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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열림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원래 단편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 2010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란 말에 혹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철학을 가르쳐서 그런지 몰라도 책을 읽는 내내 여기저기에서 철학적인 질문이 쏟아졌
습니다.
모두 네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은 세 번이나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들과 결혼해 그들 모두 몇 년 못
가 죽어서 유산을 상속받은 마리 모레스티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법원에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은 그녀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녀
가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의심하면서도 그녀를 보기 위해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까
걱정되어 그녀가 독감에 걸렸을 때 그녀의 안부를 걱정합니다.
늘 마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던 그녀가 어느 날 언덕 위 성당을 지나가다가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젊은 신부를 만나게 됩니다.
맑은 영혼보다는 검은 영혼에 자신을 바쳐야 할 의무가 있다는 신부의 말을 듣고 마리 모레스티에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로 합니다.
마리는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살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해를 하고 젊은 신부를
충격에 빠뜨리는 걸로 쾌락을 느낍니다. 반면 마리가 털어놓은 범죄 이야기를 들은 신부는 점점 힘들
어하기 시작합니다. 고백을 한 지 다섯 주가 지나고 이제 몇 가지 이야기만 남았는데 갑자기 젊은 신
부는 얼마동안 자리를 비우게 됩니다.
다시 나타난 신부는 마리에게 자수할 것을 권하고 마리 또한 그의 뜻대로 할 생각이었지만 젊은 신부
가 바티칸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두 번째 단편 《귀환》은 평생을 뱃사람으로 살아온 그레그가 어느 날 자신의 네 딸 중 한 명이 사망
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절망하는 내용입니다.
죽은 딸이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딸일까봐 걱정하고, 누군가 죽어야 했다면 차라리 자신이 제일 정을
못 붙이는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은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믿었던 그레그는 딸의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이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레그에게는 어떤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세 번째 단편 《검은 기쁨》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촉망받던 두 명의 음악가의 삶의 어떻게 달라졌
는지, 악에서 선으로, 선에서 악으로...왜 단편집의 제목을 《검은 기쁨》으로 선택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네 번째 단편 《엘리제의 사랑》은 마냥 설레고 기뻤던 사랑의 처음과 결혼 후 서로에게 무덤덤해진
쇼윈도우 부부의 이야기, 하지만 엘리제가 죽고 나서 그녀가 남긴 편지로 인해 남편이 엘리제를 오해
하고 있었고, 엘리제가 남편을 정말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편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은 많은 질문을 던져주어 단편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벗겨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