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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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서 말없이 위로를 주는 존재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저는 나이가 들면서 식물을 좋아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사실 옛날에도 식물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때는 그냥 길가의 꽃이 예뻐서 한 번 보고,

어디선가 본 것 같아서 신기해서 쳐다보고 좋아했던 것이라면

요즘은 진짜 꽃들의 삶과 지혜에 대해서 감탄하고,

꽃들의 모든 모습들, 식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좋아서 공부해 보고 싶어질 정도랍니다

그리고 식물에게서, 초록에게서 받는 자그마한 위안이 좋아서 식물들이 더 좋아졌는데요

사실 식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없어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저와 비슷하게 식물에게 위안을 받는 이야기들, 식물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앤의 서재에서 나온 정재은 작가님의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식물에게 어떤 위안을 받는지를 적어두셨는데요

진짜 말 그대로 식물이 주는 위로는 눈에 크게 띄거나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올곧고 든든하고 가벼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이에요

저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잠시 집 밖으로 나가서 산바람을 맞고, 초록을 보고 앉아 있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식물, 초록에서 받는 위로, 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나무들, 풀들, 꽃들을 보고 있으면

내 안의 모든 감정들이 잔잔해지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지거든요

물론 작가님은 저처럼 산이 있는 곳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들로 위안을 얻는 것이지만요

집안에 있는 식물을 보고 멍하게 있는 그 시간이 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저를 보는 것 같았는데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고 계셨더라고요 집에서 키우는 초록의 개수가 중요하지 않을 텐데 그걸 이야기하기도 하고,

식물을 키우면서 어려웠던 것, 몰랐던 것, 깨닫게 된 것 등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치 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또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의 시간을 읽고, 그 시간 속에 숨겨진 과정들을 보면서 식물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것도

요즘의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요즘은 다양한 식물들을 오래 관찰하면서 아 식물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구나,

식물의 모든 것에는 길고 긴, 우리는 생각하지도 못할 그런 시간들이 담겨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배우고 있었거든요

작가님과 조금씩 길은 다르더라도 식물에게서 얻는 위로의 순간들, 식물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들은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저랑 닮은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은 더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겨울부터 시작해서 봄, 여름, 가을까지의 매 순간의 이야기들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고요했던 그 속에서 싹이 트는 시간들, 성장하는 시간들, 초록이 짙게 물들고 가지치기를 할 정도로 머물러가는 시간들

어느덧 다시 고요한 시간으로 잠들 준비를 하는 시간들까지 긴 사계절을 식물과 함께하며

작가님이 느꼈던 것들, 배운 것들, 그 모든 것들이 참 예쁘게 잘 쓰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잘 키워낸 식물보다 죽이고만 식물이 더 많으니,

식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본 자격부터 갖추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도 작가님처럼 죽이고만 식물들이 더 많고 많아서 혼자서 식물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자격, 식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진 않다고 생각해요

작가님 역시도 그걸 알고서 이렇게 식물에 대한 애정을 책 속에 쏟아부으신 거겠죠?

이 책은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에요

식물과 함께 살아가며 식물에게서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식물에게서 얻은 위로에 대해서 담겨 있는 따뜻한 책입니다

저는 여름밤, 여름의 새벽, 그 시간 그 공기들처럼 시리고 차갑고 뼈에 닿는 그런 초록의 위로가 너무 좋아요

따뜻하게 부서지는 햇살 같은 초록의 위안도 있겠지만 저는 그것보다 차갑게 감정을 달래주는 그런 식물들의 시간이 좋더라고요

식물은 우리와 달리 망설임 없이 계절을 맞이하고, 망설임 없이 모든 시간을 따라 흘러갑니다 저는 그런 식물들이 진짜 좋아요

식물을 통해서 자신만의 위안을 그리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식물을 키우고 있는 분들도,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분들 그 누구라도 상관없이

식물을 사랑한다면, 위안을 받고 싶다면, 받고 있다면 그 감정을 공유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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