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몰락한 왕의 역사 - 동물 위계로 본 서양 문화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 주나미 옮김 / 오롯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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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을 읽다가 만나게 된 책. 고대인들은 곰을 신처럼 받들어 제사를 모셨다는 대목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왜 하필 곰일까? 사자도 있고 다른 위험한 맹수들도 있는데 왜 곰일까? 왜 곰 토테미즘이 있고, 단군 신화에서는 웅녀가 등장하는 것일까?하는 그동안 나의 모든 궁금증을 해소시켜준 책이다. 


흔히 동물의 왕은 사자라고 각인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유럽의 문화,역사, 배경을 아울러 '곰'이라는 상징성의 흥망성쇠에 대해 설명한다. 곰과 인간의 관계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구석기인들이 살던 동굴 안쪽에 제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곰의 뼈,이것을 놓고 당시 구석기인들이 곰을 숭배한 흔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론과 단순한 사냥의 결과물을 모아 놓은 것, 세월이 오래 지나 우연히 생긴 산물 이라는 의견이 아직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저자처럼 나도 왠지 오래전 그들은 곰을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을 것같다. 그런데 왜 곰일까?


이전의 사람들은 곰이 사람처럼 교배를 하며, 사람처럼 잡식을 하고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에 의미부여를 했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가공할만한 파괴력도 지녔기에 숭배의 대상의 되지 않았나 싶은데, 이러한 인식은 곰은 인간의 조상이다라는 개념까지 이어져, 많은 고대 부족의 사냥꾼들이 함부로 사냥하지 않고 공존의 삶을 이어가는데 일부분 역할을 하게 된다. 


아르테미스나 토르같이 우리가 흔히 들어본 신들의 이름은 곰과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 아더왕도 곰을 상징하는 인물로 강력한 왕권, 힘을 상징하는 것은 모두 곰과 관련이 되어 있어 곰 신앙의 흔적을 다양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중세 기독교 사회가 되면서 이전의 신앙, 그러니까 켈트족이나 게르만족의 문화는 모두 사악한 것으로 치부되어 곰 또한 사탄의 레벨로 격하되게 된다. 신과 같은 최고의 권위를 가진 곰의 상징성을 파괴해야 포교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에 아주 오랜 세월동안 공을 들여 곰의 상징을 파괴하는 일에 교회는 몰두한다. 


곰은 왼발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던 학자들에 의해 아직까지도 왼손을 사용하면 부정한 것, 왼손잡이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전해져오고 있으니 문화적인 부분은 파면 팔수록 신기하고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한 것, 사악한 곰, 이전의 문화는 이교도의 것...이러한 사업에 발맞춰 곰을 대체할 동물을 찾게되는데 바로 사자이다. 페르시아 등지에서는 사자는 동물의 왕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그 당시만해도 유럽 쪽에서 사자는 생소한 동물이었다. 바로 이 생소함을 이용하여 사자는 그리스도의 상징이 되었고 곰을 대체하는 새로운 왕이 되었다. 결국 기독교 포교와 교회의 역사와 곰의 쇠락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문화적으로 치밀하게 곰의 상징성의 흥망성쇠를 잘 다루고 있어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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