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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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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근할 때 전철역까지 걸어가면서 펴들기 시작한 소설인데 하루 사이에 다 읽어버렸군요. 소설 뒤에 쓴 작가의 말마따나 영화처럼 빠르게 읽히도록 썼기 때문인가 봅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뭐랄까? 어쨌든 유하 감독이 만든 영화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쇼킹한 제목으로 시작해, 룸펜 인텔리겐차의 지적 허영을 적당히 집어넣고,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섹스씬까지 흥행소설의 최소 조건은 갖췄지만 작가의 말은 설득이 아닌 강요처럼 느껴집니다. 장편에 풀어내기엔 작가의 사색이 아직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깊은 내공을 다 보여주기엔 필력이 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하 감독의 영화는 훨씬 더 산뜻했었지요.

하지만 솔직한 작가의 모습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쓸데없이 잘 난 척 하지 않고, 섹스씬도 냉정하게 거리를 두어서 깔끔한 느낌입니다. 어쨌든 지구 위 어디에도 없는 붕 뜬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권쯤은 더 읽어볼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확 잡아끄는 게 없으면 차버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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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 - 한 혁명가의 초상
페르난도 디에고 가르시아 & 오스카 솔라 지음, 안종설 옮김 / 서해문집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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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혁명전사 체 게바라. 덥수룩한 머리 위로 가볍게 눌러쓴 베레모, 파이프를 입에 물고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활짝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 사람이 쿠바 혁명의 전위대에 섰던 사람인지 50년대 영화판의 배우였는지 헷갈립니다. 약간 느끼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남미의 구릿빛 미남으로 손색이 없는 체의 모습은 말그대로 낭만파 혁명전사입니다. 밀림 속 침낭에 누워 시를 읽는 게릴라! 그것만으로 왠만한 영화 시놉시스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장 코미에르가 쓴 게바라 평전(두꺼운 빨간 책)이 제3자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전기라면 이 책은 게바라의 인생을 담은 사진집입니다. 사진은 때로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기도 하는데 이 책이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게바라의 멋진 브로마이드를 소장하고 싶으신 분께 권합니다. '보아' 사진 옆에 게바라 사진이 붙어 있어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참 이 책을 보고 알았는데 게바라가 남미를 여행할 때 썼던 것은 오토바이가 아니었더군요. 훗날 위대한 혁명전사가 되는 인물이기에 나는 125cc, 갈매기 핸들이라도 달린 오토바이인줄 알았는데 음, 그것은 차라리 자전거라고 불러야 할 그런 탈 것이었습니다. 모터가 달려있는 자전거지요. 게바라가 모터 달린 그 자전거 위에서 폼을 재며 찍은 사진을 보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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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가 지나간다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용경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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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마지막 줄을 읽고나자 가슴 한 구석에서 안개같은 무언가가 새어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울렸던 서커스의 요란한 소동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황량한 들판 위로 불고 있는 먼지바람을 지켜보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의 삶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파묻혀 과거가 되듯 내 삶의 모든 것들도 사라질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로마에서 새로운 생활을 꿈꾸었던 주인공이 한 순간에 그 모든 것을 놓쳐버리듯 우리도 사랑하는 많은 것과 언젠가는 이별해야 합니다.

이 소설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언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여줍니다. 수묵화가 아무 것도 그리지 않고 여백을 둠으로써 더욱 많은 공간을 담아내듯 이 소설도 할 말을 줄임으로 사랑하는 것이 사라진 주인공의 인생을 더욱 깊이 각인시킵니다.

존재하는 무언가가 주는 공포보다 어찌보면 더욱 크게 보이는 부재의 공포. 서커스가 사라진 부재의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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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에 갇힌 영혼 - 시사인물사전 16
김환표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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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에 대한 약사를 모아 인물과 사상사에서 시리즈로 내놓은 책입니다. 주로 20세기에 생애를 보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이 시리즈는 벌써 20권째 출판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스캔들에 갇힌 영혼들'이나 '부드러운 파시즘'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법한 훌륭한 사람들만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물론 몸으로 환경운동을 실천한 스코트 니어링이나 패션을 통한 여성해방주의자 조르주 상드처럼 살아온 인생의 훌륭함에 비해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도 있습니다만 정인숙이니 프랑코처럼 썩 친하고 싶지는 않지만 알아서 해 될 것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사람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 가벼운 컴플렉스를 느끼곤 했거든요.

이런 인물들의 약력에 더불어 중요한 에피소드는 빠지지 않으니 책 읽는 재미도 쏠쏠치 않습니다. 저도 서너 권을 읽어봤는데 틈나는대로 나머지도 찾아 읽을 계획입니다. 참, 이런 책은 굳이 서점에서 살 필요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게 제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니 두 번 읽을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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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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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의 절친한 친구 안자이 미즈마루씨가 삽화를 그린 초단편 소설집입니다. 안 쉬고 읽으면 1시간만에 독파할 만큼 짧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아껴가면서 한 장씩 한 장씩 읽었습니다. 무라카미의 장편소설이나 수필에서는 볼 수 없는 또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킁,킁,킁. 저는 소설만큼이나 미즈마루의 삽화가 마음에 듭니다. 그리기 싫은데 억지로 대충대충 그린 듯한, 하지만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깊이의 내공. 누구 일본 가시는 분 계시면 미즈마루 삽화집 하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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