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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반의 우주 - 솔직당당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
김슬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1월
평점 :
자취 4년차, 초보 '독립생활자'의 단짠 라이프
사실 저는 자취나 1인 가구로써 독립생활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도 집에서 통학을 했고, 일자리도 그냥 집에서 다니고...
어느 정도 독립할 시기쯤엔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다 보니까
혼자서 자취 생활을 하는 지인들이 부럽기도 했고, 조금은 독립생활이라는 부분에 큰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은 저보다 독립을 했거나, 아니면 당장 앞두고 있거나 독립을 꿈꾸고,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 읽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저처럼 독립생활을 경험이 없거나, 로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로망과 환상을 깨주고(?)
진짜 1인 가구의 독립생활 현실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읽게 되었어요!
또 작가님이 90년생이라는데 저는 89년생이라서 엇비슷한 생각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매우 강했습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서울로 상경한지 7년 만에
자신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작가님의 독립 라이프가 그대로 녹아있는
1인 가구를 위한 독립 지침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말 그대로 이 책 속에 작가님이 처음 독립을 하면서 겪었던 실수부터 시작해서
독립 연차가 쌓이면서 얻게 된 노하우들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랍니다
이것은 비단 1인 독립 가구를 위한 노하우들이진 않아요
가끔 집안일을 하기 싫고 귀찮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고,
미니멀라이프를 꿈꾸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있어요
작가님의 독립 라이프는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처음 해보는 독립생활에 힘든 일들도 당황스러운 일들도 많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어요
한 번씩 등장하는 고양이와의 생활은 지금 고양이를 키우는 저의 마음과 같아서 공감이 많이 되기도 했고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는 독립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슷한 모습이 많은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독립생활이든 가족들과의 함께하는 생활이든 사람들의 생활은 다 비슷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오히려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고, 보호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 깨닫게 되었고요
솔직히 독립생활에 대한 로망은 크지만 당장에 저를 독립된 공간으로
보내놓는다고 하면 잘 헤쳐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외로움과 고독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혼자서 사는 둥 마는 등 하면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릴 것 같았어요 독립생활을 하려면
최소한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저는 불합격.... 독립을 반대하셨던 부모님의 결단이 옳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독립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는데요
가장 공감되었던 에피소드는 바로 '5만 원과 10만 원 사이'였습니다
아마 다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추억도 우정도 덕지 덕지 남아있는 연락처 속의 친구들은
결국 나의 미련일 뿐이라는 정답을 얻게 되었는데요
저 역시도 핸드폰 속에 지우지 못한 다양한 인연들이 존재하는데
작가님 같은 상황이 온다면 아마 5만 원을 선택할 것 같아요
아니, 애초에 연락이 온다는 자체가 부담스럽긴 하네요...
사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반갑게 연락할 것 같다는 상상을 했었는데 역시 상상은 상상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도 미련 없이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연락처를 지울 때가 온 것 같아요
물론 당장에 지우려면 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지만요
나는 마음 한구석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연락이 끊긴 지는 오래됐지만 지워버리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된 인연들' 목록을 비워내기로 했다.
감정은 되감기를 할 수 없으니 지나간 사람은 지나간 대로 두는 게 가장 좋은 엔딩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던 것은 저보다도 아직 몇 살이나 어린 작가님이
저보다 훌륭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있고, 많은 삶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사고는 꼭 배우고 싶었어요 원하면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는 용기와
새로운 것에 망설이지 않는 도전 정신도 너무 멋지더라고요
아마도 독립생활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첫 독립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까지도 잡아주셨고요
자신이 했던 실수를 숨기기보다는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들은 절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는 당부의 이야기까지 담아두셨습니다
지금 1인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모든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들릴 것 같아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독립생활을 하지 않는 저도 공감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독립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나만의 공간에 대한 로망이라고 해야겠네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더라도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언젠가 다시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혼자서 자신의 생각을 가득 담아 놓을 수 있는
자신만의 작은 우주 공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견본품처럼 그럴싸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면,
우리는 어디서나 두 다리를 땅에 딛고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다.
멋대로 만들어낸 당신의 우주 안에서 기필코 행복하시길.
나 역시 그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