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원종우 지음 / 아토포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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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개 챕터로 구성된 가볍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SF단편 모음집이다.

제목부터가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 책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세대차이

있을 법한 미래의 모습이라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보게 된다. 먼 미래 지구의 자원이 모두 고갈되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설 때 몇 세대를 거치다보면 목적도 잃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주선 내의 한정된 자원은 고갈되고 새로운 아노미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은하철도 999가 문득 생각나는 단편이다. 2030년에는 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것이고,

이미 지구의 환경을 되돌리긴 늦었다는 기사를 본 뒤라 그런지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같아 기분이 묘하다.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불교의 空사상, 중도사상이 떠올랐던 단편이다. '공'은 근본적으로 실체가 없고 비어있는 잠재력의 근간을 뜻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바탕으로 작가가 재구성한 단편인데, 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데,이런 고양이는 현실에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내용이다. 실험을 통해 양자의 실체적 특징들은 모두 참여 관찰자의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유한 실재나 고유한 존재가 없다는 의미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의 특징이다.고양이의 시선으로 어려운 과학 개념을 풀어낸 재치있는 단편이다.



유로피언

어릴 때 과학의 날에 주로 그려냈던 '해저도시'가 떠오른 단편이다.

미지의 세계, 미지의 생명체와의 만남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은 지구침공일테고, 유토피아적인 결말은 본문의 내용과 같은 친선일테다.



인형들의 천국

여러 단편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다. AI인공지능이 발달하고 기계가 인류와 지구 생명체를 대신한 미래의 모습이다.철저한 계산을 통해 인류와 생명체들은 지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모든 것이 자로 잰듯 완벽한 기계 사회 기계들은 불교의 사성제를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말한다. 외계인 함장은 텅 빈 기계들의 쇼윈도 세상은 미래를 위해 없애야 한다 다짐하고 지구를 폭파시킨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지구의 기계들이 선제공격을 할 수 있었음에도 몇 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AI 마이사는 자의식이 없다 단언하는 기계였지만, 과연 자의식이 없는 단순 고철덩어리였을까? 외계인 함장과의 대화 속에서 깨달은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단순 기계 오작동으로 조금 대처가 늦어진 것일까 열린 결말아닌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 외에도 계몽의 임무라는 단편도 어릴 적 상상했던 내용 중 하나라 재미있었다. 어려운 과학적 개념과 내용을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으로 구성한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그럼에도 뼛속까지 문과생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개념들도 있지만, 그래도 쉽고 재미있는 책이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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