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타임캡슐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박현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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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서


과거의 나와 마주한다는 내용만 들으면 시간 여행에 대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의 제목에서도 보이듯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매개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진짜 타임캡슐은 아니라 조금은 더 단순한 매개체지만요.

사람은 누구나 과거나 미래의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순수한 꿈을 꾸며 미래를 상상하던 그때의 시절이나 막막한 현실의 벽 앞에서 선택을 하기 전 수많은 갈등을 하던 순간이나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미련의 말이 남아 있을 때라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의 나에게 이런 선택을 하지 말라는 후회의 순간도 있겠죠.


'주식회사 타임캡슐' 속에선 편지 배달부가 과거의 내가 미래에 나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꿈이 담겼던 편지를 전달합니다.

그 편지의 내용엔 미래엔 그래도 지금보단 나아지겠지라는 희망도, 꿈도 그것도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나를 위한 위로가 적혀 있을 수도 있죠.

실제로 저런 회사가 존재하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게 될까? 란 의심도 생기지만 어쩌면 마음 한편에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위로를 위해서 많이 이용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종종 1년 뒤의 나에게 편지 쓰기 같은 이벤트가 보이긴 하지만 굳이 그걸 적지 않기 시작한 건 아마도 그만큼 동심을 잃은 탓이겠지만,

그래서 저도 저런 회사와 서비스가 생기면 이용하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아직 꿈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많으니까요.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학창 시절의 타임캡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많이 했던 건 아니고 초등학교 시절 한 번쯤 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타임캡슐이라는 건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던 분들도 어렴풋하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계실 거예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죠. 약간 옛 시절의 정취가 묻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작은 상자나 캔, 유리병 속에 친구들과의 사진과 단순하지만 나에겐 그리도 소중했던 물건들

그리고 유치하게 느껴질 만큼 원대한 꿈들이 적힌 편지까지 정성스럽게 넣고 쌓아 땅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가

몇 년 후 상자를 열었을 때, 그 편지를 쓴 어린 나 자신과 마주하며 웃음도, 후회도, 그리고 뭉클함도 함께 느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빗물 등이 들어가서 망가진 물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것조차도 그때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 속 편지 배달부들이 끝끝내 사람들을 찾아내서 전달하는 편지는,

그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바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따뜻한 시간이 담긴 그대로 타임캡슐 그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그런 편지를 받은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얻는 감동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그 자체로써 감동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긴 하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 더 많은 걸 담고 있어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그 선택에 따라 현재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현재의 자신이 과연 과거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혹은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생각하게 됩니다. 삶은 매 순간 선택이고 후회이니까 매번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되죠.

이 책은 그런 매 순간의 선택과 후회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나의 자괴감을 덜고 좋은 선택이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해요.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10년 전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으며 겪는 감정의 변화는 책을 읽는 내내 크게 와닿습니다.

기쁨, 후회, 아쉬움, 그리고 잊고 살았던 나의 꿈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용기까지 모든 게 닮아 있어서요.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 ‘그때 내가 다르게 선택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그게 단지 후회로 인한 생각은 아닐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꿈과 기억’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며 과거의 꿈을 잊고, 현실에 치여 현재를 소홀히 하곤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요.

흔히들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죠? 하지만 바쁜 시대를 따라가고 삶을 살다 보면 그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까맣게 잊게 돼 곤 합니다.

'주식회사 타임캡슐'은 바로 그런 순간 초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는 때론 가장 강력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줍니다.

책을 덮고 "만약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낸 편지를 받는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전 어떤 미래를 꿈꾸던 내가 있었겠지. 아마도 나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을 확률이 더 높을 거야, 삶은 힘들었고 내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나 역시도 10년 전엔 참 많은 꿈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아. 여전히 지금도 하고 싶은 꿈은 존재하지만 그때랑 같은 꿈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때는 아마도 나에 대한 꿈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꿈을 더 많이 키웠던 것 같은데, 3년 사이에 나는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었거든.

과연 나는 지금 이루고 싶은 꿈이라도 이룰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10년 뒤의 나에게 뭐라고 외치고 싶을까?"라는 다소 복잡한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돌았죠

이 책은 저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변화하고 있지만,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시간은 현재를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언젠가 10년 후의 나 자신이 보게 될 또 다른 타임캡슐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도 의미 있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꿈을 이루었길 염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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