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에서는 왕현과 소기가 서로를 믿게 되고 강인하게 성장하기 위한 밑바탕이 그려졌다면
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성장한 왕현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서 절대 잊힐 수 없는 '자담'이라는 존재는 마지막까지도 정말 저에겐 고구마더라고요...
소기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왕현은 '자담'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감정적으로 반응해버리는 부분이 많아서
소기가 얼마나 힘들었까 싶기도 했고 소기는 다른 여자를 절대 시첩이든 후첩이든 들이지도 않고
관심조차도 주지 않는데 자신의 낭군은 소기라고 하면서도 '자담'이 이제는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질질 끌고 가는
왕현의 모습이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물론 왕현은 소기를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지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담'의 모습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서 소기가 자주 노기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문제로 싸우더라도 항상 왕현에게 져주는 것은 소기였으며 사과도 소기가 먼저 하더라고요...
왕현 역시도 그걸 알고서는 너무 잘 이용했고요...
그 모습에서 이제는 그저 명문 세가의 금지옥엽이 아닌
진정한 예장왕비로써 자기가 필요한 것은 잘 알고 이용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한 번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불쌍한 사람은 '자담'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다지 왕위에 관심도 없었던 것 같은데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장기짝처럼 이용당하고
결국은 사랑했던 여인에게도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고, 계속 입에 오르락내리락....
마지막엔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을까란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상권에서는 이야기로만 나오던 자담의 이야기가 하권에서는 잘 그려지고 있었어요
어쨌든 왕현은 하권에서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황제 대신 태후와 함께 수렴청정을 하기도 했고, 소기가 없는 예장왕부에서도 많은 장군들의 신임을 얻었고
소기가 말했다시피 많은 혜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명문세가 딸 치고는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던 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가 상황을 파악하고, 결단을 내리고, 장군들이나 속하들 앞에서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는 점
때로는 여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모습은
오히려 무인이라 융통성이 다소 부족한 소기보다 왕현이 더 제왕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월전'이나 '무미랑전기'처럼 여성이 제왕의 자리에 오르는 드라마 완 다르게
왕현이 스스로를 제왕의 자리에 오르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책의 초반에 모든 가문에는 강인한 여인들이 있어 대대손손 수호자의 사명을 이어받아왔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그 이야기처럼 왕현은 그저 여성의 자리에서 소기를 제왕의 자리에 앉게 하고
자신은 그 옆에서 영웅을 보좌하는 여인으로 남고자 하는 모습이 잘 보입니다
소기는 유연함이 조금 부족하다면 왕현은 여성으로써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왕현이 보좌한다면 소기는 훌륭한 제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소기와 왕현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제왕 패업의 뜻을 이룰 수 있을까요?
책은 정말 멈추기 힘들 만큼 재미있습니다
묘사력도 좋고, 진행도 너무 좋습니다 각 등장 캐릭터들의 이야기 구성도 탄탄하고요
물론 하권에서는 너무 비탄에 빠진 캐릭터들이 많고 많은 죽음이 휘몰아쳐서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야기의 끝을 맺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작가님이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로 제작되면 책의 내용과 바뀌는 부분도 존재할 거 같아요
꽤나 장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캐릭터들의 모습을 잘 살려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서 소기가 왕현을 사랑하는 모습이 정말 잘 그려져서 절절했던 것 같아요
무인으로써 정말 브레이크 없는 직진하는 사랑이랄까요...
피바람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소기가 왕현을 아명인 '아무'라고 부르면서 자신을 낮추고,
그녀를 보듬는 걸 보면 참 사랑이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