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을 대하는 태도 - 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
공원국.박찬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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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16명의 인물을 통해 보는 삶의 고난과 굴욕을 대하는 법에 담긴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자기 삶을 사랑하는 태도, 자기 자신을 굳게 믿고 나아가는 힘'이 있었다. 나는 특히 누군가에게 무시받거나, 당했다고 느꼈을 때 깊이 화를 내고 좌절한다. 누구든 그러겠지만, 복수는 꿈도 꾸지 못하는 내 자신에 환멸감을 느끼는 때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담대하게 마음을 먹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진흙 속 연꽃과 같은 평정을 갖지 못하는지 늘 괴로워했다.


하늘이 이러한 사람들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기려고 할 때는 


반드시 그들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들의 근육을 아프게하고 


그들의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에 가진 것이 없게 해서 


그 행동을 실패하게 해 그들이 해야할 일과 어긋나게 한다. 


이것은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성질을 참을성 있게 해, 


그들이 이제까지 해내지 못하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맹자 <고자 告子>


모든 삶의 고난은 모두 하늘이 그 사람을 크게 쓰기 위함이라는 것, 내가 설사 큰 사람이 아니더라도 왠지모르게 위안이 되는 구절이다.  굴욕을 받아들이 되 냉철한 분석을 통해 후약을 도모했던 범려, 열보 나아가기 위한 한보 후퇴의 굴욕을 참아냈던 최명길, 그리고 후한 광무제가 특히 내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 나는 범려의 융통성을 배우고 싶다. 스스로 굽히는 것이 지는 것이 아닌 후일 크게 일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것 이것을 늘 알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신을 당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차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은 일시적인 굴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깊게 다가온다. 범려는 구천을 도와 월나라를 일으킨 후 홀연히 떠난다. 그는 제나라와 여러 나라를 떠돌며 큰 부자가 되는데, 물건이 흔할 때 사서 귀할 때 파는, 그 시기를 포착하는 능력이 있었다 하니, 현세에서 주식을 해도 큰 부자가 되었을 것같다는 실없는 상상을 했다. '때를 아는 것' 이것이 큰 굴욕을 이겨낼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이다. 적절한 때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러 상처와 굴욕은 모두 내가 '때를 아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 여겨야겠다. 



최명길에 대해서는 평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역사 드라마 속에서도 주화론을 펼쳤던, 청나라에 협력하는 간신배처럼 그려지기도 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백성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실리주의자였다. 나는 늘 실리를 중시하며 백성을 먼저 사랑했다는, 거기다가 능력치가 뛰어난 이단자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들과 이혼하겠다는 사대부들에게 최명길은 이렇게 말한다. "니들보다 더 훌륭한 유성룡, 이원익, 이덕형, 이항복, 성혼도 임진왜란 때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들을 다시 자리잡게 했는데, 니들이 뭐라고 반대를해?"  성리학이 최절정이던 시기에 꽤나 현대적인 발상이 담긴 발언이다. 최명길은 임금과 백성이 큰 굴욕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작은 굴욕을 감내했다. 그게 그가 하는 실학이었다. 어떤 이들은 명분과 의리를 주장하며 백성의 고난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고고한 선비정신을 잃지 않는 것에 몰두할 뿐이다. 전쟁이 끝나자 전쟁을 하자고 주장했던 이들을 헐뜯으며 서로 자기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위정자들에게 그는 꾸짖는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사회를 다시 재건해야 한다고... 진짜 위정자라면 백성을 위해 고개도 숙이고 굴욕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외에도 대조영, 야율대석, 황종희, 주더, 노인, 홍범도, 진나라 문공, 후한 광무제, 두보, 이달, 이장곤, 이익, 정도전이라는 인물들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굴욕을 견디고 나아갔는지 다루고 있다. 모두들 자기의 때를 기다리며 인내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꿈을 잃지 않고, 현재 내가 딛고 서있는 곳이 작은 판이 아닌지, 지옥같은 마음 너머에 넓고 큰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음을 알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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