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 번 죽었습니다 - 8세, 18세, 22세에 찾아온 암과의 동거
손혜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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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RHK출판사에서 출간된 에세이 ‘나는 세 번 죽었습니다’를 가지고 왔어요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젊은 나이에도 암에 걸리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되더라구요

주위에도 그렇고 건너 건너 알던 사람들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다더라는 소식을 듣게 되면

정말 놀라고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사실 30대에 들어선 저 스스로도 몸상태에 대해서 걱정을 하게 되고요

젊은 사람들은 연세가 많은 분들에 비해서 암에 대한 사망률도 높은데

젊은만큼 암세포의 전이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암세포도 세포라서...

어쨌든 암이란 건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많은 사람이든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 암과 동거하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스물여섯해의 기록을 담은 손혜진 작가님의 이 책을 보면서

정말 작가님이 정신적으로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화책과 같이 깔끔한 푸른색 표지에 일러스트가 인상적입니다

어둡지도 그렇게 밝지도 않은 적당한 분위기가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제일 먼저 나오는 프롤로그에서는

사람은 몇 번 태어날까?

라는 말로 작가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8살에 찾아온 소아암부터 시작해서 고등학생 때 처음 찾아온 희귀암인 GIST까지...

서른세 살의 어른이 될 때까지 작가님은 3번이나 수술대에 올랐으며 여전히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다고 해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얼마나 많은 공포를 겪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하지만 작가님은 여전히 살아있고, 그래서 이렇게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펼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작가님의 일기장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

일상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감정적인 것까지 정말 거짓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물여섯해의 기록을 보여주고 계시더라구요

담담한 듯,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공포와 불안과 여러 감정들이 느껴집니다 작가님의 스물여섯해는 과연 어땠을까요?

 

 

첫파트에서는 8살 시절, 소아암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픈 순간에도 엄마를 생각했던 어린 아이, 과연 그때의 작가님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찾아온 소아암, 말을 들어도 알 수 없었겠죠 이게 어떤 병인지, 수술은 또 뭔지, 얼마나 아픈지...

어른들도 경험하지 못하면 알지 못하는 것들을 8살의 몸과 마음으로 오롯이 견뎌야 했을 작가님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 당시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표현을 세세하게 해두셔서 정말... 너무 힘드셨겠구나라는 생각에 짠했어요

엄마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코 끝이 찡해지더라구요...

작가님뿐만 아니라 가족분들은 또 얼마나 아팠을지까지... 감정이 와 닿았습니다

 

 

어린 아이가 자라면서 다시 새로운 암에 걸리고, 또 수술대에 오르며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까지....
이야기는 작가님의 시간에 맞춰서 흐르면서 진행됩니다

 

두 번째로 희귀암이 발병했을 때의 작가님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요?
하지만 이야기 속엔 작가님의 삶에 대한 열망도 아주 잘 보였어요

마음을 다잡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미래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준비도 하는 모습에서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못하겠더라구요

저 였으면 이미 멘탈이 나가서 회복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수술과 치료로 인해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소외나 따돌림 등의 이야기들도 적혀있어서 마음이 많이 짠했어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나더라구요 제가 아팠던 건 아니지만

학기초에 반마다 아픈 친구가 있으면 선생님께서 그 친구를 심부름 보내고
어디가 아프니 조심해라 괴롭히지 마라 친하게 지내줘라며 말씀 해주시곤 했는데....

지금에와선 그런게 진짜 배려인지 아니면 숨기고 싶은 사실을 맘대로 밝히는 침해인지 조금 헷갈리네요...
어쩌면 그 친구는 그 사실을 숨기고 싶었을지도 몰랐을테니까요

생각해보니 학창시절 내내 그 친구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파서 괴롭히면 안되는 애"라는 시선을 받고 지냈어요
진심인지 연민인지 모를 친구들의 행동과 시선 속에서 그 친구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작가님의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들에 대한 정리도 잘 되어있었고,
성인이 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생각도 적혀있어요

학창시절 때완 사뭇다른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암은 아니지만 오랜 심장병을 앓다가 20살 되던 해에 결국 먼 길을 떠난 친구가 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7년을 함께한 친구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혹시 친구도 이렇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과 고통을 숨기고 있었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괜찮다고, 건강하다고 했던 친구였던지라 마지막이 될지 몰랐던 그때도
안부차 했던 연락에 병원이지만 괜찮다고 곧 퇴원한다던 그 말이 마지막이 되었네요

 

여전히 친구를 생각하면 슬프지만 친구에게 위안 대신 해주고 싶은 말은...
나는 여전히 너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그리워하고 있어
그래도 다행이지? 이 세상에 너희 가족 말고도 너를 평생 기억해줄 존재 한 명이 더 있으니까라는 말입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작가님 스스로가 밝히는 자신의 지난 시간 속의 의식의 변화가 잘 표현되어있었어요
이십대 후반에는 행복함을 자주 말하며, 엄마에게 진심을 담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삼십대인 지금은 자신이 죽기엔 너무 젊다는 생각을 하면서,

언젠가 죽음이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미리 걱정하고 싶지 않다는 당당함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건강해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는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의 변화가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리 아픈 사람이라도 당장에 죽음을 걱정하기 보다

우리보다 더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는 사실이 멋지기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누군가가 삶을 위해 처절하게 싸웠던 죽음과의 싸움의 기록들이
암만큼이나 무서웠던 소외의 기억들이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진실되게 적혀 있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나와있지만 작가님이 암이 무섭지 않을리가 없지요
오랜 시간 동안 동거아닌 동거를 하게 되면서 덤덤해보이지만

죽음이라는 공포는 어느날 갑자기 작가님의 모든 감정을 잠식해버릴 수도 있고요


눈에 보이지 않은 이 공포는 뭐라 형용할 수 없었을 거에요

그런 감정들이 책 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고요

 

새삼 나는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해야 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 끝없이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힘겹게 자신과의

사투를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힘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절대 자기 자신을 잃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의 이런 응원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어떤 사람들은 미처 겪어보지 못할 그런 고통과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힘과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게 인생이랬다.
암 병동에 머무는 사람들은 삶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기에
어쩌면 좀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세번 죽었습니다 258페이지 발췌

 

우리의 삶에는 결국 죽음이 어디에서든 존재합니다
작가님은 그런 죽음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빨리 알게 되었던 것일 뿐이고,
우리도 아직 겪지 못했을 뿐 언젠가 무조건 만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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