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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제가 좋아하고 선호하는 장르 중의 하나가 바로 식물에 관련된 책인데요 원래도 자연이나 식물,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보태니컬 아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때마침 식물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새롭게 식물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찾아봤어요

바로 정재경 작가님의 있는 힘껏 산다인데요 이 책은 식물도감이나 식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닙니다
식물과 관련된 책일 뿐이죠 식물과 작가님의 일상이 결합된 에세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은 월단 <샘터>에서 '반려 식물 처방'이라는 주제로 작가님이 33개월 동안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쓰셨다고 해요
사실 저는 연재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연재될 때는 읽어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좋은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작가님이 연재했던 글들을 엮어서 책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 곁으로 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지 않으셨다면,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목차를 보면 1장부터 4장까지 있는데 한 장당 9가지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총 36가지의 식물들이 작가님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는데
제목하고만 생각해 보면 식물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이야기일까? 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 텐데요 읽어보시면 이렇게도 연결이 되는 구다라는 감탄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식물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리고 다양한 식물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평소에도 식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정작 제 삶과 닮은 것, 비슷한 것,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작가님은 이 책 속에서 일상의 이야기와 함께 식물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주셨어요
신기하게도 다양한 식물들의 모습과 일상의 모습들이 많이 닮아 있기도 했고, 식물을 키우면서 실수를 했던 부분이나
식물에게서 얻게 된 작은 지혜 같은 걸 교훈 삼아서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따뜻한 조언이 가득한 책이랄까요?
미스김라일락은 '괜찮겠지'가 '괜찮지 않다는 걸' 알려주었다.
떠난 나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새 라일락을 심었다.
'괜찮겠지'할 때마다 마른 라일락이 떠오르고, 하려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게 된다.
그중에서 좋았던 문장들 몇 가지를 가지고 오자면 그중의 하나는 바로 '괜찮겠지'가 '괜찮지 않다는걸' 알려주었다란 말이었습니다
늘 스스로가 상처를 받아도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하며 혼자서 속을 앓고 괜찮은 척을 많이 하는데 정작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도 알거든요
괜찮지 않았다는 걸 말입니다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만큼 삶이 팍팍한 것도 있겠지만요
미스김 라일락이 작가님에게 큰 교훈을 주고, 점검할 자세를 알려주었다면, 저 역시도 작가님의 글을 통해서 교훈을 얻습니다
저도 이제 괜찮겠지라는 걸 그만두어야 할 텐데요
햇빛, 물, 식물, 바람, 동물, 사람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식물과 함께 살며 가꾸고 돌보는 동안 불안감과 우울, 외로움은 사라지고 생명 사랑의 본능이 깨어난다.
작가님은 식물을 통해서, 자연을 통해서 많은 걸 배우셨던 것 같아요 감각을, 감정을 다스리고 깨우는 법을요
저는 사실 식물을 키우는 것에는 재주가 없는지 누구나 키우기 쉽다고 추천받아서 샀던 식물들조차도 사랑과 관심을 주어도 그게 너무 지나쳐서 죽여버리기 일쑤랍니다
이제는 그런 식물들을 죽이기가 미안해서 식물을 키우는 걸 포기했어요 그나마 키울 수 있는 식물이라면 하나 정도 있네요 캣 글라스라고요
어쨌든 그래서 저는 식물들은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보는 것에서만 위안을 얻고 대신 다른 것에서 불안과 우울, 외로움을 없애는데요
바로 햇빛, 물, 식물, 바람, 동물, 사람 중에서 동물입니다 고양이와 크레스티드 게코, 팬더마우스 그리고 곧 새 식구가 될 귀여운 아프리카 왕달팽이까지
동물들은 제가 사랑을 주면 그대로 돌려주는 존재라서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 집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에도 내 동물들을 생각하면서 버텼던 수많은 시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동물들의 눈을 통해서 순수함을 배우고 본능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이 문장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는지 모르겠어요 생명, 사랑의 본능이 깨어난다...
사실은 언제나 생각만 해도 사랑과 아픔이 가득한 존재들이 저 멀리에 있지만 볼 수가 없어서 오늘도 이렇게 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에게 위로를 받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식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꽃이나 식물들이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과정 속에서 식물들이 버티고 버티는 그 단단함에 대해선
슬쩍 지나치고 결국 끝에 도달한 결과만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물론 그 결과도 매우 훌륭한 공부가 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지 않더라도
매 순간 매 분 매초 살아가고 버티고 있는 식물들의 삶 그 자체를, 존재 자체를, 삶 자체를 조명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식물들의 그런 모습을 작가님은 자신의 생활과 연결해서 더욱 공감되도록 풀어주셨고요
사람들도 식물처럼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을 위해서 노력할 수 있도록 길잡이도 되어주신 것 같아요

사실 정재경 작가님의 글도 너무 좋았지만 책 속의 삽화가 제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는데요
글과 함께 수록된 삽화가 바로 저의 색연필 일러스트 선생님이셨던 김예빈 작가님의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워낙 예쁘게 그림을 그리는 분이지만 무엇보다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분이란 사실을 알기에
아! 선생님이 결정한 책이라면 분명히 믿고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글과 그림도 너무 잘 어울렸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예빈작가님의 소소한 삽화는 평소에 보던 보태니컬 아트보다는 간소하지만 단정하고 깔끔한 것이
이 책에서 정재경 작가님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식물들의 부드러운 강인함을 나타내기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예쁜 글을 쓰는 작가님과 예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의 조합은 완벽함 그 자체였네요
무엇보다 두 분 다 식물을 사랑하니까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책에서 삽화의 중요성은 그렇게 높지 않겠지만, 정재경 작가님의 이름과 함께 김예빈 작가님의 이름도 한 번쯤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식물에게 배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는 소중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