면서도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너무 진중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절묘하게 조화가 된 작품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장면이 좋았지만 만리향에 등장하는 굿판 장면과 대사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요.

제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했지만, 그 대사와 지시문들이 너무나 뇌리에 박힐 정도로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몸을 찢어 낳은 핏줄 하늘에 뺏겼으니 원통함을 어이할까

두 팔 걷어 키운 새끼 이미 강을 건넜으니 내가 입을 가졌던들 무슨 위로 할까나

두 눈에 피눈물이 가슴엔 피고름이 입에선 원통함이

꽃 피지도 못하고 세상 빛도 보기 전에 이미 강을 건넜으니 원통하다 원통해

작가님은 저런 한 서린 대사는 어떻게 생각해내셨을까? 직접 겪지 못하면 차마 표현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과 함께 감탄마저 들어서 몇 번이나 6장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이렇듯 읽다 보면 그 재미를 알게 되는 희곡이지만 정작 찾아 읽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은 꽤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요.

사람들은 인기 드라마의 대본집은 흥미롭게 접하지만, 희곡은 보다 어려운 문학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희곡 역시 대본집과 마찬가지로 인물들의 대사와 장면 구성을 통해 이야기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라는 동일점이 있기 때문에 한 번 그 선을 넘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곡이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희곡 작품들을 읽고 희곡만의 매력을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희곡집을 접하는 분들도 한 번, 두 번 다시 읽으면서 대사를 곱씹으며, 나 자신이 등장인물이 된 것처럼 그 장면을 해석하고,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