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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출근할 때 전철역까지 걸어가면서 펴들기 시작한 소설인데 하루 사이에 다 읽어버렸군요. 소설 뒤에 쓴 작가의 말마따나 영화처럼 빠르게 읽히도록 썼기 때문인가 봅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뭐랄까? 어쨌든 유하 감독이 만든 영화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쇼킹한 제목으로 시작해, 룸펜 인텔리겐차의 지적 허영을 적당히 집어넣고,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섹스씬까지 흥행소설의 최소 조건은 갖췄지만 작가의 말은 설득이 아닌 강요처럼 느껴집니다. 장편에 풀어내기엔 작가의 사색이 아직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깊은 내공을 다 보여주기엔 필력이 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하 감독의 영화는 훨씬 더 산뜻했었지요.
하지만 솔직한 작가의 모습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쓸데없이 잘 난 척 하지 않고, 섹스씬도 냉정하게 거리를 두어서 깔끔한 느낌입니다. 어쨌든 지구 위 어디에도 없는 붕 뜬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권쯤은 더 읽어볼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확 잡아끄는 게 없으면 차버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